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서 2009년 1월에 [ 노인의 전쟁 ] 으로 새롭게 '외국소설선'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많은 SF 팬덤을 흥분시켰던 것은 존 스칼지의 [ 노인의 전쟁 ] 자체의 재미도 있었지만, 뒤쪽 책 날개에 작은 글씨로 적혀져 있는 이 시리즈의 향후 출간 예정작에 레이 브래드버리의 [ 화성연대기 ] 가 시리즈 004로 떡하니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라고하면 SF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만화 [ 강철의 연금술사 ] 에서의 대총통의 이름을 떠올릴테지만, SF에 발을 담근 분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과 그의 대표작인 [ 화성연대기] 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브래드버리의 [ 화성연대기 ] 는 SF 장르에서는 필독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번역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사실 [ 화성연대기 ] 는 그동안 국내판이 두 차례나 출간되었었지만, 30여년 전에 나왔던 일본어 중역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1990년에 모음사에서 나왔던 번역본조차도 금방 절판된 후 희귀도서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여서 많은 SF팬들을 안타깝게 해왔습니다. 샘터의 외국소설선도 [ 노인의 전쟁 ] 출간 이후 근 1년 간 후속작들이 출간되지 않아서 혹시 이 기획이 취소된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주었던 것은 바로 그 후속작 속에 [ 화성연대기 ] 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올해에 들어와 [ 좀비 해적 이야기 ] 가 [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 로 제목을 바꿔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 노인의 전쟁 ] 의 속편인 [ 유령여단 ] 과 [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 이 차례로 출간된 데에 이어 마침내 [ 화성연대기 ] 가 8월 30일에 출간되었습니다.
[ 화성연대기 ] 는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이라는 시간대를 배경으로 지구인이 화성을 침공해 정복하는 과정을 기록한 26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성 침공이 시작된 날짜가 1999년 1월이라는 데에 다소 황당함을 느낄 분도 계실텐데, 이 작품은 지금부터 70년 전인 1940년대에 여러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허무맹랑하다고 비웃기보다는 오히려 그 상상력에 더욱 놀라게 될 정도입니다. 번역은 김영선씨가 맡았는데, 주로 아동 문학쪽에서 상당히 많은 작품을 번역하신 분이네요. 원래 브래드버리는 이 단편집에 4편을 더 수록하려다가 1950년에 처음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되기 직전에 빠졌다고 하는데, 여러 차례 특별 기념판 형식으로 정리되었던 판본들 중에서 어떤 판본을 토대로 한 것인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네요. ) ( 김상훈씨라면 이런 부분을 빼놓지않고 밝혔을텐데 이런 면에서 SF 전문가와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 브래드버리는 이 연작들 외에도 화성을 무대로 한 중단편들을 10여편 정도 더 썼는데, 그중 일부는 그동안 국내에 발간되었던 SF 선집들 속에 포함되어 있으니 [ 화성연대기 ] 를 읽고 감명을 받으신 분은 그 작품들도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