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게 삶, 생(生)은 개체가 갖는 생물학적 생명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으로 신체의 생명활동 뿐 아니라 정신적 활동, 사회문화적인 활동, 정치적 활동, 인간관계 등을 아우른다. 양생은 오래 산다거나 하는 양형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명을 개체의 통일성이 잘 유지되는 차원에서만 생각하게 되면 자기 보전이 양생의 중요한 문제가 되겠지만 실제로 타인과의 관계들이 나의 삶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장자에게 중요한 문제는 매 순간 내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들, 대상들과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예를 표현한다고 해버리면 사실 그 때 신체는 어떤 자연적이고 어떤 물리적인 신체가 되는 게 아니라 이것은 신체 자체가 고도의 제약성을 갖는 언어가 되어 버린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특권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언어가 중요한 소통수단이 되는 것이다. 장자는 언어적인 수단, 그 이상을 생각한다. 『장자』에 보면 백정이나 목수, 매미를 잡는 사람 등 특이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장자는 자연을 강제로 변형하는 기술자는 폄하하지만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이라면 그는 단순히 실용적 목적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기술에 대해서 알려주는 사람들로 그린다. 특히 장자가 중요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를 비워내는 수행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매순간 내 앞에 있는 상황들에 성공적으로 자신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이 장인들처럼 성심(成心)을 버리고 자연, 세계의 결, 흐름에 자신을 결합시켜야 된다고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