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마이클 코넬리 엮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존했던 역사상의 유명 인사들이 픽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색다른 히어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나 영화들이 최근들어 유행처럼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으로 활동하는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부>와 어린 소년 시절의 에드거 앨런 포가 살인 사건의 비밀을 쥔 존재로 등장하는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를 비롯하여 곧 개봉할 <에이브라함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대통령이 되기 전 젊은 시절에 링컨이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활동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창작까지도 헐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로 제작되었을 정도이니까요.

 

이달 초에 개봉한 존 쿠삭 주연의 영화 <더 레이븐>도 애드가 앨런 포가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탐정으로 활약한다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다빈치 코드> 이후 붐을 이뤘던 <단테 클럽> 류의 히스토리 팩션인 이 영화는 팩션 붐이 지나간 지도 한참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신선함이나 기발함도 부족하고 영화적인 완성도나 재미도 그저그런 범작 수준이지만, 애드거 앨런 포가 쓴 소설 속의 사건들을 고스란히 모방한 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그 범인이 포의 열렬한 팬이라는 착상은 다분히 흥미로왔습니다. 영화 속에는 포의 추리 소설 4편이 고스란히 살인의 원형으로 등장하고, 포의 대표작인 <까마귀(레이븐)> 2편의 시가 중요하게 낭송됩니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작품 선집인 <애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더 레이븐 In the Shadow of the Master>는 다분히 영화 <더 레이븐>의 개봉에 맞춰 기획, 출간된 느낌이 짙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포의 대표적인 단편과 중편 소설 15편과 장편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의 발췌까지 16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는 기존에 포의 유일한 전집이 <우울과 몽상>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어 있지만, 이 책은 국내 번역 도서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번역이 문제가 많아 포의 팬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는데, 새로 출간된 책을 <우울과 몽상>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두 책의 문장이 구조와 내용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아 원어와 일일이 대조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된 판별이 어려울 정도이지만, 이번 책의 번역 쪽이 좀 더 쉽게 읽히는 느낌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포의 대표작들을 모아놓았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의 회원들이 이 책의 구성과 편집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는 1945년에 뉴욕에서 조작되었는데, 추리 소설계의 대표적인 상인 에드거상을 1954년부터 선정해 수여하고 있을 만큼 미국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 협회입니다.

 

이번 책은 2003년과 2004년에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의 회장을 맡았던 마이클 코넬리가 에드거 앨런 포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추리와 미스테리 작가 20명에게 포에 관한 글을 부탁해, 포의 수록된 작품들마다에 포의 작품이 자신의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고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진솔하게 밝힌 헌사들을 각 작품들의 뒤에 수록한 점이 가장 돋보이고 주목됩니다. 포의 작품들에 헌서를 쓴 작가들은 마이클 코넬리를 비롯하여 스티븐 킹, 제프리 디버, 넬슨 드밀, 테스 게리첸 등 명실상부하게 현대 미국의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거장들인데, 이들이 말하는 포와 자신의 인상과 작품과의 이야기는 솔직히 포의 본편보다도 더 이 책을 구입하고 읽을 목적과 이유가 될 정도입니다.

책 앞에 실려있는 에드거 앨런 포와 삽화가, 에드거상 수상 미스터리 작가들에 대한 소개와 마이클 코넬리의 인사말도 눈길을 끌고요.

 

책 자체도 매우 공들여 만들어졌는데, 붉은색 하드커버도 고급스럽지만, 검은숲사의 엘러리 퀸 콜렉션처럼 각 페이지의 위와 아래, 옆을 모두 검회색으로 칠해서, 옆에서 보면 책의 위와 아래, 옆면이 모두 검회색으로 보이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점이 특히 돋보입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