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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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코니 닥터로우의 [ 리틀 브라더 ]였습니다.


여기에서도 간략하게 포스팅을 했었습니다만,

이례적으로 무려 8쪽에 걸친 추천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상상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섬뜻한 현실'


고등학생인 마커스와 그의 친구들이

테러를 명분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탈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


최첨단 디지틀 기술을 무기로 시민들을 규합하여

국가의 억압 기재들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소설 중간중간에 시민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는 말들과 함께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은 안겨주었습니다.



[ 홈랜드 ]는 코니 닥터로우가 

2008년의 [ 리틀 브라더 ]의 5년 뒤인 2013년에 발표한 속편으로

전작의 마커스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이번에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전편 이후 몇 년 뒤

미국 정치와 경제는 더욱 추락하여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하고

도처에 실직과 파산이 속출하는 와중에 마커스의 부모님도 실직하게 되자 

대학생이 된 마커스는 치솟는 학자금 융자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중퇴하고

생계를 위한 일자리 찾기에 나서게 됩니다.


취업 활동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참석한

IT 매니아들의 패스티벌인 버닝맨 축제에서 마커스는 마샤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미국 정부의 어두운 치부인 극비 정보들이 담긴 USB를 받습니다.



미국 정부가 저지른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기록된 문건들이 

80만 건 이상이나 수록된 이 USB를 마커스는 '다크넷'에 올려놓고

앤지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조금씩 인터넷에 퍼트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전작에서 마커스를 체포해 고문했던 국토안보부의 캐리 존스톤이

국토안보부를 나온 후 들어간 사설용병업체가 이 USB를 추적해

마커스는 다시 캐리 존스톤 일당에게 잡혀 심문을 당합니다.


풀려난 마커스는 그동안 조금씩만 공개하던 문건들을

일시에 모두 인터넷에 올려 공개해 버리게 되고

이 문건들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은 시내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반정부 항의 시위를 시작합니다.





전작의 베이 브리지 테러로 시작되어 

해커들의 재밍에 의한 반격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1987년의 6월 항쟁에 해당한다면


유출된 하나의 USB로 인해 

거대한 시민 항쟁의 불이 붙는 이번 책의 이야기는 

작년과 올해의 촛불혁명과도 같다고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정보의 공개로 시작되는 시민 혁명이라는 흐름은

지난 번 책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쓴 것이 아니냐고 할 만큼

우리가 겪었던 촛불혁명의 전개와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이번 책에서도 전편에서처럼 저자는 마커스의 아버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비참하게 망가진 나라를 너희에게 물려줘서 미안하다.

  돈 많은 은행가들이 모든 걸 다 챙기는 나라,

  너희는 돈도 안되고 노후 계획도 만들 수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감사해야 하는 나라,

 조심하는 능력이 최고의 의료보험이고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야 하는 이런 나라를..."


라고 아들 세대에게 사과합니다.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실직을 당하자

의료보험은 물론 TV마저 끊길 정도의 곤경에 처할 만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붕괴된 국가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그런 현실이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이 짧은 대화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산을 해서 모든 부채가 소멸되어도

학자금 융자 부채는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엄청난 이자가 붙어 늘어나고

이 학자금 채권을 검은 회사들이 사들여 막대한 잇권을 취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동일하는 데에서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전작과 마찬 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IT 기술을 이용한 자유의 침해와

역시 IT 기술을 통해 그것들을 분쇄하는 방법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휴대폰의 업그레이드 때 스파이웨어를 심어

필요할 때 휴대폰의 카메라와 마이크, GPS를 켜서

휴대폰 소유자를 원격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정보 기관이 백지인증서를 받아서

마치 애플이나 구글 본사에서 보내는 정규 업데이트인 것처럼

업데이트 파일 속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뿌릴 때

누가 그것을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항해 해커들은

업데이트 파일의 주요 요소들을 공지와 비교해 검사할 수 있는

페러노이드 안드로이드 파일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대항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댓글부대'의 실체도 드러납니다.


미국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감정과 이성'이라는 '다중인격생성 프로그램'은

인터넷상에서 수 십개의 서로 다른 유령 아이디들을 생성시키고

각 아이디들마다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마치 서로 다른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처럼 함으로써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댓글 아르바이트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지닌 유령 아바타들을 생성해 운용한다는 이 충격적인 사실은

'댓글부대'의 존재 자체에 못지않은 충격을 안겨줍니다.



소설은 마이크가 유출한 80만개의 기밀 문건들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이 시내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시민 항쟁을 하고

거기에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는 것으로 보여주는 데에서 그칩니다.


이처럼 진보적인 작가마저도

시민들의 순수한 비폭력 혁명이 국가 공권력을 전복시켜

최고 권력자와 그 수하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감옥에 보내는 일은

상상조차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근대 시민 사회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폭력 평화 시위로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보낸 우리의 '촛불혁명'

가장 진보적인 소설가조차 꿈꾸지 못했던 얼마나 이상적인 혁명이었는가에

다시 한 번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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