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연의 중국 수업 - 현대 중국의 진심을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맞춤형 특강
이욱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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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까지 한국은 중국에 '801억 8천만 달러(약 94조 5천억 원)'를 직접 투자해 중국에 네 번째로 많이 투자한 국가가 됐다. 또 지난해 한중 무역액은 '3천억 달러(약 353조 4천억 원)'를 기록했고, 중국은 우리의 세 번째 무역 파트너가 됐다(연합뉴스, '한국, 중국 직접투자액 800억 달러 넘겨…세계 4위', 2019. 7. 22). 이 기사는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출처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에 단순히 하나의 사실을 보탠 것일 수 있다. 또 경제적 측면은 다양한 교류로 묶여 있는 양국 관계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깊이 연관돼 있는 중국은 현재 G2 국가로 부상해 세계의 패권을 두고 전 세계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미중의 힘이 가장 강하게 맞부딪치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국에 관해서도 알아야 함을 의미한다. "미중 신냉전 시대에는 중국도 공부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럼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중국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마음을 제대로 보려면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해야 한다. 

 1840년~1842년까지 있었던 '아편전쟁'에서 중국은 영국에게 패한다. 이후 중국은 서구 열강들에게 잇따라 지고 만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시 중국인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국 문명이 서구보다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과 무기를 만드는 기술에서 뒤처져 패했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중국인들은 서구의 기술과 자연과학이 중국에서 기원한 뒤 서양으로 가 발전할 수 있었고, 서구가 중국을 이겼지만 중국 문화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과거에 있었던 이민족의 침략에도 중화 문명이 맥을 이어왔던 것처럼. 그런데 이런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과 위기의식을 주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1894년에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게 패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로 1895년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된다. 이로써 중국은 일본에 타이완을 할양했고,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생각보다 커버린 일본을 보며 자신감을 잃고 만다.

 근대 초기의 중국은 미국·영국·독일·러시아·프랑스·일본 등에게 패해 영토를 뺏기고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었다. 중국을 꺾은 서양 세력은 서구식 학교와 교회, 서적 출판, 신문 발행을 통해 근대적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을 중국에 전파해 중화 문명을 해체하려 했다. 이 때문에 청나라 말기에 중국이 겪은 위기는 이전에 있었던 이민족들의 침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중화 문명 자체가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직면했던 위기는 복합적이었고, 중국의 근현대사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지금까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들은 나머지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완' 문제다. 타이완까지 합쳐 완벽한 통일을 이뤄야 근대에 있었던 민족의 분열을 해결하고, 완전한 민족 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중국이 타이완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 외에도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들로 하여금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과제가 존재한다. 중화 문명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세히 말하면 전통 시대처럼 중국이 세계 선진 국가이자 문명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서구의 기준(가치와 제도)을 따르지 않고 중국 고유의 문화와 사상, 가치, 제도를 바탕으로 중국만의 길을 걸어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자는 목표인데, 중국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중국의 꿈(中國夢)'이라고 한다. 중국을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근대에 분열된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 문명을 되찾는 것이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꿈은 서구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21세기에 세계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 '일대일로'를 국가 핵심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는 육로 실크로드, '일로'는 바다 실크로드다.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관련 국가가 65개에 이르는데, 육로와 해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고 유라시아에서 새로운 지역 협력과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제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뛰어 넘는다. 세계의 중심과 문명의 축을 옮기려는 문명의 대기획으로, 일대일로를 국제 협력이 아닌 문명권 차원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대일로를 완성하기까지 최소 30년~50년이 걸릴 수도 있고, 최대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대일로를 21세기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부분과 현대 중국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위의 내용 외에도 중국인이 보는 미국, 중국과 타이완, 중국과 홍콩, 중국의 관시 등과 같은 부분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생각과 다양한 모습을 함께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중국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중국에 관한 책을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 좋든 싫든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생존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중국의 포부와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려 힘쓰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진행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남북 통일 등에서 중국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와 함께 개인적인 기회도 얻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중국을 알고 싶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국의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좋은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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