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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명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7 ㅣ 미치 랩 시리즈 6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2013년 여름에 거의 비슷한 소재와 내용을 지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 두 편이 여름 시즌에 나란히 개봉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 White House Down>과 안톤 후쿠아 감독의 <백악관 최후의 날 Olympus has Fallen>이 그것인데, 둘 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백악관이 점거되고, 그 속에 갇힌 대통령을 전직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이 단신으로 침투해 구출해 내고 혼자서 테러리스트들을 전부 소탕한다는 사실상 거의 동일한 줄거리여서 영화 매체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아마게돈>과 <딥 임팩트>. <벅스 라이프>와 <개미> 때와 같은 표절 논란이 분분했었다.
그런데 이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보여준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백악관 점거와 전직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이 홀로 백악관에 침투해 갇혀있던 대통령을 구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한다는 핵심적인 소재와 줄거리 전개는 공통적으로 한 히트 스릴러 소설에서 소재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것이 바로 빈스 플린의 <권력의 이동 Transfer of Power>이다.
갑작스러운 테러리스트들의 백악관 습격으로 수 십명의 경호원과 직원들이 살해되고 백악관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완전히 장악된다. 대통령은 아슬아슬하게 지하 벙커로 긴급 대피하지만 백악관에는 100여명의 직원과 기자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억류되어 있고, 테러리스트들을 이들을 인질로 삼아 대통령과 미국을 위협한다. 이런 절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 CIA 대테러센터 최고의 비밀요원인 미치 랩이다.
예상보다 안전하지 못한 대통령의 지하 벙커 상태와 백악관 내부의 동조자라는 설상가상의 상황과 위기의 연속 속에서 미치 랩은 마침내 대통령을 비롯한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해 내고 테러리스트들을 일망타진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미국 첩보 역사에 하나의 전설이 된다.
빈스 플린이 창조해 낸 무적의 CIA 대테러요원 미치 랩은 데뷔작인 <권력의 이동>에서의 인상적인 등장과 눈부신 활약으로 일약 최고의 인기를 모았고, 빈스 플린은 이후 미치 랩을 주인공으로 총 14편에 달하는 미치 랩 시리즈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시리즈들은 발표될 때마다 한결같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인기를 누렸다(빈스 플린은 안타깝게도 2013년 6월에 47세로 사망했다).
빈스 플린은 Fox TV의 최고 인기 시리즈인 <24>의 제작 자문을 맡았고, <24>의 주인공인 대테러센터 요원 잭 바우어는 미치 랩을 직접적으로 모방한 캐릭터로 유명하다.
<24> 역시 몇 년째 극장판 이야기가 떠돌고 있고, <권력의 이동>의 플롯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블록버스터 영화 두 편이 동시에 공개되었지만, 정작 그 원본인 미치 랩 시리즈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만큼 미치 랩 시리즈도 역시 헐리우드에서 몇 년 전부터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인데, 현재 제6편인 <제거명령>과 11편인 <American Assassin>이 블록버스터 첩보액션물로 제작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총 14권에 달하는 미치 랩 시리즈 중에서 2005년에 발간된 시리즈 제6편인 <제거명령>이 가장 먼저 영화화되는 것은 이 작품이 전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사건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권좌에서 쫓아낸 미국과 미치 랩을 증오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전직 내무장관 라시드는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 모스크의 영적 지도자이자 석유 재벌인 사에드 아메드 압둘라의 아들이 테러행위를 저지르다가 미치 랩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사실을 사에드에게 흘려, 그로부터 직접적으로 아들의 복수를 요청받는다. 라시드는 사에드의 자금과 KGB의 연줄을 이용해 미치 랩을 암살할 전문 킬러를 물색하여 그에게 미치 랩의 암살을 의뢰한다. 미치 랩을 직업적으로 무척 존경하지만, 엄청난 보수와 명예욕에 이끌린 전문 킬러인 루이 필립 굴드는 파트너인 클라우디아와 함께 미국에 입국하여 미치 랩을 암살할 기회를 노린다.
여기에서부터 세계 제일의 첩보원이자 살인 무기인 미치 랩과 역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전문 킬러 루이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데, 최고의 전문가를 상대로 한 계획인 만큼 루이가 미치 랩과 아내 애너의 주변으로 서서히 접근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 끝에 마침내 루이는 미치 랩의 집을 폭파하는데 성공하지만, 미치 랩은 살아남고 대신 임신한 그의 아내 애나가 죽는다.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미치 랩은 자신을 공격하고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킬러와 그 배후의 의뢰인들을 찾아 복수의 길을 나선다.
줄거리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제거명령>은 천하무적의 살인무기이자 세계 최고의 첩보원인 미치 랩 개인을 목표로 한 테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 애너를 잃은 미치 랩의 분노에 찬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애너는 시리즈 1편부터 미치 랩과 케네디 국장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뤄져 온 핵심 주인공인 만큼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은 미치 랩이 결코 천하무적의 불사신이 아니며,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을 목표로 한 테러에 휘말려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첩보원의 숙명이 처절하게 현실화된 결과이다.
전문적인 첩보원이나 킬러들이 가족을 가지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을 고집하는 고전적인 클리셰를 고스란히 뒤집어 보여주는 이번 편의 내용은, 워싱턴을 목표로 미국 본토에서 직접 핵 테러 공격을 실행하는 전편처럼 국가 전체의 안보라는 거창한 목표가 아닌 개인적인 피해를 그리고 있지만, 미치 랩과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감정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것은 애너라는 주인공이 이 시리즈에서 지니고 있던 절대적인 위치와 그녀의 부재가 앞으로 미치 랩의 행보에 어떤 커다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편이 시리즈 전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