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윤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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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가 <3 물결>에서 혁명적으로 주창했던 공장 굴뚝 경제의 시대를 대체할 새로운 지식 정보 경제의 시대, , IT 신경제의 시대가 막을 연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 전화가 없는 현대인의 삶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세상이 되었을 정도로 사이버 스페이스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이미 다가와 존재하고 있는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19세기 전체와 20세기의 거의 90%를 지배해 온 공장 굴뚝 경제는 이제는 ‘3D 업종이라고까지 불리며, 과거의 농업이나 어업과 별 차이가 없는 하층 경제나 저급 노동으로 누구나 인식하고 있음도 솔직한 사실이고요. 

 

이처럼 첨단 IT 기반의 사이버 세상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도래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제조업의 부흥을 부르짖는 신간 서적이 있다면 당연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눈총을 받을 것이고, 심지어는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위기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호도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집단처럼) 구체제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수구논객의 곡학아세적인 선전이라는 혐의조차 받을 위험이 매우 농후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가 <와이어드>지 편집장 출신으로 롱테일 경제학프리코노믹스를 주창한 IT 시대의 구루 중 한 명인 크리스 앤더슨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2006년에 발표했던 <롱테일 경제학>을 통해서는 상품 생산과 재고, 진열과 판매의 가늘지만 매우 긴 꼬리들을 물리적인 진열과 보관 공간이라는 제약이 거의 없는 비트 세계인 아마존과 아이튠즈 같은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판매 체계를 통해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냄으로써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생산 체계의 오랜 법칙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2009년에 발표한 <프리>를 통해서는 인터넷 활동의 특징인 지식과 정보의 무상 제공과 공유 행위가 어떤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프리코노믹스경제 메카니즘의 기반을 창출하고 확장시켜 나가는가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경제학적인 논리로 풀어내었던 크리스 앤더슨이 <와이어드> 편집장을 그만두고 최근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보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소형 무선항공기인 드론의 자동조종장치 개발 기업인 3D 로보틱스의 CEO로 옮기면서, 어떻게 해서 자신이 IT 산업 이전인 구시대의 경제 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제조 생산업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 <메이커스>입니다. 

 

 

물론 크리스 앤더슨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의 제조업은 과거 공장 굴뚝 경제 시대의 소품종 대량 생산의 획일적인 구시대 제조업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시대의 제조업은 자신이 롱테일 경제학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수많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필요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품종 소량 생산의 매카니즘과 그것을 충족시킴으로써 성립되는 새로운 개념의 제조업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대의 제조업은 과거 공장 굴뚝 시대의 대량 생산을 위한 거대한 공장과 수많은 노동자들, 막대한 자본과 유통망, 방대한 시장 같은 거대한 물질적, 경제적 기반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개발과 설계, 제작, 생산, 유통, 판매의 각 단계마다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진행됩니다. 

 

이 새로운 시대의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기업이나 자본이 생산 행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필요와 관심에서 출발하고 진행됩니다. 어떤 물건이 필요한 개인은 현대 정보와 지식의 집결체인 인터넷상에서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조사하고, 자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나 검색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와 정보, 지식들을 공유하고 나누며, 자신의 아이디어나 컨셉, 설계도 등을 인터넷상에 올려서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보다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수정과 보완을 하고, 그것을 역시 인터넷상에 공유되고 있는 회로도나 아두이노 같은 보드에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응용해 화로를 설계하고,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그려진 무수한 인터넷상의 도면들을 토대로 약간만 수정하여 도면을 만든 후, 컴퓨터 수치 제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업체에 설계 도면 파일을 전송하거나 직접 3D 프린터를 통해 제품을 뽑아냄으로써 원하는 것과 똑같은 제품을 실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인터넷에 기반한 제작 과정들을 통해 얻은 다양한 기술과 정보, 그리고 수요와 판로들을 조합하여 각 개인이 필요한 물건들을 개인이 직접 제작하는 것을 넘어, 개인인 만든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필요를 지닌 다른 개인에게 판매함으로써 규모는 작지만 제조업의 기본 뼈대가 갖추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이 앞으로는 기존의 대규모 제조업을을 위협할 정도로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제조업이 IT 산업에 밀려 도태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에 반대하며, 과거 1차와 2차 산업 혁명이 모두 제조업의 극적인 팽창을 통한 현실 세계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들며, 현재 웹 기반의 사이버 스페이스의 경제 총량은 실물 경제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사람들은 컴퓨터 속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과 자동차, 물체들 속에서 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IT 혁명에서 비롯된 3차 산업 혁명이 이루어지려면 IT 기반의 새로운 제조업 혁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은 소품 종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핸 행복의 극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최근 기존 제조업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획기적인 신기술로 화제가 되고 있는 3D 프린터를 비롯해 오픈 하드웨어와 새로운 형태의 제조 공장 시스템, 개방형 조직,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 등 이 새로운 제조업을 도와줄 도구와 생산 기반 시설, 제도들을 소개한 후, 각자가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그러한 롱테일-프리 제조업이 비트 경제의 기반 위에서 자리잡고 번창하는 미래를 그려 보여줍니다. 

 

최근 개봉한 <맨 오브 스틸>의 세트와 소도구들은 모두 3D 프린터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3D 프린터로 총기를 제작해 사용하는 이야기는 이미 인기 과학 수사 드라마인 CSI에 나오기도 했고요. 새로운 제조업의 미래는 이미 우리 곁 아주 가까운 곳까지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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