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icaru >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의 최근 소설가들의 작품 중에서 배수아와 은희경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이들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꼬박 챙겨서 읽는 편이었다. 어떤 사람도 지적을 한 것 같지만,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의 유경은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인공과 닮아 있다.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척 하는 걸 혐오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속된 말로, '이런 성격의 주인공을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꾸려가며 독자들에게 잘 먹히더라' 라는 소설가들 사이에서의 룰이라도 있는 것인가 잠시 의심도 해봤다. 이 두 사람의 작품을 읽는 행위는 곧,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을 슬쩍 곁눈질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이들의 소설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이다. '사랑은 뜻대로 되어 주지 않으며, 속물 근성이 다분히 느껴지지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미워할 수만은 없는 동년배 친구들이 있으며, 가족들이 때때로 부담스럽게 여겨지도 하는 점'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배수아의 소설을 읽나 보다. 그의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에서 다소나마 위로를 얻기 위해...나는 이 책을 사서... 친구 선후배 여러 사람에게 돌려 읽어 보도록 권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책은 어느 누군가의 손에 있을 텐데 그게 누구인지 기억도 없다. 소장의 가치가 있는 책은 못되니까, 내소유에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에게 돌려 읽어보라 했었나? 그런 건 아니다.

이 책이 외형은 정말 누구의 말마따나 다분히 상업적인 냄새를 풍기는 디자인에, 엄청나게 늘린 자간과 행간으로 종이 분량만 잔뜩 차지하는 소설 나부랭이일지언정, 이 소설이 나를 위로했으니,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누군가의 위안거리가 되어 주리란 것..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견고한 정장에 작은 글씨의 엄선된 내용의 서적읽기를 강요 받아왔던 독자라면 이 책은 그 헐겁고도 간결함에 특히, 구미가 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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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소설 읽는 맛이란...이런 것..
부주의한 사랑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아의 소설을 읽고 나면 꼭 드는 생각이 하나가 있다. 사람들은 왜 소설을 읽을까. 대학 시절에 서로가 갖고 있던 소설책을 바꿔 가며 읽던 나의 친구 하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다고. 우울함을 우울한 이야기로 극복해 보려던 나의 얄팍한 마음이 나에게 이 소설을 집어 들게 했듯이.....

아무개가 쓴 문학 개론을 보니 문학의 효용성에는 쾌락과 교훈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배수아의 소설은 한마디로 각성이나 깨달음 갖은 걸 주지 못한다. 어떤 교화의 목적으로 이 소설을 권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배수아의 어느 작품을 읽어 보아도 쉽사리 발견되는 주인공들의 특징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낮에는 백화점이나 호프집 혹은 주유소에서 일하고, 밤이면 검은 늑대의 무리처럼 떼를 지어 도시의 어둠을 배회하거나, 카페에서 밀러를 마시면서 한없이 길고 우울한 심포니의 마지막 쯤을 듣는다. 또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사랑을 나누며, 목적도 없이 한데 어울려 갑작스럽게 바다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조금, 아주 조금 다르다. 일단은 배경 부터가 6.25 직후이며, 주인공들은 가난하고 황량한 삶을 꾸려간다.

어린아이이기도 하도 어른이기도 한 '나'는 주문진의 초라한 병원에서 긴 머리칼을 가진 미숙한 아이로 태어난다. 그런데 '나'는 병들고 늙은 친어머니 맡에서 아버지가 누군지 밝힐수도 없는 부도덕의 상징으로 태어난 아이였기에 이모의 집으로 보내진다. 그래서 '나'는 모유가 아닌 우유만 먹고 자라게 된다. 이모이면서 어머니가 된 사람의 집에는 이미 '나'의 친언니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사촌인 되는 연연이 살고 있다. 그리고 연연은 이모부이자 아버지인 사람과 연인 사이이다. 이모이자 어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불만과 불행만을 경험하게 된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이른 결혼으로 학교 선생이 된 이모부이자 아버지 또한 상실과 불안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이모는 이모부보다 여섯살이나 연상이고, 그들 부부사이의 꿈과 현실의 괴리가 불행을 낳는다. 그러던 어느날 이모이자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게 되고 언니이자 사촌인 연연도 숲에서 도끼에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심지어 이모부이자 아버지가 그 범인으로 지목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곤 감옥에서 미쳐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들 형제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부유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그 집에서 성장하게 된다.

커 가면서 나는 대학에서 만난 욱이라는 남자아이를 사귀다가 그의 사촌인 유부남 택이와도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나'가 이런 사랑에 빠져 있는 동안 양어머니는 양아버지와 이혼한 후 암으로 유료 양로원에서 쓸쓸하게 죽는다. 그리고 사촌은 자신의 세번째 아이가 태어나자 '나'의 곁을 떠나고 '나'는 나의 남자친구의 자살을 통해 사촌과의 이별을 실감하면서 허무함을 느낀다.

그러나 참 이상하다. 이 소설 전면에 흐르는 부도덕함이 하나도 부도덕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위험하고 처절한 이미지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평론가의 말처럼 모든 아름다움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일까? 결락과 허무를 실현되지 않을 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일까? 삶이 우연에 지배되는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부주의'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우연에 지배되는 농담 같은 삶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재미로 배수아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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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은희경의 새로운 도전
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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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름대로는 작가 은희경의 왕팬이었다. 새의 선물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이 작가는,,, 책날개의 사진에 실린 모습에서- 얼굴과 체구로 짐작컨대 -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겠거니 했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단다.

앞에서 왕팬이라고 밝히긴 하였으나, 그의 많은 작품들을 읽었던 건 아니다. 새의 선물과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그리고 신문에 연재가 되기도 했었다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정도이다.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2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나에게, 시의적절하게도 삶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감하고 생각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내가 은희경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의 소설이 아주 잘 읽히기 때문이리라. 술술 읽힌다고 해야겠지.

이 소설 마이너리그도 마찬가지다. 단숨에 잘 읽힌다. 중간중간 소위 88년도 77년도에 유행했던 게그들도 이합집산 하였고... 그래서 시종일관 사람을 키득거리게 만드는 재주를 발산해 내는 책이다. 거기에 나오던 우스겟 소리 중에서 아직도 뇌리에 떠나지 않는 유머가 있는데...

당시 친구들 중에 유행하던 게,, 그런 거였단다. 팝송을 한국말로 유사하게 부르는 거였는데.. 올리비아 뉴튼존의 physical의 가사 중 일부.. Let me hear your body talk, your body talk, let me hear your body talk 냄비 위에 밥이 타.. 밥이타.. 냄비 위에 밥이 타... 와 같은 게그를 언급한 것...

어느날 똑같이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 나란히 체벌을 받은 “하찮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평생을 `4인방'으로 얽히게 된 형준 승주 조국 두환이 주인공들이다. 소설 제목은 학급의 주류로 부각되지 못하고 외곽에서 겉돌기만 하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 성인이 된 뒤까지도 미미한 사회적 위상에 자족해야 하는 이들의 비주류적 처지를 가리킨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처지야말로 `58년 개띠'라는 말의 함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의 전반부는 화자인 형준의 초등학교 동창인 예쁜 여고생 소희를 둘러싼 네 친구의 각축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처음에 소희는 넷 가운데 가장 잘 생긴 승주의 파트너가 되지만, 결국은 아마추어 깡패나 다름없는 두환과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그 뒤 소설은 소희가 교통사고로 횡사하는 87년까지 나머지 세 명의 이야기만으로 이어진다.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는 한마디로 끝까지 자신들이 메이저라 믿고 싶어하는 마이너 군단에 속한 사람들의 성장 소설이다. 형준, 승주, 조국, 두환의 삶이래 봤자 지방 출신에다가 보잘것없는 학력, 반복되는 실직, 실패한 결혼, 정치적 무감각 등 마이너리티로서의 모든 요소들을 구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 책을 덮고 나면 - 읽는 내내는 가벼움으로 유유자적 재미있게 읽어 냈으나 - 뭔가 허전한, 미진한 느낌이 밀려 들어온다.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주변의 남자들로부터 여러 에피소드를 듣고 그것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묶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네가지 유형마저도 경박한 무엇처럼 밖에는 여겨지지 않았으니...

은희경이라는 작가의 전력을 너무 믿었기 때문일까..이 소설에서도 에피소드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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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 시작되자 마자 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그렇게 영화들을 봐왔다..한국영화 완전정복이라는 쉬운 과제도 해결하지 못한 나여서 그 위업을 달성하고자 분주히 영화를 다운받기 시작했다..이미 1년전 한국영화 뿐만 아니라 일본,홍콩,미국 영화 등을 주 타깃으로 세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유명하다면 유명한 영화들만 골라서 봤었다..그 중에서 가장 만만한건 역시나 한국영화..2004년 전에 흥행영화들은 거의 다 봐서..물론 정말 아니라고 평하는 영화들은 안봤다..2004년 영화들을 지금에서야 모조리 정리하며 보고 있는 중이다..내 다이어리 앞을 보면 바람의 파이터 부터가 그 시작을 알리는 영화였다..그래서 귀신이 산다까지 보았는데..1월이 지나면서 이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디박스에서 영화를 다운받기 시작했다..연 몇개월만에 영화를 다운받는 건지..그래서 달마야 서울가자,꽃피는 봄이 오면,령,늑대의 유혹,분신사바,S다이어리,신부수업,인형사 등을 봤다..내 목표 영화들은 이제 9가지 정도가 남았는데 우선 지금 보다가 밤에 보려고 생각중인 그놈은 멋있었다..내 머리속의 지우개,우리형,주홍글씨,썸,여선생vs여제자,누구나 비밀은 있다,빈집,쓰리 몬스터 등이 일망타진할 영화목록이다..내가 남의 리뷰 퍼다나르기에서 플라시보님의 영화평을 퍼오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직 안본 영화들을 플라시보님이 보고 싶게 잘 써주셨기 때문이다..그래서 지금도 자주 들어가는 서재중 하나인데,,무엇보다 그님은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보셔서 부럽기 그지없다..나도 만약 직장을 갖고 일한다면 한달에 몇번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살고 싶은데 플라시보님은 이미 책부터 영화까지 항상 내 위에 서 있는 분이다..그분이 이 글을 보시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플라시보님을 따라잡고 싶다..그 님이 읽은 책과 영화를 중점적으로 쫓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아직 멀기만 하다..그리고 플라시보님의 맛깔나게 쓰는 글솜씨를 무엇보다 훔치고 싶다..한국영화 정복외에 외국영화 들도 보고 싶은데 워낙 많이 쏟아져서 선택하기가 어렵다..그런데 플라시보님 땜에 그런 고민은 줄은듯 하다..사랑할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사랑도 통역이 되나요,터미널.본 슈프리머시,오페라의 유령,브릿지 존스의 일기2,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그님 평땜에 빨리 보고 싶어졌다..그밖에도 이프온리,인크레더블,쿵푸 허슬 등 영화는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쏟아져 많은 영화팬들을 유혹한다.내가 한국 사회의 단면을 한가지 밝히자면 한국 사람들은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점이다..학교에서도 영화 보여준다고 하면 이렇게 좋아하는 나라도 한국이 우선일것이다..물론 불법 다운로드 로도 영화를 보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이건 돈없는 나같은 서민들에겐 공짜로 영화를 보게 해주는 황금밭이다..영화를 평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기고 영화 잡지를 보기도 하고 그 영화를 누구보다 빨리 보기 위해 시사회장을 찾고 사람들이 본 영화들은 입소문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안볼수 없게 만드는것도 한국의 재빠름이다..정보화 사회로는 상당히 뛰어난 우리 나라인만큼 휴대폰 보유와 컴퓨터 보급율은 세계 최고민족인게 한국이다..우리가 늘상 봐온 작은 지도상의 대한민국은 응집력도 상당히 뛰어나서 2002년 월드컵은 모두가 붉은 악마요,,광장은 사람이 미어 터져 태극기 물결을 일으켰다..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사는건 다르지만 또 한편으론 같다는걸 새삼 느낀다..사람들은 각자 제 멋에 살지만 주변의 영향을 아무래도 받게 된다..그래서 더욱 영화산업이나 가요계시장이 비대해지고 알라딘을 통해서 많은 서재인들이 생기고 있다..내가 윤리시간에 배웠던 용어중 가장 기억에 남는게 대중화이다..살면서 사회화를 겪는 무수한 인간들이 주변의 물결에 휩쓸려 자신도 그 일원의 한 사람이 되는게 대중화인데..이 대중화는 사람 개인의 개성창출을 방해한다고 배웠다..그러나 대중화가 없다면 사람들은 과연 무엇으로 살까?제멋대로 사는거 물론 좋다.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자신이 피폐화 되고 타락할 정도가 아니라면 괜찮은 현상같다..남들이 봤던 드라마..나도 보게 돼서 동감하고 못봤지만 한번 봐야지 하고 결심하게 만드는건 사람들의 글한줄..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포옹력 하나다..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고 하면서 살아간다..난 이미 플라시보님의 영향력을 받아서 이 알라딘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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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그녀가 완벽하다고? 설마.


요즘은 계절이 그래서 그런지 유독 따뜻하고 낭만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극장가를 보면 온통 말랑말랑한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 뿐이다.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남녀가 9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이야기 비포 선셋. 아내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는 남편의 이야기 내 머릿속의 지우개. 사랑하는 애인이 죽은 시점에서 다시 애인이 살아있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일상이 반복되는 이프 온리. 등등 극장가는 이 계절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볼 것인가 하고 묻는것 같다. 그래. 앞서 나열한 사랑 타령을 빼면 볼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적어도 웃기기는 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뭐 결과적으로 이 영화 아주 웃겼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들이 존경스러울 만큼 웃겼다. (동시에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영화의 원제는 13 going on 30 이다. 차라리 이 제목을 달았으면 나았을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쓸데없이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이라는 무지하게 길면서도 영화와 별 상관없는 제목을 달아놓아서 나를 헤깔리게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13살 생일을 맞은 덜생긴 왕따 제나 그녀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옆에는 늘 그녀만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친구 매트만 있는 지금의 삶이 너무 싫다. 그래서 그녀는 소원을 빈다. 서른살이 되게 해 달라고. 그러자 다음날 거짓말처럼 제나는 서른살이 되어 있다. 주변의 환경도 모두 변해있다. 잘 나가는 잡지사 부편집장. 거기다 엉덩이가 끝내주는 하키선수 애인. 생일날 자신을 따돌리고 맥주를 마시러 가자며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서 초를 친 퀸카 루씨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가 되어 있다. 늘씬하고 가슴도 빵빵하고 (그녀는 늘 휴지를 넣어 다녔었다.) 근사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제나는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완벽한 서른의 자신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조금씩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13살을 상대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실제로는 13살인 제나가 서른의 몸을 가지고 좌충우돌 하는 것은 너무 뻔해서 잠도 다 달아날 지경. 거기다 마지막에는 결국에는 순수한 13살의 제나가 개판 오분전의 상황을 모두 수습하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림으로써 '이 세상의 모든 순수는 정의와 승리랍니다 여러부운' 해 주신다. 이거 대략 어른들 보라고 만든 영화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거기다 제니퍼 가너는 아무리 봐도 무언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 쏙 빠진 줄리아 로버츠의 이미테이션 같다. 사람 생긴거 가지고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언제 자기 생긴거 생각하고 배우들 생긴걸 따졌는가. 아무튼 제니퍼 가너는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서 13살의 제나가 꿈꾼 완벽한 서른이 되기에는 좀 모자란다. (그래도 영화사에서는 아역 배우들과 어른 배우들의 닮은꼴을 찾느라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누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아. 그 애가 커서 쟤가 된거구나 할 정도이다.)


서른의 삶이 열 세살의 순수로 어떻게 뒤집어 엎을 정도가 된다면 아무도 지금과 같은 서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다 열 세살의 제나는 매트를 무지하게 싫어했는데 단지 서른의 몸을 가지고 나니 갑자기 매트가 좋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그녀가 금방 서른이 되었을때는 도움을 청하려고 매트를 찾았지만 매트는 그녀와 고교 졸업 이후 만나지도 않은 사이이므로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매트에게 의지한다. 열 세살때는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새삼스럽게 솟구친것 같지도 않은 매트에게 말이다. 그녀에게 닥친 위기들을 해결하는 방식도 열 세살의 수준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야말로 순수 만만세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귀여운 장면이 있기는 하다. 파티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추는 장면.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으로 나왔던 배우 앤디 서키스가 뒤늦게 합세해서 춤을 추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추억의 스릴러를 춘다고 해서 영화 전체의 엉성함이 용서 되지는 않는다. 골룸이 나와서 문워크를 한다고 해서 봐 줄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전혀 완벽하지 않다. 조금 날씬하고 가슴도 옛날보다 확실히 커지긴 했지만 완벽한 그녀라고 표현하기는 좀 어렵다. 더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도 썩 완벽치 못한데 그녀의 감춰진 부분이 드러나면 더더욱 그러하다. 백번 양보해서 그녀가 완벽하다 치고 딱 한가지 없는 것이 뭐였을까? 그건 바로 사랑이다. 잘나가는 여성지 부편집장 자리를 잡고 근사한 맨션도, 남자친구도 있는 그녀이지만 영화는 주장한다. 진정한 사랑이 없는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래서 결국 그녀는 모든걸 다 잃어버리는 상황이 되어도 사랑하는 매트를 차지해서 다 괜찮아진다. 남자들은 사랑을 하게 되어도 절대로 일을 포기하지 않는 반면. 영화에서 언제나 잘 나가는 여성이 남자를 만나면 일을 포기한다. 마치 '일 따위는 사랑에 비하면 쥐똥같은 존재였어요. 그걸 내가 왜 몰랐을까요. 아하하하하하하' 하는것 같다.

며칠째 일에 시달리느라 죽을것 같은 몸을 이끌고 본 영화가 하필 이 영화라니 하며 한없이 저주스러웠던 영화. 초반기에는 추억의 음악과 패션 덕분에 그럭저럭 즐거웠지만 제나가 서른이 되고 부터는 그 재미마저도 없어서 영화가 꽤나 북적댐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지루하다. 이 영화는 단언컨데 영화관에서 보면 백발백중 후회하고 비디오를 빌려 보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다. (물론 어린 조카와 꼭 영화를 봐야겠는데 볼것이 없다면 비디오로 보는 것 정도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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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5-02-03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디오로 볼까 다운받아 볼까 고민중인데..어떻게 될지 아직은 결정못했다..내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영화를 즐기는 편이라 이 영화도 애초부터 보려 했었다..비디오로도 빨리 출시된 편이고,,뭐 스트레스 받을때 고려해서 한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