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icaru > 은희경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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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나름대로는 작가 은희경의 왕팬이었다. 새의 선물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이 작가는,,, 책날개의 사진에 실린 모습에서- 얼굴과 체구로 짐작컨대 -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겠거니 했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단다.
앞에서 왕팬이라고 밝히긴 하였으나, 그의 많은 작품들을 읽었던 건 아니다. 새의 선물과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그리고 신문에 연재가 되기도 했었다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정도이다.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2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나에게, 시의적절하게도 삶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감하고 생각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내가 은희경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의 소설이 아주 잘 읽히기 때문이리라. 술술 읽힌다고 해야겠지.
이 소설 마이너리그도 마찬가지다. 단숨에 잘 읽힌다. 중간중간 소위 88년도 77년도에 유행했던 게그들도 이합집산 하였고... 그래서 시종일관 사람을 키득거리게 만드는 재주를 발산해 내는 책이다. 거기에 나오던 우스겟 소리 중에서 아직도 뇌리에 떠나지 않는 유머가 있는데...
당시 친구들 중에 유행하던 게,, 그런 거였단다. 팝송을 한국말로 유사하게 부르는 거였는데.. 올리비아 뉴튼존의 physical의 가사 중 일부.. Let me hear your body talk, your body talk, let me hear your body talk 냄비 위에 밥이 타.. 밥이타.. 냄비 위에 밥이 타... 와 같은 게그를 언급한 것...
어느날 똑같이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 나란히 체벌을 받은 “하찮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평생을 `4인방'으로 얽히게 된 형준 승주 조국 두환이 주인공들이다. 소설 제목은 학급의 주류로 부각되지 못하고 외곽에서 겉돌기만 하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 성인이 된 뒤까지도 미미한 사회적 위상에 자족해야 하는 이들의 비주류적 처지를 가리킨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처지야말로 `58년 개띠'라는 말의 함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의 전반부는 화자인 형준의 초등학교 동창인 예쁜 여고생 소희를 둘러싼 네 친구의 각축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처음에 소희는 넷 가운데 가장 잘 생긴 승주의 파트너가 되지만, 결국은 아마추어 깡패나 다름없는 두환과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그 뒤 소설은 소희가 교통사고로 횡사하는 87년까지 나머지 세 명의 이야기만으로 이어진다.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는 한마디로 끝까지 자신들이 메이저라 믿고 싶어하는 마이너 군단에 속한 사람들의 성장 소설이다. 형준, 승주, 조국, 두환의 삶이래 봤자 지방 출신에다가 보잘것없는 학력, 반복되는 실직, 실패한 결혼, 정치적 무감각 등 마이너리티로서의 모든 요소들을 구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 책을 덮고 나면 - 읽는 내내는 가벼움으로 유유자적 재미있게 읽어 냈으나 - 뭔가 허전한, 미진한 느낌이 밀려 들어온다.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주변의 남자들로부터 여러 에피소드를 듣고 그것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묶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네가지 유형마저도 경박한 무엇처럼 밖에는 여겨지지 않았으니...
은희경이라는 작가의 전력을 너무 믿었기 때문일까..이 소설에서도 에피소드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운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