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에센스 55 - 박종호가 이야기해 주는 오페라 55편 감상의 핵심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오페라라는 장르는 재미있어보여도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전문가의 음악해설을 이해하는데 만해도 다소 어렵게 느껴지면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페라는 마치 '나' 라는 사람은 접근 할 수 없을 것 같은 고급스러움이 느껴져 더 꺼려진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오페라만큼 재미있는 것은 또 없을 것 이라 생각된다.
음악과 연기 무대장치, 의상, 조명 등이 모두 어우러지는 일명 통합예술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하리만큼 화려함을 뽐낸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오페라에 관하여 내가 아는 오페라 그 이상으로 파고들고자 마음먹을 때 디딤돌 역할을 하는 책이 <오페라 에센스 55>라고 생각된다.
 
잘 접할 기회도 없고 심지어 관심마저 부족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은 '돈조반니'라던가 '나비부인' 혹은 '아이다',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제목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라든지 아리아 또는 합창에 대하여는 잘 기억나는게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긴 오페라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분면 음악을 들으면 "아! 이 노래가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거였어?" 라고 말할 것이다.
알고 보면 너무나 가까운데 어째서 오페라는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탄생한 오페라는 한 번 공연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우리말은 전혀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내용도 모르고 막연히 바라보게 된다면 재미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 기나긴 시간동안 그냥 앞만 쳐다보고 올 수 도 있다.
<오페라 에센스 55>는 많이 보고 누구라도 오페라에 조금만 관심가지면 알 수 있는 오페라 55선을 골라 작품의 줄거리와 특징, 꼭 들어봐야 할 아리아 그리고 추천하는 음악 CD와 DVD까지 담고 있다.
이정도 라면 오페라의 바이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를 입문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오페라에센스55>는 오페라를 시작하는 이들이나 기본부터 탄탄히 다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자세하게 오페라를 파고자 한다면 <불멸의 오페라 Ⅰ·Ⅱ>를 권하고 싶다.
 
내가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전에 음악시간에 오페라 듣기시험을 치면서 부터였다.
그 후로 내게 오페라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고 싶은 분 야중 하나였고 그래서 다양한 오페라를 접해보았지만, 자료와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가까이하고 싶어도 먼 그대'로 생각되게 되었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하여 기본적인 지식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 책에서 얻은 또 하나의 즐거움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드보르자크의 '루살라' , 레온 카발로의 '팔의 아치'와 같이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작품들을 보게 되면서 새로운 오페라에 눈의 뜨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오페라 무대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그 사진이 어느 무대의 어떤 장면이라고 간략한 설명이 하나도 없어 어떨 때 찍은 사진인지 너무 궁금하였다는 점이다.
사진 옆에 작은 설명이 달려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은이 박종호씨가 추천해준 오페라 CD 와 DVD 중 몇 가지를 구매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너무 사고 싶어서 사서 듣고 보게 되었는데, 어떤 점에서 추천하였는지 공감이 될 뿐만 아니라 당연하겠지만 책의 설명도 더욱 쉽게 이해되어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P6: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오페라에 대한 편견이 많으며, 아직도 그 토양은 얇다는 점 또한 느낀다.
박종호씨의 안타까움이 묻어나있는 서문을 읽으면서 나 역시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는 지루하고 어려울 뿐더러 재미도 없다는 편견으로 피하기에는 오페라 속에 놓칠 수 없는 재미있는 점이 너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페라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예술은 내 영혼 가득 들어와 빛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기초의 마련이 <오페라 에센스 55>가 아닐까.
오페라에 관하여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입문하는 이라면 일단 이 책을 추천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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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은 별하늘 아래 - 호쿠토 학원의 7대 불가사의 미스터리 야! 9
시노다 마유미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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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풀 꺾이고 있는 지금도 가장 재미있는 책은 단연 미스터리 책이다.
미스터리가 정점을 찍는 계절이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사계절 내내 재미있는 게 미스터리 소설이기 때문에 늘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어쨌든 '영 어덜트를 위한 미스터리 야! 시리즈 제 9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살펴본 책들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미스터리 책이라서 모든 책이 흥미로워 보였다.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읽어보자고 마음먹으면서 가장 먼저 택한 책은 <왕국은 별하늘 아래>이었다.
 
호쿠도 학원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하여 밝히는 중학생 세 명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어쩐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미스터리 책에서 동심의 기분을 느낄 것 같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지 몰라도 초등학교 어디에서나 있었던 책 읽는 동상이라든지 달리는 동상의 비밀이 떠올라 친근하게 느껴져 이 책으로 손을 뻗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앞서 순수한 마음으로 옛날을 생각하며 책을 선택한 것과 달리 호쿠토 학원이 품고 있는 비밀은 권력이 얽혀있는 다소 복잡한 문제였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런 미스터리였다면 허무했을지도^^;)
호쿠토 중학교 2학년 C반에 다니는 아키와 하루, 다츠는 호쿠토 토박이가 아니라서 학교에서 토박이들만이 알고 있는 무언의 비밀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 세 명의 아이들은 호쿠토 학원의 소문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을 정리해본 결과 단순한 전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쿠토 학원의 7가지 비밀을 풀기 위해 학교 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후와 여사에게 이야기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큰 이상함을 느끼고 직접 비밀을 풀기로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중학생이라는 어린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비밀을 풀기위하여 길을 나서는 모습이나 세 명의 성격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였다.
예전에 해리포터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이 어른들의 도움 없이 직접 비밀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흥분과 도전정신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을 읽었다.
마찬가지로 <왕국은 별하는 아래>에서도 아키와 하루, 다츠는 호쿠토 학원에서 달리 도움 없이 세 사람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인물설정에도 비슷한 점이 발견되어졌다.
<왕국은 별하는 아래>에서는 아키가 행동파인데 반하여 하루는 신중파로써 철저하게 자료를 조사한다.
이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은 다모츠가 맡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해리가 행동파이고 헤르미온느가 신중파가 된다.
중재자 역할은 론이 되기도 하고 해리가 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점만 어디까지나 비슷할 뿐이지 세부 설정은 다르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엄연히 다르다.
 
이 책에서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들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조금 더 아쉬웠던 점은 처음에 이들이 호쿠토 학원의 7대 비밀을 찾겠다고 나선 것과 달리 7대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학교의 권력과 뇌물 비서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면서 함께 7대 비밀이 풀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7대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이 뒤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다소 아쉽기도 했다.
원래 이들이 떠났던 이유처럼 단순히 호쿠토 학원의 비밀을 풀어나가는데서 더 큰 미스터리와 난관을 만났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왕국은 별하는 아래> 에서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세 아이의 모습 외에도 우정과 또 학교를 지켜나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면서 내가 학교를 자부심 가지고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미스터리 책이라서 가볍게 읽고 싶은 날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끝내 총장과 J 그리고 독일여성에 대한 셋의 관계라든지 학교 비밀에 대한 더욱 정확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더 찾아나가는 숙제를 받아나가는 모습으로 끝나지만, 영원히 아키와 하루 다모츠는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완벽한 종결인 듯 아닌 듯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할 거리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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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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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을 죽인 살인자의 딸과 가족의 죽임을 알게 된 피해자인 나 (아키바 가나코) 의 삶이 비슷하다는 책 표지의 글을 읽고 어쩐지 조금 섬뜩해져버렸다.

지구에 셀 수 없이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그 수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인데,

그 사람들 속에서 거울을 마주한 것처럼 닮은 사람이 하필이면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이라는 운명의 장난이라니.

처음에는 둘의 관계를 보고 '하필이면…….' 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삶과 피해자의 삶이 닮은 것은 어느 누구가리지 않고 똑같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아키바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가나코, 도모키. 나모키로 이루어진 다섯 가족이다.

가나코가 6학년 수학여행을 가게된 날 가나코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일가족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날부터 가나코는 웃는 것도 죽은 가족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갔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심홍에서 1장과 2장에서는 사건의 긴박함이 가득하여 읽으면서도 몸이 움츠러드는 것만 같았다.

1장에서는 수학여행을 갔던 가나코가 가족의 소식을 접하며 돌아오는 길과 심경을 묘사한 글을 다루고 있었다.

어린 가나코가 마주하기에는 감당되지 않는 충격이었을 텐데도 가나코의 울지 않는 차분한 모습은 앞으로의 가나코 인생에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잇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1장에서 한껏 가나코와 아키바가족의 무너진 인생에 슬퍼하다가 2장을 읽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둘 다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한쪽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지만, 이 책은 더 그렇게 다가왔다.

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아키바 가족을 살해한 쓰즈키 노리오의 상신서와 재판결과를 담은 글인데 상신서를 읽다보니 쓰즈키 노리오가 아비카가족을 살해했던 것은

'아키바씨가 그럴만한 행동을 했다'  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살인은 잘못되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쓰즈키씨를 그렇게 까지 몰고 간 것은 다름 아닌 아키바씨였다는 점에서 쓰즈키씨의 상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장부터는 사건보다는 피해자의 딸인 가나코와 가해자의 딸 미호가 만나게 되는 발돋움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책의 전반부보다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큰 사건도 없어 잔잔하기만 하지만 <심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가나코가 우연히 미호의 심경을 다룬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미호와 접근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3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리묘사가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된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이 책이 가진 힘은 이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할 만큼 대단한 표현력이라고 생각된다.

사건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심리를 놓치지 않는 것은 <심홍>이 다른 책과 어떤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두 사람 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거울처럼 닮은 삶 두개로 끝까지 설정해두는 것은

각자의 상처는 결국 내가 안고 극복해야하는 삶 중에 하나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P302: 가나코는 네 사람이 겪은 아픔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한편 사랑하는 이에게 얻어맞음으로써 그 아픔을 억지로 상상하려드는 인간이 여기에 있다.


  미호는 '네 시간' 이라는 트라우마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자신을 제어한다.

이 제어는 결국 오랫동안 은신처에 쌓아둔 분노로 변하게 된다.

이 분노의 화살은 결국 미호에게 쏘아지지만,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가나코에게도 동시에 쏘아지는 것이다.

미호의 아버지가 살인자 이었듯 그 피가 너에게 흐른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남편이 미호의 아이를 유산시키는 남자라면 "죽여 버리면 된다."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자신 주위에 다가오는 사람에게 미리 살인자의 딸이라는 것을 밝힐 만큼 그녀 또한 가해자의 딸로 고통과 외면당한 시선 속에 상처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녀는 가나코의 주문에 흔들리고 결국 넘어가게 된다.

 


4장: 가나코의 8년과 미호의 8년은 흡사 마주한 거울과 같다.길이와 각도만 다를 뿐, 상처의 깊이는...똑같이 느껴졌다.

 

  서로의 상처에 대한 이유는 다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상처를 안고 가는 삶에 가나코는 미호에게 남은 인생을 죄의식으로 살아가게 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미호와의 얽힌 운명의 사슬을 끊어낸다.

진정한 새 삶을 위해 서로 영원한 헤어짐을 택함으로써 각자 지난날의 상처로 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 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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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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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노예' 라는 다소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를 다룬 블루 노트북을 보고 절로 이끌리듯이 이 책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아동성노예라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몸을 파는 소녀가 존엄성을 지키는 모습이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데서 놀라웠기 때문이다.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몸을 파는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꿋꿋하게 지켜나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해 전에 뉴스를 통해 인도에서는 너무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사창가에서 자신의 몸을 파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속에서는 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가 어린아이라고 하여 놀랐던 기억이 난다.
유치원에 다닐 것 같은 꼬마도, 초등학교에 다닐 것 만 같은 여자아이도 살기위해서 그런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녀들의 손님들 중에는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포함되어있다고 말하며 보도를 마쳤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바툭' 이라는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좀 더 나은 나의 삶에 희망을 느끼며 그녀가 놓치지 않았던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하여 의지가 보여주는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주인공 바툭은 어리고 예쁜 소녀이다.
그녀는 어느 날 가족들과 떨어져 커먼가로 가서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케이크 굽기' 라고 부르면서 몸파는 일을 하며 히포 마마키의 마음에 쏙 들도록 잘 구워진 케이크를 만들면서 그 대가로 밥을 먹는다.
이곳에서 바툭의 생활은 시간도 이름도 없는 그런 생활이지만 노트에 닳아가는 연필을 아까워하며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지킨다.



바툭은 비로 몸을 파는 아이지만, 그녀의 영리함은 곳곳에 나타난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살아남기 위하여 남자들 (힘이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거슬리지 않도록 재빠르게 행동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글로 옮겨져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모든 게 바툭이라는 어리지만 당찬 소녀가 가진 힘이 아닐까한다.



이 글을 쓴 지은이 제임스 A.레바인은 두 딸을 둔 중년의 남성이다.
하지만 <블루노트북> 안에서 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중년의 남성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완벽하게 열다섯 살 소녀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한다.
참혹한 현실에서도 소녀다움과 어린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바툭을 보며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졌으나 그 모습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처연해 보이기 까지 했다.



바툭의 노트 속에는 그녀가 쓴 동화라든지 시가 몇 편 등장한다.
소설 속에 담긴 또 다른 글들은 그녀가 노트 속에 써내려가는 일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 또는 슬픔이 모두 묻어나 액자형식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러한 것들은 바툭이 표면적으로는 이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들을 만나고파하는 어린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해주었다.



P358: 오늘 밤, 나는 깊은 잠을 잘 것이다.
모자 장수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일이면 기력을 되찾아 마침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꿈속에서 모자장수와 만나는 것으로 <블루 노트북>은 끝이 난다.
즉, 바툭이 어린나이로 결국 죽게 된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다양한 시련과 이겨내려는 의지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는 그토록 불안하게 생각하였던 모자장수의 꿈으로 죽음을 마무리한다.
모자장수 꿈은 바툭에게 예사 꿈이 아니다.
사창가로 오게 되면서 종종 꾸게 되는 그 꿈 뒤에는 늘 기분 나쁜 일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바툭은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밤까지도 이야기와 시를 남기고 가는 모습은 그녀가 의지할 곳을 글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글이 갖는 힘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 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우리에게 '글쓰기'는 생활이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툭에게 있어서는 그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였다.
글쓰기가 갖는 힘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을 보았던 책이 이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민감하면서도 불편한 소재 안에는 아동성폭력, 글쓰기의 힘, 인간의 의지와 같은 다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처연하도록 아름다움' 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며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기억될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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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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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라는 생소한 작가가 쓴 <딩씨 마을의 꿈>은 중국장편소설이다.
평소 중국소설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생소하고 낯선 글이지만, 판금조치를 당하고 무섭도록 섬뜩한 피로 흥하고 망한다는 이야기에 이 책으로 손이 절로 뻗어나갔다.
현실과 판타지의 결합이라는 오묘한 결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시종일관 신비감과 낯선 느낌을 전해주었다.



'매혈'로 부자가 되고 '매혈'로 인하여 세상을 달리한다.
정부에서 내린 피를 사들이는 사업은 얼핏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피를 팔면 그 피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어지러운 이들에게 무료로 야채를 나눠준다.
처음에는 매혈을 꺼려하던 딩씨 마을 사람도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너도나도 매혈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딩씨마을의 저주는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딩후이가 국가에서 사들이는 것 보다 좀 더 비씨가 사들이자 주민들은 너도나도 딩후이에게 피를 팔았다.
그리고 딩후이는 사들인 피를 다시 파는 것으로 이익을 남겼다.
이 와중에 딩후이는 주시가 하나를 세 번 쓰고 소독 솜을 세 번 세 사람에게 쓰면서 마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신약도 없이 열병이라는 병에 걸려죽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었고 마을은 딩후이를 저주하기 시작했다.
이 열병이 에이즈였다.



<딩씨마을의 꿈>에서는 현실과 판티지 외에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마을사람들은 딩후이를 저주하였고 그들은 그의 닭, 돼지, 그리고 아들까지 죽였다.
아이들은 선생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학교에서 일을 도맡아 했던 딩후이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 담벼락 밑에 묻혔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옌롄커는 이 소년을 소설 속 화자로 등장시켰다.
모든 이야기의 흐름은 이 아이의 눈을 통해 일어났는데 그래서인지 이 무서운 이야기가 아이의 눈에 순수하게 투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옌롄커의 소설 특징 중에 하나인 '판타지와 사실'이 합쳐진 듯 한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P460: 고금을 막론하고 중국문학에서 가장 결핍된 요소는 비극의식과 참회의식이다.
...
희극에 강한 반면 비극에 약한 것이 중국의 문화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비극에 약한 것이 중국문화 즉, 문학이고 그렇기 때문에 옌롄커의 문학은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딩씨마을의 꿈>은 열병(에이즈)에 결린 사람들이 결국 그들끼리 어떻게 뭉쳐 살게 되는지 또 그 속에서의 이기적인 모습들과 사랑하려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받는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P81: 마샹린은 우리 할아버지가 정말로 신약이 없다는 말을 하자마자 '콰당'하고 고꾸라진 것이다.
입가에는 피가 한 가닥 흘러나와 있었고 코에서도 피가 두 가닥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샹린은 열병에 걸린 사내였다.
그는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으나 할아버지의 신약이 있다는 말에 병이 다 난 것처럼 연주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이 의지할 곳을 잃자 바로 죽어버렸다.
인간의 의지력에 관한 굉장히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죽음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이 책속에는 그런 장면이 수십 번도 더 나타나는데 계속 읽어내려 가다보면 문득 나도 딩씨마을 사람처럼 죽음에 무덤덤해지는 느낌이 든다.



할아버지의 꿈은 판타지세계이다.
꿈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이다.
그리고 배경은 꿈이 잔인하든 그렇지 않든 늘 화사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현실로 이어지는 구조를 띈다.
고통과 절망에 대하여 가득한 이 책은 옌롄커의 작품이 중국에서는 특이할 뿐만 아니라 '판타지리얼리즘' 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째서 이 책이 중국에서 판금조치를 당하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하여 한국독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옌롄커가 하였던 말은

P7: 이 작품이 똑같은 조치를 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중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금기를 범했고' '민감한 사인을 건드렸기'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라는 것으로 끝난다.



고통, 절망, 판타지만 있을 뿐 희망이 없는 것은 어떠한 결과와 이야기를 낳는지 확인하는 작품이 <딩씨마을의 꿈>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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