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소설 애호가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출판사 중의 하나가 북스피어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시리즈를 비롯하여
밴 다인의 파일로 벤스 시리즈,
마쓰모토 세이초와 로제 젤라즈니의 작품들 등
추리와 SF 소설 애호가들을 위한 충실한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귀중한 출판사죠.
북스피어가 작년 1월에 새롭게 런칭한 것이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인데,
150쪽 전후 분량의 중편 소설과 에세이를
얇고 길쭉한 문고본 형태 디자인에 단백한 해설을 달아서
장르 소설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시도한 것이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라고 합니다.
작년 1월 말 경에 시리즈의 준비호 형태로
첫 번째 책인 로저 젤라즈니의 < 집행인의 귀향 >이 출간되었는데,
본격적인 출간에 앞선 준비호 형태의 파일럿 북이라는 의미로
000 으로 번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8개월이 지난 올해 9월 말에
마침내 본격적으로 시리즈가 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1차로 발간된 책은 모두 3권으로
각각 001, 002, 003으로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어째 <사이보그 009> 시리즈 같네요 ).
시리즈의 본격적인 첫 번째 책이 되는 001번은
< 위대한 탐정 소설 >이 차지했습니다.
저자는 예술평론가인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인데,
사실 이 이름보다는 탐정 소설가인 S.S. 밴 다인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이 책은 윌러드가 다양한 국적의 유명 작가들의 단편들을 선별하여
1927년에 발간된 <위대한 탐정 소설>이라는 앤솔리지집의 서문으로 씌여진 글로써
추리 소설의 역사에 대한 개괄적이고 폭넓은 지식을 안겨주는 글입니다.
총 110쪽 중에서
북스피어 발행인의 이례적으로 긴 24쪽 분량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출간에 붙이는 글과
번역자 후기, 편집부 후기 등을 빼고나면
본문은 70쪽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에 알찬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 번호 002인 두 번째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 만으로도
일찌감치 열광하실 열렬팬들이 무척 많으실텐데,
이 책은 챈들러가 쓴 두 편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챈들러가 동서고금의 추리 소설 대가들에게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들을 날리는 30쪽 분량의 에세이인
< 심플 아트 오브 머더 >가 메인이고,
80쪽 분량의 중편 소설인 < 스페니쉬 블러드 >는 덤 격이지만,
챈들러의 팬들에게는 그의 중편도 보석과도 같겠죠.
3번째 책인 003의 저자는 뜻밖에도 일본인입니다.
책의 제목은 <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좌 >인데,
저자인 나오키 산주고는 일본 소설 애독자라면 이름이 익을
일본에서 대중 문학에 주어지는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의
바로 그 나오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인 나오키상의 명성이나 지명도에 비해
정작 나오키 산주고의 저작은 국내에는 이 책이 뜻밖에도 첫 소개인데,
이 책은 나오키가 당시의 작가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대중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3권의 책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는
본격적인 저술집이나 장편 위주의 우리 출판 시장에서
놓치고 빠뜨린 주옥같은 중요한 중편과 단편들을
부담없는 분량과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지만,
현실적으로 권 당 3,800원~4,800원의 낮은 가격으로
수지타산을 어떻게 맞출 지가 상당히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발간되고 많이 판매되어
장르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평탄하게 만다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척이나 큽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