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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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는 "잔혹하고 기괴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이다(국립국어원 출처). 나는 이런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누구나 한번쯤 부조리하다고 생각해 본 것을 직설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블랙코미디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는데, 방송인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는 이 역할을 해냈다. 유병재는 이 책에서 본인의 느낌을 자신만의 유머로 풀어내 본인만의 블랙코미디를 구현했다. 여기에는 블랙코미디 본연의 목적인 현실 풍자에 더해 자기 성찰의 메시지도 들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

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 32p


아들딸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 77p


복덩이

나는 복덩이인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여태껏 내가 속했던 모든 집단은, 내가 들어오기 전까진 항상 빡셌고 지금처럼 편한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옴과 동시에 모든 집단이 다 편해지고 기가 빠졌다고 했다. - 86p


무지의 무지 지의 지

너는 네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며

아는 거라곤 네가 다 아는 줄 안다는 것뿐이다. - 128p


갑질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 151p


산 사람은 살아야지

광화문을 지나던 택시 기사님 말씀대로

이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부끄럽지 않게. - 162p


 유병재의 글은 본인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 유병재식 유머이자 블랙코미디다. 유병재의 유머는 우리가 통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뒤집는 동시에 현실 속에서 마주치는 부조리를 '원래 그래'라며 외면하는 우리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물론 그의 글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현실 속 부당함에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병재식 블랙코미디는 현실을 꿰뚫어봄으로써 우리가 다양한 이유로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사회의 부조리를 탓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유병재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결국 유병재는 자신만의 생각과 언어에 바탕을 둔 블랙코미디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 속 부당함에 눈뜨기를 촉구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성찰도 권하고 있다. 나는 유병재의 이런 블랙코미디가 좋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같은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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