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어둠/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자본주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본주의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 책세상 루트 17
안현효 지음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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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나라 이웃나라 >의 대성공 이후 초보자를 위한 만화나 카툰을 대량으로 사용한 입문서들이 붐을 이루듯이 출간되었지요. 하지만 그중에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책은 의외로 몇 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뭘까요?

그것은 단순히 보기 쉬운 만화나 그림이 많이 들어간다고 무조건 초보자용 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접근법과 내용 자체가 초보자들이 처음 접근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잡지에 평론가들이 쓴 영화평에 대해 인터넷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비판이 바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라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네티즌의 단평이 아니라 평론가가 쓴 평론에 대해 ‘쉽게’라는 한 가지 조건만을 졸대적인 기준처럼 내세우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더 문제가 아닐까요? 영화는 엄연한 예술의 한 형태로 공인된 표현 양식이고, 그 예술품을 품평하는 전문적인 평론가의 평론이 대상인 영화에 걸맞게 전문적이고 논리적인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요? 문학이나 음악, 미술에 대한 평론에서는 전문적인 평론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면서 유독 영화나 대중 음악, 만화 같은 대중적인 예술 장르에 대해서는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를 요구하는 것은 대중 예술을 다른 예술 장르들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 한 단계 아래에 놓고 보기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평론의 소비자’인 ‘대중’의 ‘평론 생산자’에 대한 근거없는 소비자 주권 의식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세상의 진리를 찾으라는 왕의 명령에 수 십년 동안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 ‘공짜란 없다’ 단 한 문장으로 귀결되더라는 이야기가 단적으로 설파하듯이, ‘쉬우면서도 깊이있는 평론’이란 현실적으로는 극도로 존재하기 어려운 요구이며, 극소수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평론을 쓸 수 있는 평론가나 저자는 그 분야의 초보자가 아니라 그 분야의 최고 거장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초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분야를 풀어 설명하는 것은 대부분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만이 가능할 만큼 매우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19세기 이후의 자본주의 경제사를 정리해 놓은 이 책은 결코 쉽지않은 자본주의의 통사를 큰 흐름을 중심으로 명료하면서도 깊이있게 정리해 냄으로써 저자의 능력이 탁월함을 증명해 주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250년도 채 되지않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역사이지만, 모든 면에서 근대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빠른 변화와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현대에 속하는 시기이고, 그중에서도 현대 역사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경제학사와 경제학파들의 흐름을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인 안현효 교수가 일반적인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치경제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에서는 경제를 독립적인 체계로만 바라보지 않고 철학적인 논쟁과 역사 발전 과정의 추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자본주의 경제를 자본주의라는 단일의 독자적인 체계 속에서만 고찰할 때 부딪치게 되는 내부적인 한계와 모순들을 자본주의 외부의 대립되는 이론과 역사적인 추세 등과 연관시켜 해명하고 설명함으로써 비로소 총체적인 체계를 설득력있게 구축할 수 있게끔 만듭니다.
 

저자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과 방향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방법은 바로 변증법의 원리인데, 자본주의가 발전의 각 단계마다에서 성장이 중지되고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 때 그것을 해소해준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한 마르크스주의와 수정 자본주의이며, 자본주의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거나 그와 대립함으로써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정-반-합의 궤적을 그려왔음을 설득력있게 설명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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