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행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8 미치 랩 시리즈 7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2006년에 출간된 <반역행위>빈스 플린미치 랩 시리즈 7번째 작품이다.

전편인 제6<제거명령>에서 테러리스트였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국제적인 전문 킬러에게 미치 랩의 암살을 의뢰한 아랍 부호의 증오와 복수심으로 인해 주인공 미치 랩이 소중한 아내인 애너를 잃고 마는 중요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그 직후에 출간된 이번 편에서는 애너의 상실로 인해 마음에 회복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입은 미치 랩의 좌절과 방황, 극복 등이 길게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마초적인빈스 플린답게 이러한 과정들은 불과 한 두 쪽의 간략한 서술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며 미치 랩을 곧바로 새로운 사건 속으로 밀어 넣는다.


대테러작전과 암살임무, 정치적 음모가 주된 테마들인 미치 랩 시리즈에서 이번 편은 정치적 음모에 속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인 헤이즈가 스스로 자신이 파킨슨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이후에 치뤄지는 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조시 알렉산더이다. 그런데 조시 알렉산더의 런닝 메이트가 CIA와 케네디 국장, 그리고 미치 랩에게 강한 적개심을 지니고 있는 전임 국가정보국 국장이었던 마크 로스라는 데에서 불길한 예감이 짙게 드리워진다.


 

선거일 2주 전, 공화당에 3% 가량 지지율이 뒤진 상태에 있는 민주당 조시 알렉산더 후보의 유세 차량 행렬이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를 당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조시 알렉산더의 예쁘고 인기높은 아내를 비롯한 15명의 시민들이 사망한다. 슬픔에 잠긴 젊고 잘생긴 후보자에 대한 동정 여론과 그가 이 사건을 계기로 강력하게 천명한 대테러의지에 대한 강렬한 찬동 여론에 힘입어 조시 알렉산더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런데 테러에 대한 조사가 한창인 CIA의 케네디 국장과 FBI의 맥마흔에게 공화당의 선거 총책임자였던 캡 베이커가 면회를 청해온다. 선거에 패배한 공화당 선거 총책임자는 CIAFBI의 실권자들에게 선거 며칠 전에 입수했다는 알렉산더 당선자의 사망한 아내가 경호원과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대통령 선거 전체의 판세를 뒤집은 차량 테러 사건이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 차량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러 그리스의 키프로스로 날아간 미치 랩CIA 요원들은 차량 테러를 실행한 청부 킬러인 알렉산더 데카스를 긴 잠복과 숨막히는 총격전 끝에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다. 그런데 충분한 심문 기간을 갖자는 랩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치권에서는 테러범 체포라는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아무런 증거나 자백도 나오지 않을 상태에서 성급하게 기자 회견을 열고 테러범 체포를 발표하는 악수를 둔다.

 

정치권의 성과주의에 환멸을 느낀 랩이 사라진 상태에서 아무런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는 데카스가 자신은 무고한 그리스 시민이며 불법적으로 납치당했다고 주장하자 순식간에 코너에 몰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로스는 유력 언론에 비밀리에 정보를 흘림으로써 랩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불법적으로 외국인을 납치, 고문했다고 여론을 동원해 공격한다.

과연 랩은 어떻게 데카드가 테러 실행자임을 증명하고, 부통령에 당선된 로스와 그의 뒤에 존재하는 국제적인 암흑 세력들을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인가가 이번 권의 가장 흥미진진한 관람 포인트이다.


 

이번 편에서도 어김없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지리멸렬함과 이전투구는 저자인 빈스 플린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정치권에 대한 짙은 불신과 환멸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CIAFBI, 국가정보국, 법무부 등 통합된 체계를 이루지 못한 채 복잡하게 분산되어 있고 각자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서로의 공만을 다투는 정보기관들의 비효율성과 비전문성도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저자는 마지막 마무리를 지금까지 고고한 모습만을 보여왔던 케네디 국장이 직접 짓게끔 만듦으로써 피비린내 나는 국제 첩보 전선에서 누구도 고결하고 순수한 사람으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차가운 필치로 그려낸다.

 

이번 책 역시 미치 랩 시리즈 전반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아랍에 대한 적대감과 민주당에 대한 경멸감, 미국 중심주의 같은 극우주의적인 요소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만, 이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있고 스릴 넘치는 첩보전과 작전 묘사,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워싱턴의 정치와 정보부처들 간의 권력 다툼과 파워 게임을 시종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냄으로써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읽는 즐거움을 만끽시킨다는 점과 전개와 결말에서 모두 비견할 데 없는 쾌감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 미치 랩 시리즈의 팬이라면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재미를 보장한다.

 

ha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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