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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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이 전의 책인 '달콤함이 번지는 벨기에' 혹은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와 같은 책을 누누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번에 불가리아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백승선, 변혜정이 다녀온 불가리아라는 나라이름을 듣고 이번에도 역시 드링크요구르트가 생각났다.
책속에서도 이 요구르트 이름이 아마 요구르트로 유명한 불가리아에서 따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데, 그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어쨌든 내게 있어서 불가리아는 특별히 가고 싶은 나라이거나 기억 속에 남아 잇는 나라가 아닌 동유럽에 있는 나라 중 하나 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는 불가리아는 요구르트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낯설기도 하면서 또 새로운 느낌을 주는 불가리아로의 가상여행에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책을 펼치면서 벌써 난 이 책에 빠져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책 앞부분의 접이식 표지라니, 불가리아의 소박함이 가득 담긴 이 표지는 너무 귀여워서 흔히 하는 말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 이었다.
정독 하기 전 비행기를 타고 불가리아를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책을 주-욱 훑어보는데 신기하게도 내 눈을 잡아끌어 손을 딱 멈추게 하는 사진이 있었다.
모든 사진들이 불가리아에 담긴 특유의 색깔을 담아내기 바쁜데 비해 이 사진은 어째서 한국 같은 풍경에 소박함만 가득 담긴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그 사진이 가장 내 눈길을 잡아두는지…….
 


  책을 읽기시작하고 나서 나는 금세 재미를 붙여 스퍼트를 올리며 불가리아를 가상 여행하다가 창문사진 2장과 그 밑의 문구를 보고 멈칫했다.
마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동유럽 특유의 예쁜 창문 밑에는 올망졸망 귀여운 화분들이 제 각각 뽐내고 있었다.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中
세상의 모든 창문에는 표정이 있다.
그 표정 뒤에는 방주인의 마음이 숨어있다.
당신의 창문은 어떤 표정인가요."
 
본가를 나와 혼자살기로 한 때 부터의 지난 옛 집과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방 창문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 흔한 화분하나 없는 집에 창문은 그저 햇살과 바람의 통로 역할을 해주고 가끔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소식통이었을 뿐이다.
내 방 창문 뒤 주인의 마음은…….
내방 창문이 표정 없이 먼지들로 덮여있 듯 뿌연 먼지로 덮여있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방 창문에도 표정이 드러나도록 한 번 깨끗이 세수도 시켜주고 플리플랍 인형이라도 놓아둬봐야겠다. ^^;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에서는 크게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와 3000m의 해발을 자랑하는 산과 함께인 릴라 수도원,

그리고 장난감집처럼 아기자기한 벨리꼬 투르노보, 낭만이 있을 것 같은 플로브다프로 나누어 보여준다.
한 곳도 서두름이 없고 여유가 느껴지는 글과 사진 일색인 불가리아는 이 들이 얼마나 햇살가득 담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잠이 오지 않아 읽은 책이라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가리아에서 한껏 묻어나는 여유로움과 사랑스러움은 다음날을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내 조급함을 날려버렸다.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中
걷다보면, 생각나지도 않았던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낯선 '만남'이 바로 여행이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올해는 시간이 마땅치 않아 여행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게 이 문구 하나가 나를 당장 여행해도 좋다고 허락해주는 것 같다.
여행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 나도 여유로움과 사랑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불가리아를 마주하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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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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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란 작가의 A를 읽기 전 이 책이 1987년 일어났던 오대양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인 책이 A라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발생한 오대양사건이라 어떠한 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고 오대양사건을 찾아보게 되었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다가 1991년 오대양 종교집단의 신도 몇 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이 얼마간 밝혀지는 듯 보였으나 결국 여러 가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대양 사건이 꽤나 미스터리한 사건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더 A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속의 시멘트 공장 '어머니' 는 이모들과 엄마 또 그녀의 자식들에게 까지 그동안 맛보지 못하였던 안정과 일거리 그리고 숙식 할 곳을 제공해 주었다.
이모들과 엄마는 이곳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러나 모두 한결같이 아버지를 입에 담지 않는 다는 규율 아닌 규율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은연언니에게 할멈이라 불리는 '나' 또한 그러한 황경에서 자랐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마을에서 신신양회집 아이들이라 불리었다.
 


  시작부터 조금 기묘한 <A> 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처음에는 잘 이해도 되지 않고, 어쩐지 '엄마와 이모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속에 숨겨진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아

책장을 넘기는 것이 무서웠다.
엄마와 이모들을 비롯한 삼촌들이 어느 날 한곳에서 습하고 축축한 손에 의하여 단 한마디 반항도 없이 그렇게 죽어나갔다는 이야기가 진행될 쯤 나는 책을 잠시 덮어두었다.
결국 이렇게 기묘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일이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현장에 주인공 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내가 장님이라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 판단하여 살려두는 것으로 결정내리고

죽은 사람들을 분류해두고 자리를 떠났다.
이 사건으로 신신양회의 몰락을 의미하였고 그 결과 신신양회집 아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만 정인언니의 광고로 인해 신신양회 2대 아이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이 책이 특별히 기묘하게 여길만한 요소라던가 섬뜩하게 생각할 만한 요소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서 자꾸 기묘함과 섬뜩함을 느꼈다.
칼처럼 한쪽은 무디지만 반대쪽이 날카로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평화롭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칼날처럼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나' 가 눈이 안 보이는 장님이 되고 태어난 날을 모두 기억하는 (믿거나 말거나 였다.) 여자라는 설정 또한 어쩐지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어머니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공사는 폐타이어와 같은 산업폐기물 시멘트로 마을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자금문제도 터지자 결국 공사를 날리게 되었고

신신양회는 몰락이라는 끝을 보게 되었다.
그 후 다시 모인 이모의 아이들과 신신양회몰락과 그들의 어머니와 삼촌의 집단죽음에 대해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지난 옛날처럼 모여 살며

그 속에서 어머니가 준 것 과 같은 평화를 누리고자하였다.
이들이 어머니들과 다른 점이라고는 아무 남자나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우수한 유전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 책을 마무리 지어갈 때쯤 슬슬 이 모든 사건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읽었던 것은 <A>에 등장하는 모두가 자신이 만들어가는 행복이 아닌 누군가로 인해 제공되는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닐까한다.
또 그 당시의 신신양회가 묶어준 결속력이 엄마와 이모라는 1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정인언니, 은영언니 등과 같은 인물들에게 내려왔다는 점,

또 그들은 그것을 3대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점이 이 책을 두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띠지에서 <A>에 대해 천사(angel)인가, 아마조네스(amazones)인가, 간통(adultery)한 자들인가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결국 이 책의 A는 세계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라고 생각한다.
 


  하성란 작가의 <A>는 한국작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미스터리하고 또 특유의 결속력과 탄탄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있다 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한마디로 정리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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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 -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것들
리처드 칼슨 지음, 이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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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떠올릴 때면 늘 미래의 내 모습을 주로 생각해왔다.
가까이 있는 것에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 줄 알면서도 늘 멀리 있는 행복을 떠올리기에 급급했었다.
멀리 있는 행복을 찾다보면 나는 지금 당장 내 주위에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게 되고 먼 미래를 쫓아가기 바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뿐인 내 삶인데 먼 미래의 내 모습에 얽매여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과연 진짜 내가 행복한 걸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 <행복에 목숨 걸지마라> 라는 책 제목은 내가 한번 멈추어 숨 고르게 해주었다.


사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진다고 설명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읽는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회의감과 돌아본 지난날들에 지쳐 펼쳐든 책치고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다.
나는 행복을 배웠다고 말하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진정으로 편안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참 놀라운 경험이 나닐 수가 없다.
책속에 나오는 충고와 이런저런 말들을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지난날들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p22: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전혀' 행복하지 않은 것 이다.
"난 나중에 행복해 질거야." 라고 말하거나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의 그 말은 "지금 할 수 없지만 나중에는 하겠다." 는 뜻이다.
그 말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습관처럼 난 나중에 꼭 행복해지겠다고 한 말이 지금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내 심리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면 나중이란 말을 쓰는 자체가 현재는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보통사람들은 고마움을 느끼는 일을 적어 내려가는데서 10개도 적어 내려가지 못한다고 한다.
50개나 100개 같은 큰 수도 아니고 고작 내 손가락 수 만큼인 10개도 못 채우랴 싶어 적어 내렸는데 정말 반도 못 채우는 나를 발견하였다.
고마워할 대상이 적다는 것은 행복함에 도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주위의 작은 그 무엇부터 감사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자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행복에 목숨 걸지라마>를 읽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책속에 나오는 다른 것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문장으로 보이지만 이글을 읽고 나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앞으로 분명하게 결심이 선다는 것이다.


p114: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분에 대해 약간의 여유를 줘야한다.함께 일하는 동료가 침울해 하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만 보아라.
그런 상황은 금방 지나간다.
우울한 기분을 추측하거나 확대하기보다 그대로 내려두라.
……
기분이 우울하면 그대로 받아들여라.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이유를 지나치게 분석하지마라.
폭풍우가 지나가듯 우울한 기분도 항상 사라진다.



내 주위의 한 사람은 자주 우울한 모습을 내게 보인다.
그럴 때 길면 일주일 조금 넘게 까지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모습이 불편하게 생각되어서 늘 그 사람의 기분이 왜 우울한지 또 우울한 기분을 위해 뭘 하고 싶은지 묻고 걱정하였다.
그러한 행동으로도 성이 차지 않아 언제쯤 우울함에서 벗어나 기분이 나아질까 하며 생각하고 걱정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데는 스스로의 결심이었고 내가 보인 노력과 관심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서 얼마나 괴로워하였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 기분을 '폭풍우' 라고 표현한 것은 무척 재미있다.
그 사람은 내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함을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스스로의 결심으로 우울함을 극복하였다.
기분은 나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폭풍우처럼 나를 덮쳤다가 빠져나간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는 해가 반드시 뜰 것이고 만약 무너지게 있다면 그것은 해가 뜰 때 복구하면 될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여태껏 행복하다고 믿어왔다.
어쩌다 찾아온 나에 대한 회의감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행복에 목숨 걸지마라> 를 읽으면서 내가 사소한 것으로 내 행복을 얼마나 묶어두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가 생각난다.
행복은 무소유처럼 가진 것을 탐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놈은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감정과 생각의 전환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 어떤 책보다 마음을 편안히 가지는 것만큼 '행복' 에 도달하기 위한 좋은 지름길이 없다.
행복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던 고맙고 감사한 책으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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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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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 열자에 공 구자를 쓴 열구(熱球).
열정을 다하여 던진 야구공 혹은 모든 내 나안의 열기를 담은 야구공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보았다.



<열구_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올해 우연히 처음 방문한 야구장에서 처음 야구를 접하면서 야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야구라면 재미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해버렸지만,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처음 간 야구장에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를 배워왔었다.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해보았고 응원했던 팀이 비록 상대팀에게 패배했을 때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뛰어주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느꼈다.
한번 재미를 붙이고 나니 더 빠져버려서 틈나는 대로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즐겨보는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야구에 관한 장편소설이라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 요지는 스오 출신으로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는 장남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의 아내 가즈미는 일명 '현대여성' 으로 결혼을 하였지만 계속 일을 하길 희망했고 또 사회에서 일을 하다보니 결혼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성씨를 쓰길 원하는

아는것이 많은 여자였다.
요지 부부 사이에는 미나코라는 똑 부러지는 초등학교 5학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요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그는 도쿄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스오로 내려오게 되었고 가즈미는 보스턴으로 좋은 유학기회가 있어서 떠나는 바람에

부녀 둘 밖에 스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 스오로 돌아와 혼자 남은 아버지를 모실지 도쿄로 다시 돌아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지 아무것도 결정 못하고 방황하던 요지는 슈코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가게야마를 만나게 되었다.


가게야마, 진구, 교코 그리고 요지.
스오에 남은 슈코출신 야구 동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요지는 20년 전 쓰라린 기억으로 선뜻 교코에게 마음을 열수 없었다.
그즈음 미나코는 도쿄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미나코의 '자존심'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고 학부모 참관회의에 참석한

요지는 미나코가 어떤 식으로 괴롭힘을 당하는지 지켜보고만 있었다.
요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한 학부모가 나서 도와주었는데 그것이 교코.
(책 줄거리 생략…….)



<열구_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좀처럼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책이 아주 느린 템포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집중하지 못했던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요지가 되어있었다.
요지가 고향 스오와 도쿄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게 느껴졌다.



나는 요지와 마찬가지로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p.92; 그런 곳이다, 여긴. 늘 동료 내에서 무리를 짓고, 튀는 것을 싫어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고, 작은 소리로 수군거린다.
내가 태어난 곳은 스오와 마찬가지로 출신 지역에 따른 응집력도 강하고 수군거림도 심하다.
오죽하면 어렸던 나에게 엄마는 이 동네는 '보는 눈'이 많은 곳이니 행동을 조심해라고 늘 주의를 줄 정도였다.
튀는 것을 싫어하고 평범한 것을 좋아는 것 까지 스오와 닮은 내가 태어난 곳은 남들과 다르길 좋아하는 그 곳에서는 가십거리가 없을 때는

대화의 도마에 올라가기도 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나는 대학을 가게 되면서 이곳을 떠나게 된 것을 아쉬워하지 않고 후련하게 떠나버릴 정도였다.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가 지극히 나와 요지사이의 동질감뿐인가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곧 하게 되었다.
결국 요지는 나와 달리 20년 전 교코와 오사무를 용서하였고 그래도 끝내 스오를 고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도쿄로 떠나는 것은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이니 그것은 고향 스오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 없다.
나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 곳을 좋든 싫든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열구'의 참된 의미인 져도 되고 이겨도 되는 잘 싸웠다는 것으로 충분한 말은 야구 이상으로 인생의 격려의 말을 얻어가는 것 같다.
또한, 요지의 성숙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나를 배워갔고 그의 과거 모습을 통하여 나를 바라보았던 내게는 의미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열구_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가 이렇게 내 마음을 파고 든 것은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두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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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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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의 번화가든 호젓한 산길이든 작은 마을이든 어디든지 혼자 걷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인지 늘 외국의 예쁜 마을이라든지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보고 기회가 될 때 다녀오고 했었다.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왜 그 동안 한국에 살면서도 우리의 길에 대하여 한번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이었다.
그랬다.
특별히 한국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는 늘 가까이에 있는 우리 것부터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걸까…….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가지를 소개하는 책을 펼치고 무척 깜짝 놀랐다.
200가지가 되는 걷고 싶은 길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가 소개되었다는 점도 놀라웠고,

내가 현재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낯선 곳이 소개되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렇게 내가 아는 지명, 가보았던 지명, 현재 살고 있는 곳 등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어내려 가다보니 '아, 여긴 정말 꼭 한번 가봐야지' 하는 곳들도 많았다.
그런 곳들에 플래그를 붙이다보니 그 수만 무려 30여 곳이 되었다.
플래그들이 수북하게 붙은 책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었네' 라고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함께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휴가를 받았었다.
가만히 집에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무더운 날씨여서 꼼짝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들 다 떠나는 휴가 나도 기분내자라는 마음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했는데, 가고 싶은 곳을 조사해두었던 것도 없고 마땅히 떠오르는 곳도 없었다.
문득 플래그를 붙여두었던 책이 생각나 뽑아 들고 그 중에서도 바닷길 위주로 찾아보았더니 '인천 옹진군 신시도(p.134)' , '인천 옹진군 덕적도(p.148)'

'전북 군산시 섬유도(p.176)' 등 가고 싶다고 붙여놓은 곳이 왜 그리도 많던지 ^^;
휴가인데 조금 피곤해도 되도록이면 멀리 다녀와 보자라며 떠난 곳이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p.178)' 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곳 마다 '걷기사전'이라는 책 제목 답게 걷는 여행코스 위주로 짜져있었는데,

내가 가고 자 했던 백수해안도로는 12.2Km의 3시간 30짜리 코스였다.
걷는 여행코스 답게 걸어서 여행을 했으면 좋았었겠지만, 함께 간 사람 중에 어린아이도 있었고 폭염경보가 내린 날이기도 하여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걸을 수 없겠다 판단되어 이동은 모두 차를 타고 하였다.

(이러면 걷기 사전의 의미가 없어지는 행동인가 ^^;)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추천된 곳은 백암전망대와 정유재란열부순절지, 칠산 전망대, 모래미해수욕장 4곳이었다.
이 코스 중에서 친산전망대를 제외하고 3곳을 방문하고 남은 시간은 또 다시 '걷기사전'을 펼쳐 영광군과 가장 가까운 다른 곳을 방문하였다.

역시 책에서 본 사진도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그 보다도 실제로 가서 보는 그림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명색이 책 제목이 <대한민국 걷기사전>인데, 걷지 않는 여행을 하고 와서 이렇게 글쓰니 이 책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대한민국 걷기사전> 에 소개된 곳은 각각 테마별로 묶여 찾기도 쉬웠고 또 특성별로 매겨진 별점으로 원하는 특성별로 먼저 찾아볼 수 가 있었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졌을까 하고 다시 한 번 놀라는 계기가 되었다.
걷기여행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데 이만한 책이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 이라는 단어는 설렘과 흥분을 주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게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여행에 필요한 갖은 비상약과 준비물, 가기 전에 짜둔 경로와 같은 다양한 것들로 부터 부담을 덜어주듯이 책속에는 거쳐봐야 할 곳과 코스,

시간 그리고 서울을 기준으로 찾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설명되어있다.
이 정도라면 내가 특별히 준비할 것 없고 하니 여행지침서로는 괜찮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이 200가지나 소개되는 이 책을 보게 된다면 더 이상 외국으로 눈돌리지 않게 된다.
우리 국내의 걷고 싶은 길을 정리해둔 <대한민국 걷기사전>은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당장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책장 어느 한쪽에 한권 꽂아두고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 때 혹은 걷고 싶을 때 펼쳐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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