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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의로운가 - 서울대 이정전 교수의 경제 정의론 강의
이정전 지음 / 김영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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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학 불모의 시대에 하나의 시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데에는 하버드 대학교 최고 인기 강의라는 카피 문구의 역할도 물론 컸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의라는 명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3~40대 지식인층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위 386 혹은 486이라고 지칭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위치한 우리 사회의 중추 세력들은 바로 대학 시절에 군사 독재 정권의 불의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서 정의를 쟁취하고 역사의 큰 줄기를 바꿔놓았던 경험이 생생하기 때문에, IMF 이후 10년 동안 제대로 진행되어 온 시민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시대를 역행하는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인 정권으로 추락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더 뼈저리게 개탄하며 바라보고, ‘정의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매 분석을 보면 3~40대의 구매가 압도적이고, 20대와 50대 이상의 구매는 매우 미미한 데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단순한 당의적 정의론을 설파한 것이라면 아마도 그렇게까지 화제가 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서로 대립되는 주장을 공평하게 받아들여 충분한 논거를 탐색한 후, 객관적인 입장에서 실질적이고 공평한 정의란 어ᄄᅠᆫ 것인가를 깊이있는 논쟁과 숙고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주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진보 세력에 못지않게 자기들만의 논리로 똘똘 뭉친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들과의 논쟁을 시뮬레이션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다 사실적이고 실질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샌델 교수의 정의론이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하버드 대학생들이 귀를 기울일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미국 역시 부시 정권이라는 반역사적인 극우보수주의 정권 아래에서 시민들의 정의와 평등이 신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이고 당연해야 할 정의조차도 탐욕과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궤변에 의해 왜곡되고 있었기 때문에 샌델 교수는 그러한 수많은 궤변과 아전인수적인 주장들에 맞서 실체적 정의의 개념을 세우고자 강의를 하고 책을 썼던 것입니다.

그리고 부시 정권의 극단적인 탐욕은 마침내 2008년에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인 금융대공황을 불러일으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일거에 침체의 늪으로 밀어넣고 말았죠.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환경대학원장이고,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이정전 교수가 쓴 <시장은 정의로운가>는 부시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신주유주의 경제가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자본주의의 이상에 충실한 것인지를 지적하고,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에 만연되어 있는 자분주의적인 폐해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부시 정권 하의 미국과 MB 정권 아래의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치 자본주의의 대원칙이고 세계 경제의 추세인 것처럼 주입되고 있는 자유 경쟁 시장이 과연 자본주의 경제학의 원칙에서 볼 때 바람직한 것이고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원론적으로 조목조목 고찰해 나갑니다.

이익과 분배, 효율성과 공평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의견들을 거쳐 실업과 빈부격차를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상반된 시각,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체계 아래에서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분배가 가능할까를 논의한 후 샌델 교수처럼 고전적인 의미에서 공리주의자들과 칸트가 자본주의에서의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를 살펴봅니다.

자유 경쟁 시장의 주장이 수정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전의 자본주의 초창기의 불완전하고 위험성을 내포한 주장에 불과함을 지적한 후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적인 대안을 살펴본 후 어떻게 하면 정의와 신뢰가 꽃피는 시장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매우 모범적이고 논리적이며 공정한 추론 과정이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자신에 제시한 결론에 희망적인 낙관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의 논의들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서로 상대 진영의 논리를 검토하고 옳은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경국 금융대공황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 부시 정권이 그러했듯이 매국 매판 자본이라고까지 불리는 현재의 MB 정권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울 생각만 있을 뿐, 그 이외의 어떤 논의나 주장에는 관심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아래에서 떡고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소위 보수 세력들도 정의로운 것에는 하등 관심조차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니까요.

모처럼만에 잘 씌여진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는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바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불행한 현실일 뿐이라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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