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2013320일에 새롭게 제266대 교황에 취임하신 프란치스코 1세 교황님이 연말에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죠. 취임 이전부터 파격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검소함과 사랑, 친근함의 본보기를 보이심으로써 불과 1년 여 만에 카톨릭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들로부터도 열광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고 계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사실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생각해보면 20세기에 취임하신 교황님들은 한결같이 검소하고 청렴하며 넓은 포용력과 사랑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이전 세기에 급격하게 추락했던 카톨릭의 위상을 현재와 같은 위치로까지 되돌려 놓으셨던 존경할만한 분들이셨는데, 하필이면 바로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나찌 전력에서부터 온갖 극우보수적인 행태와 발언들로 전세계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더니 결국은 취임 8년 만에 이례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스스로 사임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교황님의 원칙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이 더 강조되고 돋보이는 것이지요

(이런 점은 취임하자마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과도 비슷하지요. 오바마 대통령도 소탈하고 격의없는 분으로 알려져 있지요).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극도로 암울하고 그에 따라 사회 전체가 팍팍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있는 요즈음에 사실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파격적인 행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황님의 일거수 일투족은 사실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대의 고위 성직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수님이 말씀하신 참된 목자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카톨릭에 별다른 관심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비카톨릭 신도들과 무신론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칭찬의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미국의 한 동성애 잡지는 동성애를 찬성하지는 않지만 전임 교황과는 달리 동성애자가 하나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어떻게 (그들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함으로써 동성애자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는 이유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개독교 환자들은 교황님이 적그리스도인 이유라고 블로그마다 떠들고 다니더군요 -.-+ ).

 

이렇게 새로운 교황님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데에 발맞추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책이 한 종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라는 제목으로 RHK에서 출간된 이 책은 아르헨티나의 유력 일간지 종교전문기자인 세르히오 루빈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 두 저자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주교관에서 2년에 약간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교황과의 단독 인터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거기에 교황의 성장 이력을 각 시기별로 나누어 덧붙음으로써 교황의 성장사와 경력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되어 프란치스코 1세로 취임했을 때 가장 화제가 된 점은 무려 12세기만에 비유럽 지역에서 교황이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동안 교황의 유럽 독점이 심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원래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출신으로 1929년에 일가족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와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정착했습니다. 21살 때 자신의 종교적 사명을 받아들여 신학교에 입학해 비교적 늦은 나이인 33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예수회 관구장과 대학 학장, 교수로, 고해신부 등 생애의 상당히 긴 기간을 평수사의 신문으로 지내왔다는 점도 무척이나 이례적입니다.

신부로써, 그리고 교사로써 베르고글리오 신부는 온후하고 소박하면서도 현명함을 갖춘 인물로 서서히 주위의 주목을 받게되고,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주교가 되고 1년 후에는 주교 총대리, 98년에는 예수회 사제로는 처음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교회의 수장이 됩니다. 그가 세계 5대륙 고위 성직자들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추기경으로 서임된 2001년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정기 총회 보고 책임자 직책을 맡으면서였는데, 같은 해 12월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시위 때 정부의 무력 진압을 저지함으로써 다시 한 번 전세계인들의 시선을 모으게 됩니다.

사실 바오로 2세 교황의 서거 이후에 열린 콘클라베에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40표 이상을 얻어 라칭거 추기경에 이어 거의 표차이가 나지않는 2위를 차지했지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전임 교황의 신학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라칭거 추기경에게 표를 모아줄 것을 호소했었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들은 5개의 큰 항목으로 나누어 정리해 놓았습니다. 앞의 두 장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살아가는 일상적인 자세를 노동과 고통, 교육, 인내 등의 화두를 통해 차분하게 이야기하는데, 특유의 소탈하고 솔직함 위에 자신의 작은 잘못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바라는 말들이 큰 감동을 줍니다.

 

3장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카톨릭 교리가 제대로 적용이 가능한가와 카톨릭 교회가 과연 제역활을 하고있는가 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집니다. 이에 대해 교황님은 관리주의적 교회와 관료주의화의 위험성, 사제의 부족, 사제 독신제에의 견해, 민중에 대한 태도 등을 이야기하며, 예수님이 설파하신 믿음의 핵심인 케리그마에 중심을 두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4장에서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IMF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화와 양극화로 인해 민중들의 삶이 비참할 정도이며 이에 대해 정부와 집권당이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한다는 통렬한 비판의 말을 던진 후, 노동의 가치와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이어지는 교황님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질문들에서는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과 휠덜먼의 시, 탱고, 영화 <바베트의 만찬> 등을 무척 좋아한다는 등의 개인적인 취향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용서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웠던 상황과 그 속에서 교회가 한 역할들을 말하며, 용서는 단순히 죄지은 자가 무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용서에는 반드시 진실된 참회와 속죄의 행동이 따라야만 그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말라는 준엄한 말을 함으로써 죄지은 자들이 파렴치하게 용서를 강요하는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던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긴 대담을 끝맺습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이 2010년에 만든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를 보면 콘클라베에서 교황 후보가 된 추기경들이 한결같이 주여, 저는 아닙니다. 제발 저를 지목하지 마옵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교황의 자리에 근접한 추기경들은 스스로의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고, 심지어는 교황이 된 이후에도 그런 갈등과 고뇌를 벗어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높은 지위에 따르는 편안함과 화려함, 권력의 유혹도 엄청날 것이고요.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 자격이 됨에도 그러지 않으셨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존경과 찬사, 사랑이 이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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