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타토르 로마사 트릴로지 3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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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어떤 국가보다도 현대 유럽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문명의 모든 면에서 후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로마 제국이었기에

유럽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해 수많은 서적들이 출간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로마 제국의 영향 자체가 일반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까닭에

로마 제국을 다룬 책 자체가 불과 2~30종도 채 되지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로마 제국은 우리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먼 옛날의 고대 제국의 아련한 신화처럼 여겨지는 감이 큽니다.


이런 점은 로마 역사에 대한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기번의 [ 로마 제국 쇠망사 ]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완역이 이루어졌고,

(여타 출판사들의 번역본은 일본어 번역판의 중역이라는 말이 있어 제외한다면)

그나마도 권위있는 대학교수들이 아닌 대학교 조교들에 의해 나누어서,

심지어는 기번의 백미라고 여겨지는 각주가 대폭 삭제된 상태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나라 학계들의 로마 제국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로마 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였는데,

이 책은 이야기식의 평이한 문체로 인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치명적인 단점들 역시 많아서

현재는 그다지 권해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자리를 콜린 매컬로의 [ 로마의 일인자 ]가 대체해 나가고 있는 중이지요.



시오노 나나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승자 절대주의, 과도한 영웅 숭배인데,

이런 단점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챕터가

저자 스스로 이 대작을 집필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카이사르 부분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눈에 비친 카이사르는

인간적인 측면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초인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실제 다른 역사학자나 작가들의 카이사르 관련 책이나 문헌들을 보면

시오노 나나미의 과도한 미화와는 정반대로

권력추구욕과 정복욕이 넘치고 무절제하고 잔인하다는 평가가 공통적인데,


역사 소설의 대가인 로버트 해리스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에 걸쳐 야심적으로 발표한 로마사 3부작

로마 공화국이 붕괴하고 황제정으로 넘어가던

로마 역사는 물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환기에


그 중심에 서있던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영웅군상들의 모습을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비서이자 속기술의 창안자인 타로의 눈을 통해 그렸습니다.






3부작중 가장 먼저 2008년에 발표되었던 1부 [ 임페리움 ]에서

키케로는 가문의 후광이나 재력없이 사회의 거의 밑바닥에서부터 

국부로 추앙받는 자리에까지 오르는 영웅의 입신기를 그려냈고,


 http://blog.naver.com/hajin817/60055650964


2011년에 발표된 2부 [ 루스트룸 ]에서는 1부와는 정반대로

새롭게 떠오른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크랏수스 3두의 야합으로 인해

집정관의 위치에서 추방자로 추락하는 비극적인 모습을 그렸습니다.


 http://blog.naver.com/hajin817/60151548379


2016년에 발표된 3부인 [ 딕타토르 ]에서

키케로는 결국 도망치듯 로마를 탈출하지만,

얼마 후 천신만고 끝에 다시 로마로 복귀해 

3두 정치의 한복판에서 위태로운 권력의 외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크랏수스와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의 3두 정치의 주역들은

서로 견제하고 대립하고 야합하는 권력 투쟁을 이어가다가

먼저 크랏수스가 뜻밖에도 전쟁에서 사망하게 되고,


폼페이우스 역시 카이사르와의 내전에서 져서 목숨을 잃음으로써

로마 공화국은 '독재관-딕타토르' 카이사르의 손안에 온전히 떨어집니다.


갈리아와 게르마니아를 넘어 브리트니아까지 정복한 카이사르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의 건너 로마로 들어와 권력을 탈취한 후

강력한 독재 정치를 펼치고


더이상 자신에게 도전할 경쟁자도 정복할 영토도 없게되자

자신을 신격으로 높이고 거의 왕에 준하는 존재로 행세하다가

결국은 잘 알려진 대로 브루투스 등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카이사르로부터 핍박을 받던 키케로는

브루투스의 공화주의자들의 이상을 지지하지만,


카이사르를 죽인 이후 공백상태가 된 권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나 행동이 없었기에

결국 안토니우스에 의한 반격을 초래하고 맙니다.


여기에서 로마 제국의 패권은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가 양자로 지목한 옥타비우스의 대결로 이어지는데,


전쟁터에서 뼈가 굵은 안토니우스에 비해

15세의 어린 나이에 아무런 명성도 지지 기반도 없던 안토니우스가

양부 카이사르와 흡사한 방법으로 서서히 세력을 넓혀서

급기야는 안토니우스를 자결시키고 로마의 권력을 쟁취합니다.



옥타비우스가 아무런 힘도 지지 기반도 없던 시기에

키케로는 옥타비우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그의 스승이자 친구로까지 불리지만,


키케로의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이

부친에 이어 왕을 꿈꾸던 옥타비우스를 용납할 수 없었고


거기에 특유의 경솔한 언동이 옥타비우스의 불신을 삼으로써

결국은 옥타비우스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 로마사 3부작 혹은 키케로 3부작

고대 사회에서 인류가 도달한 가장 이상적인 정체였던 공화정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인이자 군인이었던 카이사르에 의해

두 차례의 3두 정치와 연이은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거쳐

마침내 황제정으로 정체의 변화를 겪는 격동의 시기를

당대 최고의 지식인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공화정이 붕괴한 데에는

키케로와 카이사르보다 한 세대 전의 술라의 잔혹한 폭정과

그로 인해 정치적인 능력보다는 빵으로 투표권을 사는 대의정치의 타락이

카이사르라는 희대의 정치가에 의해 악용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카이사르가 아닌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에

카이사르의 군사적인 업적이나 정치적인 술수는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고,

외부에서 바라본 카이사르의 이미지만을 그리고 있다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극단적으로 미화된 카이사르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해리스가 그려낸 객관적인 시간을 통한 카이사르의 무미건조한 모습은

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료에 부합되는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립적인 해독제로 작용하기에 충분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이사르가 권력을 잡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과

 그의 군사적인 업적 혹은 전략가로써의 능력은

 [ 로마의 일인자 ]에 상세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3두 정치 시대의 최종적인 승리자였기에

승자의 관점에서 기술되고 후대 황제들에 의해 신적으로 미화되어 온

카이사르에 대한 과도한 찬사와 미화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의 로마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마 공화국이 제정으로 넘어가던 인류사 최대의 격동기는

그 시대를 이끌었던 영웅군상들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적 관점들이 있습니다.


해리스의 로마사 3부작은

그 격동의 시기의 한복판에 서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음에도

본인 스스로가 군사적 영웅이나 권력지향적인 정치가가 아니라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자 지식인이라는 자리에 서있었던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공화주의적 지식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피비린내 나는 정치 투쟁의 현장을

키케로 본인의 인간적인 나약함까지도 포함해서 생생하고 생동감있게 그려냅니다.


그것이 이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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