별의 별 이야기
신지별 지음 / 경향BP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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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늘 조금은 아프다. 사랑했던 순간들의 반짝임보다는, 아팠던 순간들의 눈물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다. 눈물 속에 반짝임이 함께 있으니 사랑했던 순간들이 적다 단정할 수도 없지만, 눈물 속 반짝임이 그저 반짝이던 순간들보다 아픈 건 사실이니까. <별의 별 이야기> 또한 다르지 않다. 또한 '외로움', '짝사랑'이라는 제목들과 상황들이 많아서 그런지 쓸쓸함이 조금 더 배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별의 별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당신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조금은 뻔뻔한 느낌의 다짐들도 여럿 보인다. 그러니까 작가가 사랑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꽤 가감없이 적었다는 뜻이 된다.
'정열적이었다 하기엔 일 퍼센트 정도의 뜨거움이 모자랐고, 냉정했다 하기엔 우리가 맞닿던 순간의 온도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꼭 보라색 같았다.(186쪽)'처럼 묘하고 어중간한 사랑 이야기가, '당신의 부재와 내 세상의 종말은 같은 말이다.(136쪽)'처럼 자신의 모든 걸 던졌던 사랑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달에게 소원을 빌 때는 그의 행복만을 빌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으려 해요. 나도 행복해질래요. 그 사람 없이도.(259쪽)'처럼 이별 후의 이야기가, '사소한 반짝임 하나에 나는 순만 년을 달려서라도 그에게 닿고 싶다는 마음을 걸었다.(15쪽)'처럼 짝사랑의 이야기가. 그 많은 사랑 이야기가 모두 모여 <별의 별 이야기>라는 하나의 책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라는, 책 속에서 읽다가 울컥했던 아주 짧은 문장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아주 힘들게 사랑을 이어나갔던 그 어느날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의 초라했었던 내가 떠올랐다. 힘들게 부여잡고 있던 그 사랑이, 사실은 잡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며 버티던 나였기에 초라했었던. 그 당시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직접 위로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해줄 수 있어 참 좋았던 말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쿡 박히는 일도 많지 않은데, 아마도 내게 <별의 별 이야기>는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라는 문장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뒷 표지엔 사랑이 계절 같다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떠났던 계절이 다시 돌아올 즈음이면 원래 나를 채우고 있던 향기는 서서히 옅어지는 것처럼, 사랑이 계절같다고. 한 사람이 떠나가고 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이 다가오듯이, 사랑을 하면 <별의 별 이야기> 속 그 많은 사랑 이야기들처럼 많은 것들을 겪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사랑따윈 하지 않는다 다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새로운 계절이 끊임없이 돌아오듯이 사랑 또한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또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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