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지난 해와 올해를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을 책인

무라카미 하루키[ 1Q84 ]3권이 지난 달에 새롭게 나왔죠.

 

작년 8월 말에 1권과 2권이 한꺼번에 발간되었을 때

[ 해변의 카프카 ] 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하루키의 본격적인 장편이라는 점과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화제성에 힘입어

일본 내에서 출간 직후부터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하였고,

 

국내에서도 출판 계약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화제를 뿌리고 난 후의 출간이어서인지,

몇 달 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순수 문학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웠습니다.

 

3권 역시 출간되자말자 [ 정의란 무엇인가 ], [ 김대중 자서전 ] 과 함께

교대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판매 순위 1위를 다투고 있는데,

오프라인 서점까지 총괄하면 아마도 현재 판매 1위는 이 책이 아닐까 싶네요.

(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은 선호하는 책과 경향이 상당히 다르죠  )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면

최근의 이사카 코타로나 요시다 슈이치, 이시다 이라, 오쿠다 히데오 등은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에쿠니 카오리 같은 중견 작가들과 비교하더라도

'386 정서' 쪽으로 분류되는 무척이나 '낡은(?)' 작가인데,

( 최근 인터뷰를 보니 하루키도 경로 우대증을 발급받는 나이가 되었다더군요  )

 

이런 하루키가 [ 해변의 카프카 ] 이후 7년 만에 낸 신작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내내 베스트셀러를 굳건하게 지켰다는 사실은

문학계에서도 어김없이 386 파워가 가장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출판계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구입 독자층과 주 장르를

이전에는 2~30대 여성과 픽션으로 잡던 것은

최근에는 3~40대 남녀와 논픽션으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386 세대와 그 아래 20대의 문화 성향이 현저하게 다르다고 보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점이 바로 현재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386 세대와

386 세대들로부터 여러가지 면에서 비판받고 있는 20대의 차이를 낳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386 세대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사소설적이라고 비판받았던 하루키의 작품이

현재의 20대에게는 고급스러운 순문학으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 실제로 어제 경희대에서 열렸던 센델 교수의 [ 정의란 무엇인가 ] 내한 강연을 들으러 가서 보니

 거의 대부분의 청중이 386 세대들인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대학교에서 하는 강연인 만큼 대학생들이 청중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실제로는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온 386 직장인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더군요  )


[ 1Q84 ] 1권과 2권을

400자 원고지 딱 1984장에 맞춰 썼다는 하루키 스스로의 말은 재미는 있었지만,

2권의 마무리가 완결적이지 못하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그동안 봇물을 이루었는데,

 

역시나 2권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3권으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이번에는 새로운 캐릭터마저 등장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는 느낌이 강하다고 하니,

결국 올해 4분기 경에 4권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분분합니다.

 

( 1권의 부제가 4~6월, 2권이 7~9월, 3권이 10~12월이니

  4권 1~3월이 나와야 1년을 딱 채우게 되겠죠  ) 

개인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러니 [ 픽사 이야기 Pixar Touch ] 라는 제목의 책이 새로 나왔다면

당연히 구입을 했겠죠.

 

책 자체는 현재까지 픽사에 대해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평이 좋고

아마존 순위도 높은 책인 만큼 신뢰할 만 한데,

 

책을 받아들고 약간 놀랐던 것은 기대했던

하드커버가 아니라 소프트커버였다는 사실입니다.

 

비슷한 지명도에 가격이 2만원으로 더 싼 [ 구글드 ] 는 물론이고

가격이 13,000원인 [ 운명의 날 ] 조차도 하드커버인데,

정가가 23,000원인 책이 하드커버가 아닌 소프트커버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편집도 그다지 마음에 드지 않는데,

제가 싫어하는 본문 너비를 좁히고 쪽 좌우에 넓게 공백을 두고는

거기에 어쩌다가 한 번 꼴로 각주를 넣어두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쓸데없는 공간 낭비만 하지 않았다면

책 전체의 페이지를 2/3 이하로 줄일 수 있었을 분량이었습니다.

 

인세 때문인지 비싸진 가격을 정당화하느라

전체 쪽 수를 늘이기 위해 이렇게 편집을 한 것 같은데,

그냥 일반적인 너비로 편집을 하고 튼튼한 하드커버로 출간했더라면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Amazon에서 찾아보니

같은 페이퍼백 버젼은 320쪽이고 가격은 10.88달러네요.

( 페이퍼백은 하드커버본보다 좌우 너비가 훨씬 더 좁죠 ) 

 

책 날개에는 아이폰 열풍을 염두에 둔 듯

'PIXAR가 없었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없었다!'라고 적혀있는데,

다분히 과장된 느낌을 주는 광고라고 생각됩니다.

 

책 내용 자체야 워낙 좋아하는 PIXAR의 이야기니 어지간하면 실망하지야 않겠지만,

번역자가 [ 잿더미의 유산 ] 에서 오역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이경식씨인 만큼 걱정이 됩니다.

 

분명히 수준 이하의 번역자임에도 불구하고 [ 잿더미의 유산 ] 이후로도

역시 고유 명사의 오역이 상당했던 [ 스노볼 ] 같이 굵직굵직한 책을 계속해서 번역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뒷 배경이나 끈이 두터운 모양입니다.

( 프로필을 보니 저서에 [ 이건희 스토리 ] 가 있네요  )


[ 위험한 경영학 ] 을 쓴 메튜 스튜어트

옥스포드에서 철학 박사를 받은 후 우연한 계기로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여

매킨지 등 잘나가는 전략 컨설팅 회사들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이 책을 통해 폭로하고 있는 것은

현대의 거의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을

소위 컨설팅 전문 회사와 컨설턴트들이

사실은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지에 대한 것입니다.

 

자신의 컨설턴트로써의 컨설팅 회사 근무 경험을 토대로

이제 갓 MBA 학위를 딴 20대 중후반의 새파란 젊은이가

세계적인 대기업의 CEO에게 경영 기법을 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컨설턴트들과 컨설팅 회사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경영 분석 기법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근거없는 차트 상의 조작과 장난인가를 적나라하게 폭로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테일러를 비롯한 소위 '경영학의 대가'들에 의해 창시된 경영학과 경영 대학원이

그 출발에서부터 얼마나 거짓된 자료 조작과 근거없는 분석, 현실과 괴리된 자의적인 결론,

그리고 과학적 검증 시스템과 예측가능성이 결여된 비과학성으로 점철
되어 있는지를

충실한 자료들을 토대로 조목조목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최근들어 성공의 필수 요건처럼 여겨지고 있는 MBA 학위가

실제로는 얼마나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것인지가 명백해질 정도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별도의 서평을 써놓은 것이 있으니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은 칼 세이건의 유작입니다.

 

칼 세이건이 1985년에 1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코틀랜드의 기퍼드 강연에 연사로 초빙받아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가졌던

'자연 신학에 대한 기퍼드 강연'의 강연문과 사후에 발견된 강연 초안, 유고 등을

정리하여 2006년에 유작으로 펴낸 것이 이 책입니다.

 

이 책에서 칼 세이건은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인식의 지평이 현격하게 넓혀지고

그에 따라 이전까지 인간의 지혜와 삶을 규제하던 종교의 굴레가 벗겨졌음을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시작된 과학자들에 대한 교회의 핍박과 대비시켜가며 서술하고

 

보다 넓은 우주와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에 대비해야 할 시기에

시대착오적인 중세적인 종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인류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
하며

 

극우주의적인 근본주의 개신교에서 내세우고 있는

창조 과학 - 지적 설계론 - 예정 조화설을 조목조목 비판
합니다.

 

칼 세이건 같은 온건한 성향의 과학자마저 이런 내용의 강연을 할 정도로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뒤덮고 있는 근본주의 개신교의 심각한 폐해를 엿볼 수 있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과 함께

엄격한 과학적 시각에서 검증해 나간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매우 신뢰할 만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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