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Simple - 일상과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다
앨런 시겔, 아이린 에츠콘 지음, 박종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가 복잡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가 복잡해졌다는 것은 거의 의심할 바 없는 명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명확한 사실입니다. 확실히 한 세기 전은 물론이고, 불과 한 세대 전인 30년 전과만 비교해 보더라도 지금의 사회나 사람들의 생활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단해졌습니다. 그런 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그 복잡함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신경증도 현격하게 증가했음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사회와 산업이 고도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사회와 산업의 구조와 행태가 급속하게 복잡하고 난해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기계공장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20세기에는 물론이고 IT 산업으로 중심이 옮겨간 뒤인 21세기에도 산업 자체가 지닌 복합성으로 인해 일정부분 불가피하게 유도된 경향이 확실히 있습니다. 단순한 구조의 기계나 프로그램이 점차 복잡하고 복합적인 성격으로 발전해 가면서 비롯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급격하게 심화된 사회와 산업, 생활의 복잡화는 필연적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개인에게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소외와 불복의 정서를 발생시킵니다. 인간의 두뇌는 산업의 급격한 성장 속도를 누구나 따라갈 만큼 보편적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방향성 자체가 맞지않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게 마련이니까요.

복잡하고 피곤한 현대 사회 속에서 단순하고 여유롭게 살고싶다는 것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공통된 소망일 정도로 현대 사회의 복잡함은 현대인들이 인내하고 적응할 수 있는 정도를 훌쩍 넘어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첨단 산업이나 정보통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의 일상의 모든 측면이 그렇게 동등한 정도로 복잡해지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요? 정밀 기계나 산업 공학, 유전자나 우주 공학 같은 첨단 공학들, 최첨단 정보통신 공학 같은 기술적인 면들이야 무어의 법칙에 비례해서 그러한 급격한 복잡화가 일정 부분 당연시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수 천년간 살아온 기본적인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일상적인 부분들까지도 같은 속도로 복잡화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요?

 

<심플>의 저자인 브랜드 마케팅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권위자인 앨런 시걸과 단순화 컨설팅과 비즈니스의 권위자인 아이린 에츠콘이 문제를 제기한 점은 바로 이런 부분들입니다.

 

이들이 이 문제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시티은행의 전신인 퍼스트내셔널 시티뱅크로부터 신청서와 서명조회 카드, 대출약정서 등 다양한 은행의 서식들을 새롭게 디자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은행 측이 보내온 할부대출약정서를 보고 그 복잡함과 난해함에 깜짝 놀랐는데, 로스쿨에서 계약법을 공부한 앨런 시걸은 구체적이고 명료하며 표현이 쉽고 전체 길이도 대폭 줄어든 새로운 계약서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이러한 쉽게 쓰기 운동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되고, 마침내 1978323일에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령 제12044호가 발효되기까지에 이른 것입니다.

 

변호사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법률 용어와 규칙부터 약이나 전자제품의 사용 설명서들이 법정에서 문제가 될 경우에 대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률 용어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자들이나 구매자들이 제품 구입을 망설이거나 포기하고, 제품을 구입한 이후에도 복잡한 사용 설명서에 질려 반품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은행이나 기업의 고객들은 자신이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복잡한 조문들을 깨알만한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놓은 계약서나 약정서를 보고는 기업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기는 커녕, 기업이 자신을 기만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계약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약병에 표기된 복잡하고 까알만한 사용법과 주의사항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 사용이나 복용을 잘못된 방식을 하고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비용과 기회 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천문학적입니다. 미국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세금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매년 61억 시간씩을 허비하는데, 이는 300만명이 풀타임으로 1년 동안 일하는 것과 같은 비용이라고 합니다. 약병에 쓰여진 불명확하고 인식불가능한 복용설명서 때문에 소송에 걸린 제약회사가 치러야 한 엄청난 배상금부터 9.11 당시 수많은 구조단체들이 서로 다른 약어와 코드들 때문에 겪었던 혼란까지 불필요한 복잡함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납니다.

심지어는 2007년 미국발 금융대공황을 불러 일으켰던 파생 금융 상품 역시 지나치게 복잡한 설명으로 인해 금융 전문가들 조차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복잡함으로 인한 피해의 규모와 파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불필요한 규정이나 설명들을 간략하고 명료하고 짧게 줄임으로써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 조시 라이히의 심플 은행, 사우스웨스트 항공, 처브 보험사, 월그린 약국 체인점, 클리블랜드 클리닉, ING 다이랙트, 구글 등의 기업들과 퓨어 디지틀의 플립 캠코더, 삼성의 지터버그폰, 판도라의 맞춤형 인터넷 라디오, 클리어알엑스 알약용기 등의 상품들을 구체적으로 예로 들고, 애플과 필립스, 구글, 옥소, 뉴욕시, 퓨 재단 등이 회사나 조직의 의사 결정 단계와 처리 및 홍보 방식을 어떻게 간략하고 단순하게조정하고 변화시켰으며, 그에 따른 극적인 결과들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복잡함은 분명히 현대 문명의 한 특징이지만,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는 법률적인 문제 발생을 지나치게 염려한 변호사들에 의해 필요 이상을 넘어 오히려 큰 문제가 될 정도로 기본적인 서류나 설명서, 약관들이 복잡하고 난해하게 작성되어 있음을 누구나 인지하고 공감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난해함과 불가지성이 소비자들에게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받아들여져 가입이나 구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부작용만이 있고 그런 복잡한 조항들을 보고 실뢰를 가지게 되는 실질적인 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그러한 점은 약관이나 사용설명서, 사용법을 쉽고 간단하게 만든 기업이나 상품, 제품이 대성공을 거두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매우 높다는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충분히 실증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카터와 클링턴, 오바마 같이 변화사 출신의 대통령들은 이러한 쉽게 쓰기 운동에 적극적인 반면에 책을 읽지않기로 유명한 레이건이나 아예 중증 난독증인 부시는 이 법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러한 어렵고 복잡하며 독해불가능한 문서들이 결국은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