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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 21세기 세계 판도를 결정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
CCTV 경제 30분팀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총성없는 전쟁이라는 무척이나 상투적인 표현이 가장 빈번하지만 여전히 실감나게 사용되는 분야가 바로 무역, 그것도 국제 무역이지요. 현대 국가는 과거처럼 물리적인 방법으로 영토를 늘리거나 이익을 착취하는 대신,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이익을 취하고 있는데,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타국과의 교역, 즉, 무역입니다. 그만큼 국제 무역은 현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분야인 만큼 갖가지 술수(플라자 합의 같은)와 제휴(FTA), 공격과 방어(슈퍼 301조 같은)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직접적인 외교나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세계 정세가 일극체제를 거쳐 빠르게 다극화되면서 세계는 전쟁보다는 무역을 통해서, 군사력을 대체하는 경제력으로 과도적인 공백기의 세계 질서에서 새로 형성되는 권력을 장악하려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시켜 전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교통과 인터넷, 통신의 발달로 급속하게 글로벌화되어가는 세계 정세와는 대조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각국이 타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저가 생산품으로부터 자국의 기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배타적인 보호 장벽을 강화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지역의 국가들끼리는 상호 간 경제 협력 조약으로 뭉쳐서 서로 간에는 최호혜국 대우를 해줌으로써 역내 교역을 촉진시키고, 역외 국가들에 대해서는 대조적으로 경제 공동체로의 진입을 저지하는 각종 방벽들을 높게 쌓아가는 현재의 블록 경제화되어가는 상황은 사실상 전면적인 무역 전쟁의 전초전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은 중국의 공영 방송인 CCTV의 간판 경제 프로그램인 <경제 30분>이 제작한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정리해 옮긴 것입니다. <경제 30분>은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시사 보도 전문 프로그램으로, 경제를 대상으로 한 날카로운 분석과 권위있는 평론으로 경제계 인사들은 물론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층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경제 30분>이 제작, 방영한 대형 다큐멘터리인 이 <무역전쟁>은 현재 세계 경제계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규모와 영향력으로 가까운 장래에는 미국마저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이 국제 무역의 역사를 총정리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현재의 문제점들을 진단하여 앞으로의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향신료를 얻기 위한 원양 항해로 시작된 국제 무역의 패권이 최초의 지배자인 포르투칼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거쳐 최종적으로 영국으로 넘어가는 국제 교역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2부에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여 타국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침략하던 영국이 몰락하고, 그 바톤을 미국이 넘겨받는 20세기 초반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3부에서는 냉전 시대에 펼쳐진 미소간의 무역 대결과 미국의 원조로 부흥한 일본 경제가 세계 최고를 넘보자 플라자 합의를 강요해 일본 경제를 침체시킨 내막, 그리고 이런 일본의 전철을 밟지않은 서독의 현명한 선택을, 4부에서는 개발 도상국들의 수출-내수 정책의 선택과 1997년 소로스의 공격에 무너진 동남아 금융 시장, 그리고 중국의 WTO 가입과 계속되는 무역 마찰과 화폐전쟁을, 마지막 5부에서는 2008년 미국 금융 공황에 따른 달러화릐 기축 화폐로써의 존재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 보호 무역으로 치닫는 세계 경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갈등,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 등 현재 세계 경제계가 처해있는 무역 전쟁의 현황과 거기에 대해 과거의 사례들로부터 유추해 낸 교훈과 전망의 제시 등을 담고 있습니다.
15세기 중엽 중산주의로 시작된 국제 무역의 태동과 주요 패권국들의 흥망성쇠, 영국에 이어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간 20세기 중반의 상황을 거쳐 최근 미국의 쇠퇴와 개발도상국들의 약진, 그리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중국의 무역 상황까지를 국제 무역의 초창기부터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나간 후, 현재 중국이 처해있는 입장과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의 예측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내용은 역시 중국 공영 방송인 CCTV의 간판 경제 프로그램답게 알기쉽게 맥을 잘 짚어나간 교양 프로그램으로써의 모범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후반부의 내용이 다분히 중국 중심적이고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제작 주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고, 사실 우리나라의 입장은 미국 등 선진국을 옹호하기보다는 중국 쪽에 더 가까운 입장이므로 중국의 선택과 방향을 눈여겨 볼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후반부는 미국이나 서구의 경제학 책들과는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