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몰락 - 이재용(JY) 시대를 생각한다
심정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제적인 분업 구조에 기반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Made in China’없이 생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과 동일한 정도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삼성 제품 없이 생활하기역시 실질적으로 아주 힘들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군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인 비중과 영향력은 단지 하나의 사기업 수준을 넘어 한국 경제와 한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 전체를 대변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GS 건설이 지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모든 빌트인 가전이 LG 전자 제품이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들은 대부분 외국산 프로용 기기들인 저희 집에조차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찾아보니까 삼성 전자 레인지가 떡 버티고 있을 정도입니다. 비록 선물받은 것이기는 하지만요).

 

한국 경제에서 삼성 그룹이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비중은 우리나라의 1년 총 예산이 360조 원 규모인데 비해, 삼성 그룹의 1년 총 매출이 20개 주요 개열사만으로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390조 원 규모라는 단순한 수치만으로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삼성의 위상은 국제적으로도 확연해,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2000대 기업순위에서 삼성전자는 20위라는 놀랄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있으며, 매출액(12)과 이익(11)에서는 시가총액(25)를 뛰어넘는 높은 성과와 효율을 거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절대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도 세계 7위라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삼성이 2009년에 베트남에 설립한 핸드폰 공장 덕분에 베트남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의 매출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해 베트남 국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삼성의 위치와 영향력은 거대합니다.

 

대한민국 공화국 안의 삼성 제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인 이러한 삼성의 슈퍼 파워와 영향력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당 수가 공공연하게 삼성을 싫어한다고 밝히곤 하는 현실(도대체 어마어마한 언론 홍보비와 접대비를 쓰고도 이처럼 엄청난 안티들을 전혀 돌려 세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삼성 홍보 인력들의 무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몰락하는 날이 대한민국 경제가 몰락하는 날이라는 말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최근 15년 사이에 반도체와 가전을 중심으로 삼성이 이룩한 성공 신화는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 자체를 결정적으로 높였을 만큼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놀라운 업적임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소니를 능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일치된 생각이었으니까 말이지요.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로 인해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최근 삼성 휴대폰의 위기는 단순한 일개 기업의 위기를 넘어 전국민적인 주목과 우려를 모으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이건희 회장이 늘 강조하던 샌드위치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정작 삼성전자의 신화를 이끌어 낸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회생 여부가 불투병한 장기 투병에 들어갔고, 그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에 삼성의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자못 걱정스러운 눈빛을 띨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숨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삼성의 몰락 >은 삼성이 이룬 기적적인 성과에 대한 찬양 일변도의 책들만이 넘쳐나는 속에서 삼성의 위기 상황과 불안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였던 GM의 몰락을 20년 전에 예고했던 메리앤 켈러의 < GM의 몰락 >을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삼성의 몰락 가능성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과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자인 심정택이 과거에는 삼성 직원이었지만 현재는 삼성을 떠나 산업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냉정한 평가일 것입니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장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을 계속해 나간 끝에 마침내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되기까지의 상세한 과정과 애플과 중국의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삼성의 기업 문화와 권력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해 나갑니다.

3장에서는 현재 삼성의 후계자 위치에 가장 가까운 이재용과 이부진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학수를 비롯한 제3 세력들의 가능성들도 차례로 고찰해 나갑니다.

4장에서는 현재 삼성이 처해있는 위기 상황을 타계할 방법들을 저자 나름대로 제시합니다.

 

저자가 현재 삼성의 권력 핵심에 밀접해 있는 내부 인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공개된 자료들과 과거 삼성 시절의 지인들을 통해 들은 내부 정보에 의존해 서술한 까닭에 엄정하게 말하자면 책의 내용은 다소 구성이 성기고 결정적인 요소들이 적지않게 누락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삼성에 대해 알고 싶은 삼성 신화의 구축 과정과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삼성 고유의 내부 분위기와 문화, 후계자들과 그 주변 유력 인사들의 성향과 지분 구조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정리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의 위기를 타계할 방법으로 필자가 제시하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IT 생태계의 구축이라는 해법은 이론적으로는 옳지만, 소프트웨어와 문화라는 요소들을 무시하는 삼성의 기업 특성상 구축하기도 쉽지않고, 애플과 구글이 이미 구축한 플랫폼과 생태계를 능가하기는 더더구나 쉽지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다른 해법으로 내놓은 타 업종과의 컨버젼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사업으로의 재진출과 IT와의 융합 역시 이론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책 내내 반복되는 삼성 자동차 사업부 출신인 저자의 삼성의 자동차 사업 철수에 대한 회한과 재진출에의 주관적인 염원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하나의 기업이 한 국가의 경제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과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그 기업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기업에 가까운 역할과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을 감안하면 삼성에 대한 찬양으로 점철된 성공 신화들만이 아니라, 삼성이 지닌 약점에 대한 냉철하고 준엄한 경고를 담은 비판적인 책과 논문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나와야만 합니다. 그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삼성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줄 쓴 보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책이 극히 드문 우리나라의 삼성에 지나치게 경도된 현실에서 이 책은 다소 부족한 함량과 지나친 주관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성장사와 현재 삼성이 처해있는 위기의 현주소,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인 후계 구도에 대해 상당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DJ-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나 SK 최태원 회장의 딸이 해군장교 입대한 것을 두고 “딸을 보아 최 회장 그만 풀어주라”라는 댓글을 직접 달았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데에서 드러나는 다소 심하게 우익적이고 친금권주의적인 저자의 시각은 책 전체의 객관성과 지향점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끔 만듭니다.

  

hajin  %EC%B1%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