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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금융대공황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주의의 허상과 한계가 역력하게 드러남에 따라 가장 직접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취약한 구조와 허약한 체력이고, 그것이 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달러화의 몰락 예언들이었습니다. 버넹키와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가 천문학적인 달러를 찍어 뿌린 덕분에 미국 경제의 연쇄 부도는 가까스로 막았지만, 그 여파로 미국의 국제 신용도가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것조차도 앞으로 다가올 미국 경제의 몰락과 전세계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이은 더블 딥 대공황에 비하면 오히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전세계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고 예측입니다.
현재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을 되찾은 것도 같습니다. 일단 주가와 물가, 유가는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금융대공황의 원인이 된 퀀트들에 의한 위험한 파생 상품 창조와 그것을 뒷받침한 시카고 학파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의 허상을 전세계가 명백하게 목격하였고, 유일한 초거대 강대국인 미국이 그러한 내부의 경제적 오판과 실책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세계 경제계는 미국의 예정된 몰락을 확인했습니다.
그러한 단적인 예가 금융대공황이 발생하자 부시가 중국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 보냈던 특사들이 한결같이 문적박대를 당함으로써 미국의 세계 금융 시장에서의 패권이 완전히 상실되었다는 사실입니다.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전세계 경제계를 주도하고 떠받친 것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에 뿌리를 둔 다국적 초대형 은행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2008년 대공황으로 순식간에 막대한 파생 채권과 자산을 일거에 날리자, 전세계 경제계는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편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유동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이러한 규모의 유동 자금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것은 새로 등장한 거대한 자본 세력이며, 이들을 에릭 j. 와이너는 ‘그림자 시장’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들 그림자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부다비 같은 페트로달러 국가들과 중국,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의 부국들, 해지 펀드와 비공개 투자 펀드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막대한 부와 주식, 채권, 부동산, 통화를 토대로 엄청난 유동 자산을 움직이며, 이것을 가지고 금융대공황으로 허약해진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과 자산들을 급속하게 매입해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거대한 그림자 시장의 경재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세력 간의 이합집산을 유도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력 구도를 형성해 나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미국 달러와 국무부 채권의 최대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중국 내의 인권 탄압을 숨기고, 리비아가 영국에 영향력을 발휘해 자국의 테러리스트들을 석방시킨 사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19세기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의 패권을 2차 대전을 기점으로 넘겨받은 미국의 번영도 과거 역사의 법칙을 되돌이켜 본다면 이제 막을 내릴 시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국가가 등장하는 것도 필연적인 역사의 흐름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대체자의 특징은 특정 초거대 국가가 아니라 다극화된 여러 개의 비서구 국가들이라는 점이고,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연계나 공통된 이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 전략은 훨씬 더 복잡다단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나라도 그 한 축에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는 만큼, 양극 혹은 일극 체계가 아닌 다극 혹은 무극 체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빨리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세계 경제의 변화된 새로운 지형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제시하고 있는 중요한 지침서입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