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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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이라는 아련하고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드디어 그리워할 것 만 같은 느낌을 주는 새벽녘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부제목이 자전거를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한다는 것.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나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알 수는 없지만,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길 위의 인생’ 이라는 느낌이 물씬 느껴져 망설임 없이 책으로 손을 뻗었다.


4페이지에서 지은이 이종환의 서문으로 길, 인생, 여행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떤 의미로는 이종환씨가 가득히 긴 문장으로 써내려간 삶에서 먼저 압도되었다고 말하여도 충분하다.
자전거와 길 그리고 삶을 통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이 여행을 통해서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서문에 고스란히 정리되어 담겨 내마음속에 콕콕 박혀 들어왔다.


P7: 이 여행에 어떤 목적이 있다면, 목적이 없다는 바로 그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정해진 길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나는 자전거와 더불어 이리저리 끌리다가 어느 순간 사물과 풍경에 꼴리고 급기야 매혹 앞에 무릎을 꿇을 뿐.
끌리고 꼴리고 꿇을 뿐.


그의 일정과 거쳐 간 곳들이 서문을 다음으로 차례차례 등장한다.
내가 다녀온 길도 아니고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지만, 나는 마치 내가 다녀온 길 마냥 꼼꼼하게 읽어가며 마음을 다잡는다.
직접 떠난 여행은 아니지만 이 책의 끝에는 나도 숨가빠하며 그 어떤 것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의 여행 일정 속에 담긴 글은 마치 일기처럼 그리고 지난 자신을 돌아보듯이 써내려간 글처럼 보인다.
담겨있는 사진과 그리워하는 것, 추억하는 것 또한 딱 그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낡은 느낌을 풍겼다.


P35: 망한 휴게소의 망한 음식점이다. 문은 굳게 닫혔으나 내부는 활짝 열려있다.
투명하다.
그 투명함이 외부를 내부로 받아들인다.
외부 너머 외부의 그 투명함이 인간과 사물을 시적으로 변용한다.
의미는 가라앉고 이미지만 떠 있는 세계.
재배치된 그 세계의 질서는 낯설지만 기이하게 따뜻하다.
저토록 풍부한 폐허라니!


여행 속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누구에게 쫓기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나누어도 줄지 않는 햇살과 달린다.
그 달림 속에서 자유가 느껴져 내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것도 잊고 내일부터 자전거를 한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두 바퀴위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으로 오금이 저려서 금세 포기하였다^^;)

여행은 출발과 동시에 설레면서도 후회이다.
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 곳곳에서는 ‘집떠남’의 후회이기보다는 잘못 든 길에 대한 후회라든지 사사로운 후회가 눈에 띈다.
사사로운 것들.
삶의 무게를 내려두고 사사로운 것에 기뻐하고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나 이리저리 얽혀있는 세상사 속의 무게.
여행은 그 모든 것을 훌쩍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반 여행도 아닌 자전거와 함께 전국 일주이다 보니 시간이 흘러 갈수록 몸이 지쳐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후회와 힘든 시간을 써 내려가는 손길에 고단함이 묻어난다.
이 또한 평소와의 다른 여행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일 것이다.
<마침내 그리움>은 자전거 일주 속의 힘든 점도 좋은 점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청평-미로 속으로 라는 것으로 자전거 일주는 마무리된다.
자신이 원래 살던 곳을 미모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서울로 진입하며 그는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을까.
책 속의 글로 담아내지 못했을 그네의 마음이 문득 궁금해졌다.


P245: 불야성으로 반짝이는 네온의 거리가 살아야할 내 터전이다.
저 인공의 빛 속에서 어쨌든 부나비처럼 움직여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고, 길이며, 안고 가야할 그리움이다.


그의 그리움은 결국 삶을 움직이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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