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처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The Preacher'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프리처라는 말을 풀어보면 전도사(목사)의 의미가 된다.
목사와 추리소설이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신선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책은 <프리처>가 처음이지만 그녀가 전해주는 이 어울리지 않는 낯선 두 조합은 충분히 재미있음을 외치고 있었기에 호기심 가득 품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표지가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로 생각된다.
미스터리 스릴러다운 표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족할 만큼 멋진 느낌을 전해준다.
공포심으로 가득 찬 두 눈동자와 그와 대비되는 하얀 비둘기라니.
책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더 궁금해졌다.

소년이 여자들의 시신을 왕의 협곡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타눔스헤데 경찰관들이 사건을 확인하러가면서 한 구 라고 생각하였던 시신 밑에 2구의 부러져 조각나 뼈들이 있었다.
오래된 것이기는 하나 위의 것과 부러진 위치가 똑같은 것으로 보아 시신 세 구에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결정이 내려지게 이르렀다.
타눔스헤데 경찰서의 멜베리서장은 파트리크를 수사반장으로 앞세워 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그 어떤 것도 밝혀진 것이 없어 수사에 대해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할 때, 이들에게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캠핑 온 소녀 옌뉘가 히치하이킹 이후 실종되었다는 것.
옌뉘가 지난 시신들과 관계있다는 단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아니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그들은 다시 열심히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종횡무진 하던 수사는 결국 모든 것은 훌트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의 가운데 서 잇는 훌트가는 오래전 에프라임(가브리엘과 요한네스의 아버지)이 위대한 전도사를 하여 장님은 눈을 뜨게 해주고 걷지 못하는 자에게는 걸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을 계기로 한 부자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받고 이 쇼를 관두게 된다.
가브리엘과 요한네스의 손으로 낫게 해주었던 이 능력들이 어느 날 "사라졌다"라는 한 마디로 연극은 문을 내린 것이다.
이후 두 소녀의 실종. 죽음과 동생 요한네스가 연관 있다며 가브리엘이 경찰에게 말한 후 요한네스는 자살하게 된다.

24년 이후 다시 모방범죄(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모방범죄라는 것을 알았지만)가 일어나 수사하던 파트리크는 훌트가에서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범죄소설 중에 이렇게 치밀하게 짜여있는 책은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듯 했다.
특히 1979년에 소녀들이 실종이후 갇혀 있으며 고통 받던 심리묘사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이었다.
소녀들이 느꼈을 극한의 공포와 또 시간에 따른 체념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모든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고립'이라는 공포였다.
그 어떤 다른 장치 없이도 '고립'이라는 가장 두렵고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인간의 심리를 잘 드러내었고 또 묘사에도 탁월 하였다.
P303: 이제 그들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샴쌍둥이처럼 서로 꼭 끌어안고, 사랑 반 증오 반으로 결합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둠 속에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다음에 그가 나타나면 서로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고통 받길 바라면서 적대심을 갖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소재라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신에게 능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감격하고 또 그 능력을 다시 되돌려 받기 위해 이유 없는 소녀들을 재물로 받치며 죽여 나갔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범죄자를 두고 '싸이코패스'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믿고 또 그 능력을 되찾는 것일 테다.
무고한 소녀들을 재물이라는 이유로 죽이고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른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오래전에 선보였던 쇼로 인하여 망가져버린 두 명의 사람이 <프리처>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이 두 사람의 이상스러운 인생도 흥미롭지만, 훌트가에 있는 반전을 거듭하는 비밀들 또한 <프리처>를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큰 사건 속에 너무 몰입되지 않도록 레크베리는 언니를 부러워하는 안나라던지 파트리크와 결혼한 에리카, 멜베리서장의 우편신부 등 사건 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집어넣음으로써 사건의 긴장감과 이야기템포를 조절하는 그녀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추리소설은 처음 읽어보았지만, 이 한권으로 그녀에게 대단히 매료되었다.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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