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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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이라는 아련하고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드디어 그리워할 것 만 같은 느낌을 주는 새벽녘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부제목이 자전거를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한다는 것.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나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알 수는 없지만,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길 위의 인생’ 이라는 느낌이 물씬 느껴져 망설임 없이 책으로 손을 뻗었다.


4페이지에서 지은이 이종환의 서문으로 길, 인생, 여행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떤 의미로는 이종환씨가 가득히 긴 문장으로 써내려간 삶에서 먼저 압도되었다고 말하여도 충분하다.
자전거와 길 그리고 삶을 통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이 여행을 통해서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서문에 고스란히 정리되어 담겨 내마음속에 콕콕 박혀 들어왔다.


P7: 이 여행에 어떤 목적이 있다면, 목적이 없다는 바로 그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정해진 길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나는 자전거와 더불어 이리저리 끌리다가 어느 순간 사물과 풍경에 꼴리고 급기야 매혹 앞에 무릎을 꿇을 뿐.
끌리고 꼴리고 꿇을 뿐.


그의 일정과 거쳐 간 곳들이 서문을 다음으로 차례차례 등장한다.
내가 다녀온 길도 아니고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지만, 나는 마치 내가 다녀온 길 마냥 꼼꼼하게 읽어가며 마음을 다잡는다.
직접 떠난 여행은 아니지만 이 책의 끝에는 나도 숨가빠하며 그 어떤 것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의 여행 일정 속에 담긴 글은 마치 일기처럼 그리고 지난 자신을 돌아보듯이 써내려간 글처럼 보인다.
담겨있는 사진과 그리워하는 것, 추억하는 것 또한 딱 그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낡은 느낌을 풍겼다.


P35: 망한 휴게소의 망한 음식점이다. 문은 굳게 닫혔으나 내부는 활짝 열려있다.
투명하다.
그 투명함이 외부를 내부로 받아들인다.
외부 너머 외부의 그 투명함이 인간과 사물을 시적으로 변용한다.
의미는 가라앉고 이미지만 떠 있는 세계.
재배치된 그 세계의 질서는 낯설지만 기이하게 따뜻하다.
저토록 풍부한 폐허라니!


여행 속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누구에게 쫓기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나누어도 줄지 않는 햇살과 달린다.
그 달림 속에서 자유가 느껴져 내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것도 잊고 내일부터 자전거를 한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두 바퀴위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으로 오금이 저려서 금세 포기하였다^^;)

여행은 출발과 동시에 설레면서도 후회이다.
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 곳곳에서는 ‘집떠남’의 후회이기보다는 잘못 든 길에 대한 후회라든지 사사로운 후회가 눈에 띈다.
사사로운 것들.
삶의 무게를 내려두고 사사로운 것에 기뻐하고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나 이리저리 얽혀있는 세상사 속의 무게.
여행은 그 모든 것을 훌쩍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반 여행도 아닌 자전거와 함께 전국 일주이다 보니 시간이 흘러 갈수록 몸이 지쳐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후회와 힘든 시간을 써 내려가는 손길에 고단함이 묻어난다.
이 또한 평소와의 다른 여행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일 것이다.
<마침내 그리움>은 자전거 일주 속의 힘든 점도 좋은 점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청평-미로 속으로 라는 것으로 자전거 일주는 마무리된다.
자신이 원래 살던 곳을 미모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서울로 진입하며 그는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을까.
책 속의 글로 담아내지 못했을 그네의 마음이 문득 궁금해졌다.


P245: 불야성으로 반짝이는 네온의 거리가 살아야할 내 터전이다.
저 인공의 빛 속에서 어쨌든 부나비처럼 움직여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고, 길이며, 안고 가야할 그리움이다.


그의 그리움은 결국 삶을 움직이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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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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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스스로가 내 입으로 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컬러 오브 워터>를 보면서 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컬러 오브 워터>의 부제는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다.
흑인아들과 백인어머니라는 조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흑인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 두 조합에 놀랐던 이유는 '아직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백인과 흑인과의 관계였다.
 


  <컬러 오브 워터>의 저자 제임스 맥 브라이드는 이 글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가 그의 어머니인 루스 맥브라이드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이야기와 한 챕터(chapter)씩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의 에세이는 얼핏 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책 표지에서도 써져있듯이 10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 세계 20개 국 번역출간, 미국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하였다고 할 만큼 읽어보고 느낌 이 책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문구들을 읽으면서 그렇게 까지 대단한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별 생각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한 장씩 얇은 종이를 넘길 때 마다 이 책이 주는 진정한 의미와 자라나는 내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컬러 오브 워터>는 흑인과 백인과의 가족이라는 다인종가족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 인종문제에 관하여 솔직하고 진솔하게 직면하고 있었다.

인종문제가 가볍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피부에 와 닿게 느껴보지 못하여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나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등장인물인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이라던지 루첼 드와즈라 질스카 (레이철 데보라 실스키), 제임스 등 모두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경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제임스의 어머니인 루스의 이야기는 그녀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던 억압적인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을 통하여 받은 고통과 그 당시의 차별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놀라운 것은 몇 십 년 후에 루스의 아들로 태어나는 제임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으므로 억압적인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여전히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루스와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특히 제임스가 학교를 다니는 시기부터 그의 어머니와 친구들의 어머니가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는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놀랍기 까지 하였다.


 

p19: 몇 주가 지나 학교에 가는 두려움이 점차 잦아들면서 엄마가 어딘지 다른 애들의 엄마와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채기 시작했다.
그가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곳곳에 나타난다.
다인종문화가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자랄 무렵만 하여도 다인종으로 구성된 가족은 보기 드물었다.
그래서 같은 인종인 엄마와 내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런 문제로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종종 필리핀 엄마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 아이들 또한 제임스와 같이 인종적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이 아닐지 하는 걱정이 든다.
 


  '차별' 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에세이를 통해 풀어낸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루스의 엉뚱한 모습이라던지 그녀가 학대, 편견, 방황 등 다양한 시련을 겪고도 일어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 까지 하다.
그녀가 피부색에 얽히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친구하고 파 했던 친구들을 보면 브루클린의 레드훅 주택잔디에 사는 가난한 노동계급, 막노동꾼,

제빵사, 도넛 만드는 사람, 할머니들, 소울 푸드를 만드는 열혈 신도들이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즉, 진정한 의모로 내면이 반짝반짝 하얗게 빛나는 사람과 친구하고 하는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뚜렷한

생각과 원칙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책 가득히 감동과 사회적인 문제 그리고 간간히 섞인 웃음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인종 차별이라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고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보여준다.
그것인 단지 '색깔'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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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살인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3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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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래디 골드의 세 번째 시리즈인 <카사노바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글래디 골드로 그녀는 75살의 ‘할머니’ 탐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모티브로 썼다고 말한 만큼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친근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글래디 골드라는 캐릭터는 너무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함으로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카사노바 살인사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글래디 뿐만 아니라 모두 흥미롭다.
나이가 다들 70대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아니, 할아버지 할머니 맞아?”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들은 젊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글래디가 중심이 되어 그녀의 친구들과 사설탐정을 차리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어딘지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친근하게 느껴져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일으킨다.

 

  이번 책의 중심사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나이는 많지만, 어쨌든 이 두 분은 서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르며 사랑하는 사이였다.
(이 책에서는 황혼의 로맨스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황혼의 사랑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런데 어느 날 줄리엣, 즉 에스더가 쟈쿠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명이 다하여 죽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 에스더의 남자친구가 수상하다며 글래디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의뢰를 해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뢰를 받고 진지하게 온 신경을 의뢰받은 일에 신경을 쓰며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들은 종횡무진 했어야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그녀들의 독특한 수사방법에 빠져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된다.
만약, 이 책이 일반 추리소설과 똑같았다면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으리라.
황혼의 ‘걸’ 들이 사건을 위하여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녀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엉뚱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사건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유쾌한 미스터리’ 라고 책 표지에 써놓았듯이 그것을 확신하지 못하는 독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한다.

  <카사노바 살인사건>에서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그녀들의 즐거운 추리수사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녀들은 ‘노인’ 이라는 신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게 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사랑을 하고 젊은 사람들처럼 남자의 이것저것 따지기도 하고 심지어 뻥 차주기까지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되지 않으면 비 내리는 거리를 우산 없이 걸어 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여전히 여자이고 남자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탐정 글래디골드시리즈는 이번이 세 번째로 출간되는 것이다.
앞서 출간돼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작가 리타 란킨이 만들어낸 상황과 인물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먹게끔 만든다.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워 활동하는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안목과 수사력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또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이 책을 매력 있게 만들어 준다.

각각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글래디 골드와 글레디에이터들을 보면 늙는 것도 이렇게 늙을 수만 있다면 멋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쾌한 추리소설’과 ‘황혼의 멋’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 책은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P493: 늙는 것이 죄라고 누가 말했나?
노년의 시간은 드물게 찾아오는 달콤함과 사랑 그리고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있지만 언제나 놀랄 일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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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처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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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acher'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프리처라는 말을 풀어보면 전도사(목사)의 의미가 된다.
목사와 추리소설이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신선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책은 <프리처>가 처음이지만 그녀가 전해주는 이 어울리지 않는 낯선 두 조합은 충분히 재미있음을 외치고 있었기에 호기심 가득 품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표지가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로 생각된다.
미스터리 스릴러다운 표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족할 만큼 멋진 느낌을 전해준다.
공포심으로 가득 찬 두 눈동자와 그와 대비되는 하얀 비둘기라니.
책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더 궁금해졌다.

소년이 여자들의 시신을 왕의 협곡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타눔스헤데 경찰관들이 사건을 확인하러가면서 한 구 라고 생각하였던 시신 밑에 2구의 부러져 조각나 뼈들이 있었다.
오래된 것이기는 하나 위의 것과 부러진 위치가 똑같은 것으로 보아 시신 세 구에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결정이 내려지게 이르렀다.
타눔스헤데 경찰서의 멜베리서장은 파트리크를 수사반장으로 앞세워 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그 어떤 것도 밝혀진 것이 없어 수사에 대해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할 때, 이들에게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캠핑 온 소녀 옌뉘가 히치하이킹 이후 실종되었다는 것.
옌뉘가 지난 시신들과 관계있다는 단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아니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그들은 다시 열심히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종횡무진 하던 수사는 결국 모든 것은 훌트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의 가운데 서 잇는 훌트가는 오래전 에프라임(가브리엘과 요한네스의 아버지)이 위대한 전도사를 하여 장님은 눈을 뜨게 해주고 걷지 못하는 자에게는 걸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을 계기로 한 부자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받고 이 쇼를 관두게 된다.
가브리엘과 요한네스의 손으로 낫게 해주었던 이 능력들이 어느 날 "사라졌다"라는 한 마디로 연극은 문을 내린 것이다.
이후 두 소녀의 실종. 죽음과 동생 요한네스가 연관 있다며 가브리엘이 경찰에게 말한 후 요한네스는 자살하게 된다.

24년 이후 다시 모방범죄(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모방범죄라는 것을 알았지만)가 일어나 수사하던 파트리크는 훌트가에서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범죄소설 중에 이렇게 치밀하게 짜여있는 책은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듯 했다.
특히 1979년에 소녀들이 실종이후 갇혀 있으며 고통 받던 심리묘사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이었다.
소녀들이 느꼈을 극한의 공포와 또 시간에 따른 체념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모든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고립'이라는 공포였다.
그 어떤 다른 장치 없이도 '고립'이라는 가장 두렵고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인간의 심리를 잘 드러내었고 또 묘사에도 탁월 하였다.
P303: 이제 그들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샴쌍둥이처럼 서로 꼭 끌어안고, 사랑 반 증오 반으로 결합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둠 속에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다음에 그가 나타나면 서로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고통 받길 바라면서 적대심을 갖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소재라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신에게 능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감격하고 또 그 능력을 다시 되돌려 받기 위해 이유 없는 소녀들을 재물로 받치며 죽여 나갔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범죄자를 두고 '싸이코패스'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믿고 또 그 능력을 되찾는 것일 테다.
무고한 소녀들을 재물이라는 이유로 죽이고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른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오래전에 선보였던 쇼로 인하여 망가져버린 두 명의 사람이 <프리처>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이 두 사람의 이상스러운 인생도 흥미롭지만, 훌트가에 있는 반전을 거듭하는 비밀들 또한 <프리처>를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큰 사건 속에 너무 몰입되지 않도록 레크베리는 언니를 부러워하는 안나라던지 파트리크와 결혼한 에리카, 멜베리서장의 우편신부 등 사건 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집어넣음으로써 사건의 긴장감과 이야기템포를 조절하는 그녀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추리소설은 처음 읽어보았지만, 이 한권으로 그녀에게 대단히 매료되었다.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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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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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이켜보면 오래된 노래이지만, 여전히 노래방에서 애창곡 순위 5위 안에 드는 체념이라는 곡의 가수인 빅마마.
빅마마의 노래는 이외에도 짙은 호속력 강한 목소리로 다양한 명곡이 많다.
가수 빅마마의 멤버 이지영씨 콜링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심 반가웠다.
내가 반가워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웠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세이 이었다는 점과 그녀의 색이 묻어나는 생각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으리라,

 

 

  보라색의 옷을 입고 있는 <콜링> 책을 보며 표지의 CALLING을 따라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그려보았다.
intro를 시작으로 그녀의 터키여행은 시작되었다.
이 책이 일반 여행서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이지영씨가 좋아하는 노래를 가사와 그 이유까지 함께 싣고 있다는 점.
어쩐지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역시 여행이라면 음악을 뺄 수 없다는 점과 그녀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는 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책 속의 추천된 곡과 함께 책을 읽어 내려가면 책은 더욱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p37: 내 마음은 여러 가지 모양,
세모, 네모, 별모양, 울퉁불퉁...뾰족뾰족
동그라미

...

내 마음은 여러 가지 모양,
육각형, 팔각형, 십이각형, 다다각형...다다다각형,
동그라미

 

 

  터키하면 다른 건 몰라도 한국과 형제나라인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p70에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일할 때 한국인들이 이유 없이 욕을 하기도 하는 것을 들었다는 터키인의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안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인은 한국인이며 한국에서 더 좋았던 기억이 만아서 아직도 좋다고 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미안해져버렸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맺는 소중한 인연과의 사진을 보며 나도 이지영씨처럼 터키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은 하나의 충동으로 가는 것이라던데, 나도 이 사진 하나로 당장 떠나고 싶어졌다.

터키로…….

 

 

  책 중간 중간에 터키아이들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p88에 나온 빨간 혀를 날름 내밀고 까만 머리에 까만 눈동자의 꼬마 소년의 모습은 책을 덮었는데도 계속 생각이 난다.
이지영씨가 담아온 터키는 순수함과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 가득이다.
또, 그 속의 이지영씨의 생각들 또한 터키의 느낌들과 같은 것이었다.

 

 

p94: 같이 산다는 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서로를 해치지 않는 것.

 

 

  터키에도 한국처럼 길고양이, 길 강아지가 많다는 말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반려동물을 길거리로 내모는 문제는 우리뿐만이 아니구나했었는데,

우리와 달리 장사를 방해하여도 쫓아내는 않는 모습과 혹시라도 자주 올까봐 음식을 주지 않는 우리와 달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에 감동해버렸다.
같이 산다는 것, 그렇게 사소한 것으로 부터 정을 나누며 시작하나보다.

 

 

  힘을 주는 이름을 수첩에 써들고 다녔다는 말에 나도 몇몇 이름을 써보았다.
이 이름들이 힘을 주었다는 이지영씨와 다르게 나는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고 미안해졌다.
이사도라 덩컨의 이름을 썼던 그녀와 달리 엄마이름을 써서 그런가.
어쨌든, 엄마에게 미안하지 않게 열심히 모든 일에 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른 의미이지만 나도 힘을 얻게 되었다.

 

 

  여행 에세이 <콜링> 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이지영씨의 깊은 생각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순수했는지 또 힘이 있는 여자였는지 몰랐다.
그녀의 일러스트와 사진들, 생각이 담긴 글은 책 표지에 쓰인 것처럼 내영혼의 외침이었고 소원대로 멀리멀리 나에게 닿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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