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랙코미디'는 "잔혹하고 기괴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이다(국립국어원 출처). 나는 이런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누구나 한번쯤 부조리하다고 생각해 본 것을 직설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블랙코미디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는데, 방송인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는 이 역할을 해냈다. 유병재는 이 책에서 본인의 느낌을 자신만의 유머로 풀어내 본인만의 블랙코미디를 구현했다. 여기에는 블랙코미디 본연의 목적인 현실 풍자에 더해 자기 성찰의 메시지도 들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

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 32p


아들딸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 77p


복덩이

나는 복덩이인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여태껏 내가 속했던 모든 집단은, 내가 들어오기 전까진 항상 빡셌고 지금처럼 편한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옴과 동시에 모든 집단이 다 편해지고 기가 빠졌다고 했다. - 86p


무지의 무지 지의 지

너는 네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며

아는 거라곤 네가 다 아는 줄 안다는 것뿐이다. - 128p


갑질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 151p


산 사람은 살아야지

광화문을 지나던 택시 기사님 말씀대로

이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부끄럽지 않게. - 162p


 유병재의 글은 본인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 유병재식 유머이자 블랙코미디다. 유병재의 유머는 우리가 통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뒤집는 동시에 현실 속에서 마주치는 부조리를 '원래 그래'라며 외면하는 우리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물론 그의 글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현실 속 부당함에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병재식 블랙코미디는 현실을 꿰뚫어봄으로써 우리가 다양한 이유로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사회의 부조리를 탓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유병재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결국 유병재는 자신만의 생각과 언어에 바탕을 둔 블랙코미디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 속 부당함에 눈뜨기를 촉구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성찰도 권하고 있다. 나는 유병재의 이런 블랙코미디가 좋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같은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욱연의 중국 수업 - 현대 중국의 진심을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맞춤형 특강
이욱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5월까지 한국은 중국에 '801억 8천만 달러(약 94조 5천억 원)'를 직접 투자해 중국에 네 번째로 많이 투자한 국가가 됐다. 또 지난해 한중 무역액은 '3천억 달러(약 353조 4천억 원)'를 기록했고, 중국은 우리의 세 번째 무역 파트너가 됐다(연합뉴스, '한국, 중국 직접투자액 800억 달러 넘겨…세계 4위', 2019. 7. 22). 이 기사는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출처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에 단순히 하나의 사실을 보탠 것일 수 있다. 또 경제적 측면은 다양한 교류로 묶여 있는 양국 관계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깊이 연관돼 있는 중국은 현재 G2 국가로 부상해 세계의 패권을 두고 전 세계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미중의 힘이 가장 강하게 맞부딪치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국에 관해서도 알아야 함을 의미한다. "미중 신냉전 시대에는 중국도 공부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럼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중국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마음을 제대로 보려면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해야 한다. 

 1840년~1842년까지 있었던 '아편전쟁'에서 중국은 영국에게 패한다. 이후 중국은 서구 열강들에게 잇따라 지고 만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시 중국인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국 문명이 서구보다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과 무기를 만드는 기술에서 뒤처져 패했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중국인들은 서구의 기술과 자연과학이 중국에서 기원한 뒤 서양으로 가 발전할 수 있었고, 서구가 중국을 이겼지만 중국 문화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과거에 있었던 이민족의 침략에도 중화 문명이 맥을 이어왔던 것처럼. 그런데 이런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과 위기의식을 주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1894년에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게 패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로 1895년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된다. 이로써 중국은 일본에 타이완을 할양했고,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생각보다 커버린 일본을 보며 자신감을 잃고 만다.

 근대 초기의 중국은 미국·영국·독일·러시아·프랑스·일본 등에게 패해 영토를 뺏기고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었다. 중국을 꺾은 서양 세력은 서구식 학교와 교회, 서적 출판, 신문 발행을 통해 근대적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을 중국에 전파해 중화 문명을 해체하려 했다. 이 때문에 청나라 말기에 중국이 겪은 위기는 이전에 있었던 이민족들의 침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중화 문명 자체가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직면했던 위기는 복합적이었고, 중국의 근현대사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지금까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들은 나머지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완' 문제다. 타이완까지 합쳐 완벽한 통일을 이뤄야 근대에 있었던 민족의 분열을 해결하고, 완전한 민족 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중국이 타이완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 외에도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들로 하여금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과제가 존재한다. 중화 문명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세히 말하면 전통 시대처럼 중국이 세계 선진 국가이자 문명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서구의 기준(가치와 제도)을 따르지 않고 중국 고유의 문화와 사상, 가치, 제도를 바탕으로 중국만의 길을 걸어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자는 목표인데, 중국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중국의 꿈(中國夢)'이라고 한다. 중국을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근대에 분열된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 문명을 되찾는 것이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꿈은 서구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21세기에 세계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 '일대일로'를 국가 핵심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는 육로 실크로드, '일로'는 바다 실크로드다.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관련 국가가 65개에 이르는데, 육로와 해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고 유라시아에서 새로운 지역 협력과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제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뛰어 넘는다. 세계의 중심과 문명의 축을 옮기려는 문명의 대기획으로, 일대일로를 국제 협력이 아닌 문명권 차원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대일로를 완성하기까지 최소 30년~50년이 걸릴 수도 있고, 최대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대일로를 21세기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부분과 현대 중국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위의 내용 외에도 중국인이 보는 미국, 중국과 타이완, 중국과 홍콩, 중국의 관시 등과 같은 부분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생각과 다양한 모습을 함께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중국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중국에 관한 책을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 좋든 싫든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생존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중국의 포부와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려 힘쓰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진행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남북 통일 등에서 중국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와 함께 개인적인 기회도 얻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중국을 알고 싶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국의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좋은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년 6월 30일 일요일, 오늘 판문점에서 일어난 일이 향후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이 일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돌파구가 되었다고 교과서에 기록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은 하루를 여는, 즉'시작'을 알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김영민 교수는 이런 아침에'끝'을 의미하는 '죽음'을 생각하면 좋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발상의 전환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럼 왜 김영민 교수는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고 했을까? 책에 있는 구절을 통해 알아보자.


 아침을 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얼굴에 비누를 가득 칠한 채 중얼거리는 거다. "나는 이미 죽었고 내가 속한 정치공동체도 이미 죽었다"라고. 무슨 말이지? 나는 멀쩡히 살아서 이렇게 세수를 하고, 정부는 어김없이 세금을 걷어가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변함없이 그다지 질이 높지 않은 쇼가 상연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열면서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단 실제로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가 이미 죽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 17~18p


 고도성장을 통한 중산층 진입, 절대악 타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과거 수십 년간 이 사회에 에너지를 공급했던 두 약속에 대해 사람들은 이제 낯설어하게 되었다. 이것이었던가, 우리가 열망했던 것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구호가 낯설게 느껴지게 된 이 공동체의 선택은 이제 무엇인가?

 이러한 시절에 아침을 열 때는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첫째, 이미 죽어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둘째,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을 할 수 있다. 넷째,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희망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침착함을 가지고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다. - 19~20p


 어떤 인간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죽음은 매순간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이는 아침에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아침은 하루를 여는 시간이지만, 이런 아침에도 우리는 한 순간 한 순간 죽어간다. 이부자리를 정리할 때, 머리를 감을 때, 아침 뉴스를 볼 때, 출근길에 오를 때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어간다. 이런 현상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나는 저자의 글을 보며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면 좋을 이유를 이렇게 생각해 봤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내용을 삶과 죽음에 관해 끊임없이 고뇌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를 때마다 저자의 글을 곱씹어보면 좋을 듯하다.

 끝으로 우리 모두는 죽기에 아침에만 죽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 밝혔듯 우리는 아침에도 죽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의 모든 순간마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침을 포함해 틈이 날 때마다 우리 존재와 공동체의 죽음을 생각하고 추모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라운 상상력으로 국내 독자를 매혹시키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은 "누가 날 죽였지?"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의문문으로 포문을 연 책은 작가 '가브리엘 웰즈'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누가 가브리엘 웰즈를 죽였을까?

 추리 소설 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신작을 집필하던 중 "누가 날 죽였지?"라는 첫 문장을 생각해낸다. 매력적인 첫 문장에 흥분한 가브리엘은 카페로 향해 그곳에서 글을 써 나간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그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갑자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황한 그는 주치의인 랑망 박사의 병원을 찾아간다.

 병원에 도착한 가브리엘은 그곳에서 영매인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자신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이 말을 부정하지만 몇 차례의 테스트 끝에 그녀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된다. 이런 그에게 뤼시는 공명이 느껴지니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수 있다며 집에 가보자고 한다.

 가브리엘의 집에 도착한 뤼시는 그의 손바닥에서 붉은 반점을 발견하는데, 그녀가 배운 바에 따르면 이는 음독 시에 나타난다. 얼마 안 있어 구급대원들이 가브리엘의 집에 도착해 그의 몸을 병원으로 이송한다. 병원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본 가브리엘의 영혼은 자신의 몸에 반점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곧 그의 몸은 죽음에 이르고 만다. 몸에 있는 반점을 수상히 여긴 가브리엘의 영혼은 뤼시에게 병원 측에 부검을 요청해달라고 부탁한다. 뤼시는 그의 말을 듣고 병원에 부검을 요청하지만 가족이 아니어서 거절당한다. 이때 가브리엘의 쌍둥이 형 토마 웰즈가 병원을 찾아온다. 뤼시는 토마에게 가브리엘의 부검을 요청해달라고 부탁하지만 토마는 이를 거절한다. 허탈함을 느낀 뤼시는 집으로 돌아온다.

 가브리엘은 뤼시의 집까지 찾아와 그녀에게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이 말을 들은 뤼시는 가브리엘에게 환생을 제안하지만, 그는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아낸 후에 환생하겠다며 역제안을 한다. 얼마 후 가브리엘과 뤼시는 최종적인 딜을 하게 된다. 거래의 내용은 뤼시가 지금까지도 그리워하는 남성의 소재를 가브리엘이 밝혀주는 대신, 그녀는 현실에서 가브리엘을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뤼시는 가브리엘의 시신이 있는 병원에 들어가 그의 피를 뽑아온다. 그러고 나서 가브리엘의 친구인 블라디미르 크로스 박사에게 찾아가 혈액 분석을 요청한다. 검사 결과, 가브리엘은 화학 물질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타살이 명확해진 것이다. 이에 뤼시는 경찰로 위장해 네 명의 용의자를 조사하기로 한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은 가브리엘의 형 토마 웰즈, 그의 옛 여자 친구 사브리나 덩컨, 그의 책을 편집해 온 알렉상드르 드 빌랑브뢰즈, 살아생전 그를 혹독하게 공격했던 비평가 장 무아지다. 이들 중 빌랑브뢰즈를 조사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은 뤼시는, 그가 'GWV'라는 인공지능으로 가브리엘의 미완성작인 <<천 살 인간>>을 완성하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빌랑브뢰즈가 가브리엘을 죽인 후 이런 일을 꾸민 걸까? 아니면 이 일은 단순히 우연이고 빌랑브뢰즈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브리엘을 죽인 걸까? 복잡한 상황 속,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뤼시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영혼, 영매 등을 통해 주인공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내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이 전개될수록 '영혼'의 존재와 '나의 죽음', '내가 환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 등을 하게 됐다. 또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부터 '범인을 찾는다면 과연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에도 사로잡혔다. 이 책의 매력은 이야기로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숙고하도록 하는 힘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같은 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1편에서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돼 집중하며 책을 읽었는데, 2편에서는 여러 사건이 일어나 전개가 느리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이 때문에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pio99 2019-06-15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족한 리뷰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보신 후 피드백을 줄 부분이 있다면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멘트를 기반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