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경제학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지음, 신은주 옮김 / 김영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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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김대중 전대통령님이 마침내 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간신히 수상국가의 대열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일반 부문에서의 수상이 아직 없어서인지, 아니면 국제적인 상이나 귄위에 유난히 약한 우리나라 언론들의 과다 의미부여 때문인지 몰라도, 해마다 노벨상 수상 시즌이 되면 근 한 달 여 전부터 고은 시인을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노벨상 예측 기사가 넘쳐나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노벨상의 각 부문별 수상자들이 결정되고 나면 노벨상이나 수상자에 대한 기사는 싹 자취를 감춘다는 것입니다. 수상자 선정 발표 전의 뜨겁던 과당 경쟁과 보도 열기는 다 어디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심이 싹 지워버립니다.

 

결국 우리나라 언론의 관심은 누가 받느냐를 맞추는 데에만 집중이 되어 있을 뿐이고, 수상자의 업적이나 수상 의미같이 본질적인 것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이야기지요. 그야말로 노벨상의 본질이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엘로우페이퍼적인 호기심이나 관음증에 불과한 천박한 작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 작가의 작품을 대문에 내거는 인터넷 서점들의 장사속이 오히려 그나마 관심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니까요.

 

과연 이런 수준의 천박한 호기심 수준의 마인드로 과연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기나 할까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벨상도 일정한 국가와 기관이 결정하는 것인 만큼 완벽하게 공평정대한 것이 아니고, 수상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후원과 수상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도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특히 문학상의 경우 번역 문제가 더욱 그렇죠.

그런데 노벨상을 누가 받았느냐를 맞추는 데에만 관심이 모아질 뿐이고, 그 수상자가 어떤 업적으로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며, 그 부문이나 분야가 상을 수상한 배경이나 분위기, 그리고 그 분야의 국제적인 추세 같은 것을 수상 결과를 놓고 잘 분석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라고는 일절 없으면서 말로만 노벨상 운운하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과 문화부의 수준이고 보니, 노벨상 수상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로 보일 정도입니다.

 

일단 아시아에서 노벨상을 가장 많이 수상했고,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각 분야에서 골고루 많은 부문의 상을 수상한 이력을 지닌 일본은 이런 점에서 확실히 다른 점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번에 출간된 <세상을 바꾼 경제학>을 보면 그 차이점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이 책은 일본의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기획, 출간한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중 경제학상 편을 번역한 것입니다.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는 1982년에 설립한 과학정보 그룹으로, 현재까지 37권이 출간된 <최신 과학론 시리즈> 외에도 노벨상의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등 각 분야별로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시리즈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인터뷰집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기획은 그렇게 어렵거나 혁신적인 것이 아니고, 노벨상을 겨냥하고 있는 국가라면 당연히 나와있어야 할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기본적인 자료 정리조차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점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편집 위원들이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등 해외 전문가와 편집장, 평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고, 무엇보다도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의 대표인 야자와 기요시가 쓴 머리말의 상당히 전문적이고 탁월한 경제학에 대한 식견을 보아도 왜 우리가 일본보다 노벨상에서 한참 뒤지고 있는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책의 내용을 보더라도 상당히 알찬 기획과 구성, 짜임새가 두드러집니다. 이 책에서는 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해 2008년의 폴 크루그먼까지 총 9명의 최근 35년 사이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상자들의 연구와 업적을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명단을 시카고 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의 추천을 근거로 작성했다는 말에 시카고 학파로 대표되는 미국 우파 경제학자들의 열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밀턴 프리드먼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아도 공과 과를 분명하게 밝히면서 객관적이고 엄정한 관점으로 평가한 점이 돋보입니다. 선정된 경제학자들의 면면을 보면 프리드먼과 정반대쪽 진영의 학자들이 대부분이고요(사실 프리드먼이야 말로 진보적인 경제학계에서 드물게 수구적인 인물이었죠).

 

프리드먼의 반대 진영인 토빈세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제임스 토빈(1981년 수상)이나 경제성장의 요인과 방향을 정리해 낸 로버트 솔로(87)을 비롯해 경제학의 모든 도그마를 배격하고 오직 진리 탐구에만 집중한 모리스 알레(88),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모델이자 게임이론의 기초가 된 내시 균형을 발견한 존 내쉬(94), 주류 경제학이 아닌 후생 경제학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98),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잇는 이론인 행동경제학의 대부 대니얼 카너먼과 버논 스미스(2002), 게임이론의 로버트 아우만과 토머스 셀링(2005) 등 현대 경제학에 중요한 업적을 세우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요한 현대 경제학자들이 골고루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 장마다 수상자의 약력 이외에도 주요 경제학 이론과 용어들에 대한 설명들이 충실하고 적절하게 되어있는 점도 돋보이고, 권말에 역대 경제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설명들을 실어놓은 점도 돋보입니다.

 

20세기 경제학사의 주된 흐름을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권할 만한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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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은 정말 읽어봐야할 책인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