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박스 리더십>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이 박스 리더십 Toy Box Leadership - 장난감 상자에서 발견한 리더십의 비밀
론 헌터 주니어 & 마이클 E. 와델 지음, 박종윤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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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한 첫 해인 신입생 시절에 전공 기초로 가장 먼저 수강한 과목들 중에 정치학 개론이 있었습니다. 정치학 개론 첫 시간부터 거의 중간 고사 무렵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강의했던 주제가 바로 ‘리더십’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민주 정체의 기본적인 구조와 구성 및 운영 원리 같은 것들을 배울 것으로 예상했던 정치학 수업 시간에 민주주의와는 다분히 상반되는 느낌을 주던 지도자의 리더십을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강의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하게 여겨졌었습니다. 더군다나 강의를 맡으셨던 교수님이 권위주의 타파와 자유주의를 중시하던 파리 소르본느 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인 분이셨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치학이란 보편적인 다수의 시민을 사고의 중심으로 하는 법학이나 행정학과는 달리, 소수의 전문적인 직업인인 정치인에 의한 국가 의사의 결정과 운영에 관해 논하는 학문인 만큼, 다수인 일반 국민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공공의 선이나 이익이라는 목표로 인도해 가는 기술인 리더십이야말로 정치라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가진 국가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국가를 이끄는 실질적인 주체는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소수의 정치인들이고, 그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국민들의 의사를 결집시키고 목표를 향한 행동으로 이끄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을 선출하는 사회의 제도와 그 결과로 선출된 정치인의 선악은 의외로 별다른 관계가 없음은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지녔다고 평가되던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 아래에서 탄생한 지도자가 바로 히틀러였고, 말많고 탈많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었다고 평가받는 대통령의 임기 내에서 선출되었다는 아이러니가 입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리더의 성격은 그 리더를 선출한 사회 전체의 정체성의 문제이고, 리더십은 그러한 리더의 성향이나 선악과는 별반 관계없는 통치와 지도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리더십은 단지 정치나 군대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수적으로 많고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기업에서 보다 더 요구되는 기술입니다. 얼핏 자신의 수익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고용 계약에 의한 고용 관계인 기업에서는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는데 왜 리더십이 요구되는가도 싶겠지만, 현대의 기업은 기업 구성원인 사원들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기업의 목표에 집중시켜야 하는 무한 경쟁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산인 사원들의 자발적인 최대 능력 발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술로써 CEO나 간부들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리더십 관련 서적들은 전쟁사나 기업사 등을 텍스트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우화나 동화,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리더십의 요소와 실행 방안들을 포착해서 이끌어 내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리더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거기에 맞춰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도 다양화되었다는 것인데, 사실 시중에 나와있는 리더십 관련 서적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나 내용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소재에서 이야기를 끌어낼까 감탄할 정도로 리더십 책 저자들의 독특한 시각과 접근법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 토이 박스 리더십 ] 도 매우 특이한 소재에서 리더십의 요소들을 포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장난감 상자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장난감들을 통해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상자’라는 제목과 일반적인 국배판보다 다소 작은 판형, 그리고 230쪽 남짓한 두께 때문에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점점 각 주제마다에 담겨있는 관점의 참신함과 내용의 알참에 감탄하며 페이지를 넘겨 나갔습니다. 

두 명의 저자는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의 어린이 장난감 상자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대중적인 장난감들의 특성과 모양, 놀이법을 통해 리더십의 여러 특질과 운용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갑니다. 

레고 블럭을 통해서는 조직 내의 인간 관계에 대하여, 슬링키 도그를 통해서는 리더와 직원들 간의 전진의 템포와 상호 작용에 관하여, 플레이 도를 통해서는 멘토링에 관해, 요요를 통해서는 독창성과 창의력에 관하여, 포테이토 헤드를 통해서는 리더의 표정 관리에 관하여, 루빅 큐브를 통해서는 윤리성에 관하여, 흔들 목마를 통해서는 효율성에 관하여, 리틀 그린 아미 맨을 통해서는 전략에 관하여, 라이트 브라이트를 통해서는 메세지와 의사 소통에 관하여, 오뚝이를 통해서는 내구성과 인내에 관하여 설득력있는 적절한 비유와 함께 원칙적인 정의, 구체적인 실천 방향과 방법 등을 이야기 해 줍니다. 

어린이 장난감이라는 친숙하고 단순한 매개체를 통해 풀어내는 리더의 여러 자질들과 리더십의 축적과 발휘 방법에 관한 설명들은 주제 설정과 그 내용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참신하면서 설득력과 깊이도 있어서 읽는 내내 감탄케 하는데, 특히 흔들 목마를 통해서 본 ‘열심히 달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자리에서 맴돌 뿐인 비효율성’과 루빅 큐브를 통해서 본 ‘리더와 조직이 갖추고 지향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기치인 윤리성’, 그리고 포테이토 헤드를 통해서 본 ‘리더가 갖추거나 자제해야 할 표정들’에 관한 내용들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리더십을 함양하는 방법에는 무수히 많고 다양한 방법론들이 있고, 시중의 서점에는 그에 관한 많은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 속에서 이 작은 책은 결코 파묻히지 않고 환한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되는 참신하면서 알찬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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