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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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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조르바'. 그때문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조금 긴장했었다.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 당시, 책 초반에는 책을 읽어나가기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은 차치하더라도 왜 잘 읽어지지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만큼 책에 몰입했던 기억만 난다.(그러니까 내겐 <그리스인 조르바>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조금 긴장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본적으로 이 책의 큰 틀은 이전 알라딘 신간평가단때 읽었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의 틀과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단, 읽기가 쉬웠다. 이윤기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들이 독자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졌던 첫 느낌은 '어려우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는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이윤기라는 작가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지를.

 

 

 

 

 

나는 아무리 화려하고 기억에 많이 남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가독성이 떨어지면 일단 읽기를 포기하고 집어치운다. 독서란 것은 엄청나게 많은 활자들과 그 활자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한 작업인데, 아무리 좋은 글인들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제대로 기억할 수조차 없으니까 말이다. 가독성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나는 가독성이 가장 먼저다. 무슨 책을 읽을지 둘러볼때 고려하는 것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가독성이고.

 

가독성이라는 것은 편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글로써 이루어지는 것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이윤기는 두 말 할것 없이 후자쪽이다. 굳이 어떤 편집을 하지 않더라도 눈에서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가독성이 존재하는데, 이건 보통 내공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 이윤기의 글은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함에 있어서, 돌려말하기나 에둘러서 어물쩡 넘어가기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읽는이에게로 직진한다. 그러나 달려가서 곧바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완급조절을 통해 여유를 아는 직진이라는 느낌. (말이 좀 두루뭉술한가.)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그에 있어서 읽는이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국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것이다- 주제를 툭 던져주는 그런 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는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이윤기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개중에는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해 줄 말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도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 생각은, 이윤기라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윤기는 글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적어내는 어떤 것에 대해서 굉장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틀린 것은 언제든 바로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거부감도 없고 자신의 자리에서도 늘 고민한다. 누군가가 '글 잘 쓰는 방법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아직 답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이윤기다. 국어 사용에 한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도 지름길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왕도만이 존재할 뿐. 남의 글을 가져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것이 더 나을지 또 고민하고, 말들을 찾고 사용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책 속에는 어떤 길이 나와있지 않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함으로써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발자국을 내 주었을 뿐. 고개 숙인 벼는 역시나 아름답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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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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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서였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이 팟캐스트에서 흑임자 역할로 진행자 이동진과 함께 책 이야기를 맘껏 쏟아내고 있다. 재치있는 입담과 듣기 좋은 목소리, 안면 있는 작가들이 게스트로 나올때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질문은 하는 센스까지 갖춘 김중혁 작가. 그런 그가 쓴 에세이라서 서평 책 추천책 중 한권으로 내가 추천하기도 했던 <모든게 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는 소재,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글솜씨까지 합해진 이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으니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기도 어려운데 <모든게 노래>는 썩 마음에 들었다. 아니 꼭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김중혁 작가는 소설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가 산문집을 낸 것도 알고 있었고,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소설책은 읽어본 적이 있으나 산문집은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을 쓸 때의 글솜씨는 어떤걸까 궁금했다. 소설처럼 상상력이 넘치는 글일까? 김중혁 작가의 산문은 철저히 현실에 근거하는 글이다. 자신이 겪은 것, 생각했던 것에 기반을 둔 생활글.(생활툰이라는 용어가 있는 웹툰처럼 생활글이라는 용어 또한 사용가능할 것 같아서 적어봤다) 괄호 안에 따로 적힌 재기발랄한 생각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술술 잘 읽히는 순함 속에 숨어있는 재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빨간책방>에서도 끊임없이 아이팟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 얘기도 빼놓지 않더니(김중혁 작가는 빨간책방에서 애플성애자로도 불린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이대가 반영하듯 나와는 많은 세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수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넓게 아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처럼 음원유통 사이트에서 미리듣기가 가능한 1분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치열한 후크송들이 도래하기 전에,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고, 더블데크로 누군가에게 녹음을 해 주기도 했으며, 씨디 한 장을 소중히 여겼던 그때의 감성들이 살아있는 그 시절의 음악들이 글 속에 생생히 드러난다. 물론 작가의 경험과 함께.

 

 

 

 

모든 이야기는 노래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적이 더 많다. 근데 신기한게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음악 이야기로 돌아간다. 한참 소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가 노래 속 한 줄의 가사와 섞여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 이야기로 풀어낸다. 부족하거나 한다면 노란 박스안에 글을 더 붙이기도 하면서 글을 풀어내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빨간책방> 속의 그 재치가, 책을 읽는 내내 자동음성지원이 되는 듯해서 더 친숙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 속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매를 하는 뮤지션의 시간을 생각한다. 모든 노래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의 귀로 전송된 음악들이다" 라는 문단이었다.

 

나는 적어도 어떤 식으로 녹음이 이뤄지는지 믹싱이 이뤄지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많이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한 곡도 마음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중혁 작가의 저 문단은 내가 굉장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1분 미리듣기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내가 원하는 느낌의 곡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들어본 후에 골라낸다. 조금 더 좋아하는 곡인지 아닌지.

 

 

 

 

 

 

책속엔 이렇게 손글씨와 함께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함께 실려있다. 본인 일러스트도 함께.(ㅋㅋㅋㅋ 작가 본인과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닮았다) 이런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한땀 한땀의 기운이 독자를 기분 좋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이 10년 전쯤에 썼었던 노래 추천 리스트를 실어놓았다. 아는 노래가 루시드폴 뿐이라 나머지 곡들은 직접 찾아들어봤는데, 위에서 적어뒀던 김중혁 작가의 노래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덧) 솔루션스, 루싸이드 토끼, W & JAS, 빅베이비 드라이버, 캐스커, 페퍼톤스 등 일반인들은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인디씬 그룹들을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듯 하다. 아니, 작가님은 언제 그렇게 많은 음악을 듣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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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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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엔에서 전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한 리서치를 토대로 하는 이 보고서는 한국이 41위로 동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순위였고,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가 순서대로 1위부터 3위까지였다.

 

행복 / 행복함 / 행복하기.

 

사실 행복을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 따른다. 중학교 도덕책에도 나왔던 "행복은 경제력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했던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도 그렇고, 올해 나온 보고서도 그렇고 어떤 것이 더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그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 '행복' 아닐까. 행복이 삶의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라고 박제되어 있는 생각 속에서 '행복'은 어쩌면 살아가면서 평생 이루고 싶은 목표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 '행복'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곤 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말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말 그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이자 로망인 단어 '행복'.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경제난 속에서 이 단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듣기만 해도 좋은 말인 '행복하기'가 언제부터 뜬구름 잡는 말로 변했을까. 이 책 <인생수업>은 그 이유를 바로 '욕심'에서 찾는다. 자신의 마음에 들어 있는 욕심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라고. 늙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젊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미 옆에 없는 사람을 계속 옆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떠올리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말이다.

 

 

 

 

 

 

 

책은 구구절절 옳은 말 뿐이다. 어느 한구석 옳지 않은 말이 없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책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처럼 쉽게, 저자인 법륜스님처럼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음과 관련되어 떠나간 사람을 놓아주어야 할 때의 이야기인데, 이때의 스님의 어투는 단호하기까지 하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고, 떠난 사람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이 오래 아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살아있는 사람 마음 편하자고 과거를 끄집어 내고 되돌이키고 때마다 상기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우선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차마 마음의 욕심을 놓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부여잡고 있던 것들의 손을 놓기는 아쉽다. 양껏 두 손에 움켜 쥐었던 욕심이란 덩어리를 내려놓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스님처럼 선을 쌓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삶의 한 발자국들이 모두 다 욕심의 연장선상에 있는 속세의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말처럼 쉽지 않은 행복이란 단어는 언제쯤이면 내게 익숙해 질 수 있을까.

 

 

 

 

 

내려놓기 받아들이기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고 나한테 먼저 만족하기.

비교하지 않기. 내일로 미루지 않기. 걱정하지 않기.

 

 

 

 

 

 

내가 지금 얼만큼 행복한지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책 <인생수업>

이 글은 스님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적혀 있는 마지막 문단이다.

마음의 욕심이 자꾸 내려놓아지지 않을때, 한번씩 생각날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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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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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이름만으로 설레는 좋아하는 애니메이터이자 감독. 

<책으로 가는 문>이란 이 책은 페이퍼를 작성할때부터 콕 찝어뒀던 책이었다. 꼭 읽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서평단 책으로 선정되어서 얼마나 즐겁던지.

 

페이퍼를 작성할 때 꽤 꼼꼼히 책 소개를 읽어보곤 하는데, 그 때 '그가 읽고 직접 쓴 독후감'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어 했던 마음의 90%가 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애니메이션계의 대부는 도대체 어떤 책을 봤던 걸까?란 호기심이 많이 동했다. 꽤 최근작인 '마루밑 아리에티'는 저자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독서법이 따로 있는걸까, 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명인 혹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독서리스트를 밝혀두는 책을 읽고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책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해서 좋은 책을 많이 찾아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고.

 

 

 

 

 

생각보다 작은 책의 표지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고른 50권의 책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돌토돌한 촉감이 꼭 점자책을 만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묘하다. 첫 장을 넘겼을때 의도하지 않게 책이 너무도 쫙 펴져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살짝.

 

이와나미 문고가 어떤 문고인지는 잘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거겠지만, 책을 읽어본 바로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어린이 책을 펴내는 곳이라는 곳 정도라는 정보밖에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버전으로 비슷하게 바꿔보자면 세계 위인전을 펴내고 어린이 전집 같은 책을 팔던 예의 그런 출판사 같은 느낌. 

 

 

 

 

 

 

 

 

 

 

50권의 책에 관한 코멘트는 길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듯이 '나는 이러이러한 느낌을 받은 책이에요'라고 상냥히 이야기하는데, 내가 못 읽어본 책들도 꽤 되는 듯 하다. 아무래도 한국과 제목이 다를 수도 있고, 워낙에 오래 전에 출판됐던 책들이라 현재에는 찾을 수 없는 것들도 있을테지만 새삼 "저렇게 많은 책들이 한국에 다 있긴 한거야?"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했던 것 같은데, 이젠 자신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이 50권도 400권 중에서 추린 것이라고 하니 말 다 한 것이겠지-

 

저자는 자신이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고 머리에 잘 안들어왔던 이야기라는 것도 가감없이 적어놓았다. 역시나, 어른이 되어서도 읽어서 마음이 움직이는 어린왕자가 1번이었고. 아무래도 애니메이터인 본인의 특성상 일러스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부분도 몇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와나미 문고와 관련된 책이지만, 2부로 넘어가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한 곳에서의 책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어린이책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평소 어린이책에 대해 생각하는, 혹은 생각해 봤던 것들에 대해서. 중간중간 자신이 애니메이션을 만들러 들어왔던 20대의 이야기도 나오고, 꽤나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번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내용보다 책 속 일러스트가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도 꺼내놓는다. 이 이야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대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라는데, 이런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하는 저자도 보고 싶어서 찾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수십 년이 지나고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가 책만 읽는 것은 외로워서다. 그러니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불러들여 책을 읽으라고 할 이유가 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 자신에게 중요한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것이다.

 

옮긴이의 말 속에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이다. 옮긴이가 격하게 동감했던 것처럼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감해서 그대로 적어 봤다. 옮긴이는 본인의 글솜씨가 어린시절 책을 더 읽었다고 나아졌을까,라 자문하면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글쎄. 나도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건 수십 년이 지난 후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꿈이 되기도,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한 책. 책읽기를 즐겨하는 것도 또 하나의 복이 아닐런지.

 

 

 

 

 

뭐랄까 내 안에 서랍 같은 게 있는 듯 했습니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무언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자신의 애니메이션 원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말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득 찬 듯한 자신의 마음 속. 이런 마음속이 부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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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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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이 책의 첫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다. 같이 도착한 다른책의 두 배 반의 두께, 거기다가 양장인 무게가 꽤 되는 이 책의 비쥬얼은, 왜인지 책 속에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책에 관한 정보라도 얻어볼 겸 차례를 펼쳐 읽었을 때의 닥친 2차 당황스러움까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열어본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첫인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맨 처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글솜씨와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책에 빠져들게 되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말이다.)

 

솔직히 비평가 혹은 평론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우리 나라의 평론가들조차 누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독일사람이라니. 근데 검색을 해봐도 최근의 기사는 이 책에 관한 기사들 뿐이었다. 그리고 9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는 것 뿐. 결국 저자에 대한 많은 정보는 얻지 못한 채 독서를 시작해야만 했는데,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은 한 페이지를 읽자마자 사라졌다. 책이 두꺼워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어디 다닐때 꼭 들고 다니면서 틈틈히 읽어내려갔다. 책이 두꺼워서 무게가 꽤 됐는데도 불구하고 놓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작가의 초상화를 모으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 반 관심 반의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 받은 초상화를 집에 걸어두었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이것이 취미이자 즐거움이 되어버렸고, 주변 지인들이 초상화 모으기에 동참하면서 저자와 작가의 초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그가 독일로 넘어온지 얼마 안돼 검소한 생활을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던 벽에 멋진 그림이 걸려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작가의 얼굴>이란 이 책은 고사하고, 저자가 작가의 얼굴을 모으는 취미도 갖지 않았었을까. 괜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많은 책을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얼굴이 궁금하다'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그 혹은 그녀가 쓴 책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감명받고 혹은 다름을 인정하면서 책을 읽어나갔을 뿐 말이다. 요즘엔 책 앞쪽에 저자의 얼굴을 사진으로 넣기도 하고,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려준 일러스트가 들어 있어서 찾으려고 관심을 보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꽤 쉽게 찾을 수 있음에도. (그래서 사람들이 '연'은 따로 있다고 하나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작가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 자체가 이야기꺼리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수용소에 끌려갈 뻔한 경험도 있고, 폴란드 공산당 정부에 몸담아본 경험도 있고, 문학에 관한 비평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도 있어서 그때 겪은 이야기들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사랑을 담으면, 그것을 전해받는 어떤이들도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을 안다. 저자는 한 명 한 명의 작가에 애정을 갖고 있음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자신이 직접 연이 닿아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건 존경하는 사람이건 한 번도 연이 닿지 않아 작품으로만 만났던 사람이건간에 말이다.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어 이런 책이 탄생할 수도 있었던 게 아닐까.

 

 

옮긴이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비평가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한 명쯤은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추면서 옮긴이의 말을 마쳤다. 아마 내가 호호할머니가 되어있을 즈음엔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도 옮긴이의 바람에 살짝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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