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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새로운 도시의 번화가든 호젓한 산길이든 작은 마을이든 어디든지 혼자 걷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인지 늘 외국의 예쁜 마을이라든지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보고 기회가 될 때 다녀오고 했었다.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왜 그 동안 한국에 살면서도 우리의 길에 대하여 한번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이었다.
그랬다.
특별히 한국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는 늘 가까이에 있는 우리 것부터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걸까…….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가지를 소개하는 책을 펼치고 무척 깜짝 놀랐다.
200가지가 되는 걷고 싶은 길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가 소개되었다는 점도 놀라웠고,
내가 현재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낯선 곳이 소개되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렇게 내가 아는 지명, 가보았던 지명, 현재 살고 있는 곳 등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어내려 가다보니 '아, 여긴 정말 꼭 한번 가봐야지' 하는 곳들도 많았다.
그런 곳들에 플래그를 붙이다보니 그 수만 무려 30여 곳이 되었다.
플래그들이 수북하게 붙은 책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었네' 라고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함께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휴가를 받았었다.
가만히 집에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무더운 날씨여서 꼼짝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들 다 떠나는 휴가 나도 기분내자라는 마음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했는데, 가고 싶은 곳을 조사해두었던 것도 없고 마땅히 떠오르는 곳도 없었다.
문득 플래그를 붙여두었던 책이 생각나 뽑아 들고 그 중에서도 바닷길 위주로 찾아보았더니 '인천 옹진군 신시도(p.134)' , '인천 옹진군 덕적도(p.148)'
'전북 군산시 섬유도(p.176)' 등 가고 싶다고 붙여놓은 곳이 왜 그리도 많던지 ^^;
휴가인데 조금 피곤해도 되도록이면 멀리 다녀와 보자라며 떠난 곳이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p.178)' 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곳 마다 '걷기사전'이라는 책 제목 답게 걷는 여행코스 위주로 짜져있었는데,
내가 가고 자 했던 백수해안도로는 12.2Km의 3시간 30짜리 코스였다.
걷는 여행코스 답게 걸어서 여행을 했으면 좋았었겠지만, 함께 간 사람 중에 어린아이도 있었고 폭염경보가 내린 날이기도 하여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걸을 수 없겠다 판단되어 이동은 모두 차를 타고 하였다.
(이러면 걷기 사전의 의미가 없어지는 행동인가 ^^;)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추천된 곳은 백암전망대와 정유재란열부순절지, 칠산 전망대, 모래미해수욕장 4곳이었다.
이 코스 중에서 친산전망대를 제외하고 3곳을 방문하고 남은 시간은 또 다시 '걷기사전'을 펼쳐 영광군과 가장 가까운 다른 곳을 방문하였다.
역시 책에서 본 사진도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그 보다도 실제로 가서 보는 그림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명색이 책 제목이 <대한민국 걷기사전>인데, 걷지 않는 여행을 하고 와서 이렇게 글쓰니 이 책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대한민국 걷기사전> 에 소개된 곳은 각각 테마별로 묶여 찾기도 쉬웠고 또 특성별로 매겨진 별점으로 원하는 특성별로 먼저 찾아볼 수 가 있었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졌을까 하고 다시 한 번 놀라는 계기가 되었다.
걷기여행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데 이만한 책이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 이라는 단어는 설렘과 흥분을 주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게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여행에 필요한 갖은 비상약과 준비물, 가기 전에 짜둔 경로와 같은 다양한 것들로 부터 부담을 덜어주듯이 책속에는 거쳐봐야 할 곳과 코스,
시간 그리고 서울을 기준으로 찾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설명되어있다.
이 정도라면 내가 특별히 준비할 것 없고 하니 여행지침서로는 괜찮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이 200가지나 소개되는 이 책을 보게 된다면 더 이상 외국으로 눈돌리지 않게 된다.
우리 국내의 걷고 싶은 길을 정리해둔 <대한민국 걷기사전>은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당장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책장 어느 한쪽에 한권 꽂아두고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 때 혹은 걷고 싶을 때 펼쳐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