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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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란 작가의 A를 읽기 전 이 책이 1987년 일어났던 오대양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인 책이 A라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발생한 오대양사건이라 어떠한 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고 오대양사건을 찾아보게 되었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다가 1991년 오대양 종교집단의 신도 몇 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이 얼마간 밝혀지는 듯 보였으나 결국 여러 가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대양 사건이 꽤나 미스터리한 사건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더 A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속의 시멘트 공장 '어머니' 는 이모들과 엄마 또 그녀의 자식들에게 까지 그동안 맛보지 못하였던 안정과 일거리 그리고 숙식 할 곳을 제공해 주었다.
이모들과 엄마는 이곳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러나 모두 한결같이 아버지를 입에 담지 않는 다는 규율 아닌 규율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은연언니에게 할멈이라 불리는 '나' 또한 그러한 황경에서 자랐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마을에서 신신양회집 아이들이라 불리었다.
 


  시작부터 조금 기묘한 <A> 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처음에는 잘 이해도 되지 않고, 어쩐지 '엄마와 이모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속에 숨겨진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아

책장을 넘기는 것이 무서웠다.
엄마와 이모들을 비롯한 삼촌들이 어느 날 한곳에서 습하고 축축한 손에 의하여 단 한마디 반항도 없이 그렇게 죽어나갔다는 이야기가 진행될 쯤 나는 책을 잠시 덮어두었다.
결국 이렇게 기묘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일이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현장에 주인공 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내가 장님이라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 판단하여 살려두는 것으로 결정내리고

죽은 사람들을 분류해두고 자리를 떠났다.
이 사건으로 신신양회의 몰락을 의미하였고 그 결과 신신양회집 아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만 정인언니의 광고로 인해 신신양회 2대 아이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이 책이 특별히 기묘하게 여길만한 요소라던가 섬뜩하게 생각할 만한 요소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서 자꾸 기묘함과 섬뜩함을 느꼈다.
칼처럼 한쪽은 무디지만 반대쪽이 날카로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평화롭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칼날처럼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나' 가 눈이 안 보이는 장님이 되고 태어난 날을 모두 기억하는 (믿거나 말거나 였다.) 여자라는 설정 또한 어쩐지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어머니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공사는 폐타이어와 같은 산업폐기물 시멘트로 마을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자금문제도 터지자 결국 공사를 날리게 되었고

신신양회는 몰락이라는 끝을 보게 되었다.
그 후 다시 모인 이모의 아이들과 신신양회몰락과 그들의 어머니와 삼촌의 집단죽음에 대해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지난 옛날처럼 모여 살며

그 속에서 어머니가 준 것 과 같은 평화를 누리고자하였다.
이들이 어머니들과 다른 점이라고는 아무 남자나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우수한 유전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 책을 마무리 지어갈 때쯤 슬슬 이 모든 사건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읽었던 것은 <A>에 등장하는 모두가 자신이 만들어가는 행복이 아닌 누군가로 인해 제공되는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닐까한다.
또 그 당시의 신신양회가 묶어준 결속력이 엄마와 이모라는 1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정인언니, 은영언니 등과 같은 인물들에게 내려왔다는 점,

또 그들은 그것을 3대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점이 이 책을 두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띠지에서 <A>에 대해 천사(angel)인가, 아마조네스(amazones)인가, 간통(adultery)한 자들인가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결국 이 책의 A는 세계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라고 생각한다.
 


  하성란 작가의 <A>는 한국작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미스터리하고 또 특유의 결속력과 탄탄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있다 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한마디로 정리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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