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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ㅣ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왕족이란 직업(?)은 날때부터 운명적으로 져야하는 짐이 있었다는데 이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런 망국의 한과 엮이는 군요.해적이란 명칭이 우리역사에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한 기억이었고 불행한 단어였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의 전개는 전혀 어두운 기색없이 유머러스하고 경쾌합니다.하지만 주인공들이 그 뒤에서 생존과 인생을 위해 몸부림쳤는지 때론 우리는 읽으며 잊고 있었네요.
권력자 혹은 남성위주의 사회가 장희나 한수같은 민초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와중에 귀족들의 평민에 대한 질투와 멸시가 눈물납니다.민초들에대한 사회의 억압과 착취아래 억울하게 인생을 버리고 해적까지 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옛날에 해적이라면 끝내 피폐한 삶을 견디다못해 마을을 뛰쳐나와 도적질에 뛰어든 민초들이었음에도 아무런 이해나 동정도 받지못한 채 도적질을 하면서도 힘없는 사람들의 원망을 들어야하는 고통도 있었죠... 일반백성들보다 더 심한 가난과 학대를 겪은 이들답지않게 장희와 한수는 좀 엉뚱한 주인공의 해적들입니다.해적이나 도적들의 처참한 삶을 일찍이 이처럼 코믹하게 묘사한 소설이 있었던가요? 장보고의 선단에 몸담았던 장희가 길거리에서 만난 것은 백면서생이엇던 한수였고 다시 그들이 만난 것은 백제의 왕족임을 자철하는 해적단의 두목공주입니다.진짜 해적질이 로맨스의 무대가 되리라고는...
그와중에 한수는 백제의 망국의 공주(?)와 결혼하여 생존하는 운빨도 있지만 틈틈히 장희에게 의지하는 감정이 엿보입니다..
이 소설도 한국 로맨스혹은 sf의 한면을 보네요.여성이 주가되는 로맨스가 흔치않은데 요즘 당돌한 세태를 반영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제의 유민임을 자처하는 남자들까지 등장해 옛날 왕족의 흔적을 간직하지만 몰락해가는 공주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장희를 누나처럼 의지하는 한수는 언제 철이 날까요? 사회에서 버려져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도 귀족으로서의 자부심도 기존의 가치관도 없어진 상태에서 .그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희안한 일이 일어납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다 장희에게 말려든 한수나 그를 이끌고 해적단에 뛰어든 장희나..그들에게는 남매같은 동지애가 있었을까요?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해나가는 장희는 대단한 여걸의 기질이 엿보이네요.
왜 해적이 되었는지 노략질에 몸담게 되었는지 망국이라는 상황에 희생된 서글픈 상황에서 봉건적인 굴레아래 힘겹게 살아가는,지금도 반복되는 민초들의 삶을 풍자한 것인지요?
장희는 여성거간꾼으로 사업가인지 사기꾼인지 알수없지만 신라공주라 자부하며 자신의 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한을 표현합니다.
아마 요즘같은 벤처사장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여자라면 요즘 장관내지 대통령감입니다.
해적단에 합류해야하는 희안한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삶이 마냥 행복하지 않은 것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백제공주와 신라공주의 페니미즘적인 활약에 읽는 내내 박장대소하지않을 수없군요.장희같은 여걸이면 또 백제공주같은 배짱이면 어디내놔도 생존은 하겠습니다.한수도 후반으로 갈수록 좀 철이 들어 보기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