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흔들리고 있는 바다에서 항구를 향해 키를 잡고 있다. 등댓불이 때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같이 보이더라도 나는 그저 그 불을 단단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끝내는 무사히 해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출발에 즈음해서 언제나 나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이전에 있었던 하나하나의 이별과 미래에 있을 최후의 이별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준비를 지나칠 정도로 한다는 생각이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더욱 강하게 마음에 다가온다. 티슈바인과 나도 이렇게 많은 훌륭한 것과 우리들이 공들여서 정돈해 놓은 수집품에조차 등을 돌리고 떠나야만 한다. 거기에는 세 개의 주노 상이 비교를 위해 나란히 서 있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마치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내버리고 가는 것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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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역사 이야기의 대상인 이 새로운 역사의 주체이며 주제(프랑스어에서 주체와 주제는 똑같이 sujet이다), 국가에 대한 행정적·사법적 담론을 제거했을 때 나타나는 이 새로운 주제,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당시의 한 역사학자가 ‘사회‘ 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때 사회는 하나의 신분에 의해 결집된 개인들의 총체·집단·연합이거나, 또는 고유의 관습·풍습 그리고 자기들만의 특별한 법칙을 가진 일정수의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을 의미했다. 이제부터 역사 안에서 발언권을 얻어 말하게 될 어떤 것, 그리고 역사 안에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말하게 될 어떤 것, 그것은 당시의 용어가 ‘민족(nation)‘이라는 말로 지칭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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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역사의식은 두 번 장애를 만난다. 17세기에 그것의 자격박탈을 시도한 철학-법률적 담론이 그 첫번째이고, 19세기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그 두번째이다. 홉스의 작업은 정치적 역사의식의 이 담론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것까지 포함하여 정치철학적 담론의 모든 가능성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찬양하고 그 역사를 연구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정치적 역사의식의 담론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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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삶과 풍모에 대해 수많은 목격과 증언에 의해 연상할 수 있는 책이다. 그는 풍채가 일단 좌중을 압도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격이 말과 행동과 글에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비방은 들었을지언정 위선이라곤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의 대표 선비로서 그 사상이나 풍류나 실천이나 여실히 그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누구나 귀감으로 삼을 만한 바가 있다. 유교의 정수를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은 연암의 집안이 대대로 그 가르침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란 새로워짐에 있지 고루한 데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한결같이 대의와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 것은 근본에 힘써야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암이 말년에 지방의 수령으로 일한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치란 수령의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로 편안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연암의 학문은 어디까지나 임금을 도와 백성을 편안케 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고 그것은 오늘날의 지식인들 역시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 유교의 폐단도 있겠지만, 연암이라는 한 사람에게 구현된 유교는 결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집 안에 개를 기르지 못하게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개는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다. 하지만 기르면 잡아먹지 않을 수 없으니, 처음부터 기르지 않는 게 낫다."
우리 집안에서는 지금까지 아버지의 말씀을 좇아 개를 기르지 않는다.
언젠가 타던 말이 죽자 아버지는 하인에게 분부해 장정들을 모아 묻어주게 하였다. 그러나 하인들은 공모하여 말고기를 서로 나누어 가졌다.
그 사실을 안 아버지는 다시 문하에 있던 사람에게 명하여 살과 뼈를 잘 수습하여 묻어주게 하였다. 그리고 그 하인의 볼기를 치게 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과 짐승이 비록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이 말은 너와 함께 수고하지 않았느냐? 어찌 차마 그럴 수가 있느냐?"
마침내 그 하인을 집에서 내쫓아버렸다. 그 하인은 문 밖에서몇 달이나 대죄한 다음에야 비로소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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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최인호 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유튜브로 집필과정 다 공유하고 공개한 책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구입해서 읽고 싶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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