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이동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2 미치 랩 시리즈 1
빈스 플린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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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와 청장년층 사이에서 완연하게 하나의 문화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 TV 드라마, 즉 ‘미드’ 입니다. 소수의 수작 드라마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불륜’ 혹은 ‘막장’이라는 악명을 늘상 달고 다니는 국내 드라마나 만화적인 황당함이나 유치함이 지나친 일본 드라마(일드)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될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첨단 기술이나 유행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을 토대로 밀도있고 완성도 높게 전개되는 미드는 고정적으로 장기 출연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팬덤적인 요소까지 더해져서 영화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과 경탄을 품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미드의 주 시청 계층인 2~30대 사이에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드라마는 < 프렌즈 > 와 < 섹스 앤 시티 >이고, 남성들에게 주로 인기가 높은 드라마는 < 24 > 와 < CSI > 로 성별에 따라 취향이 확연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모든 시즌에 걸쳐 전체적인 완성도와 밀도감, 긴장감 등 작품성과 오락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작품은 바로 < 24 > 입니다.

 

‘대테러조직 CTU’ 요원인 주인공 ‘잭 바우어’가 매 시즌마다 초인적인 정신력과 체력으로 대통령 암살이나 대도시에서의 핵테러 같이 국가적으로 치명적인 테러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원 맨 히어로’처럼 필사적으로 사방을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하루 24시간을 매 회 당 1시간 단위로 나눠(총 24회 구성) 실시간 구성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의 이 액션물은 매 시즌이 방영될 때마다 전미 시청률 1위에 오름으로써 21세기 첫 10년 간 미국 TV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수사’라는 범죄 수사 기술의 최첨단 방식과 장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감탄시켰던 < CSI > 시리즈가 사실은 작가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을 주인공으로 한 베스트셀러 소설인 < 스카페타 > 시리즈의 강한 영향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 24 > 역시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빈스 플린의 베스트셀러 소설 < 미치 랩 > 시리즈입니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된 [ 권력의 이동 Transfer of Power ] 는 1999년에 발표된 책으로 작년 10월에 발표된 [ Pursuit of Honor ] 까지 모두 10권의 후속 시리즈가 발간된 < 미치 랩 > 시리즈의 히어로인 미치 랩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 미치 랩 > 시리즈가 < 24 > 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상의 원형이라는 사실은 주인공인 미치 랩이 CIA의 대테러부대 비밀 현장 요원이라는 설정과 이 책 [ 권력의 이동 ] 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권력의 이동 ] 의 개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단의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습격하여 수 십명의 비밀검찰국 요원들과 직원들을 살해하고 백악관을 완전히 점령합니다. 대통령은 지하의 비밀 벙커로 가까스로 피신했지만, 백악관에는 수 십명의 직원과 기자, 외부 인사들이 테러리스트의 인질로 잡혀있고, 대통령의 지하 벙커조차 완전히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알려집니다. 백악관 전체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막대한 량의 폭탄을 곳곳에 설치해 놓아 FBI나 델타 포스 등의 진압 작전이 극히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권력층 내부에는 대통령의 구출을 원치않는 세력까지 있는 상황에서 미치 랩이 단독으로 백악관 내부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자, 여기까지의 줄거리만을 들어도 누구나 ‘< 24 >와 정말 흡사하잖아’라고 말할 정도로 이 책이 < 24 >의 캐릭터나 설정에 미친 직접적인 면들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입니다.

(IMDB에 의하면 실제로 작가 빈스 플린은 < 24 > 의 시즌 4와 5의 4개 에피소드에 컨설턴트로 참여했다고 나옵니다)

 

테러리스트의 백악관 습격과 점거, 대통령을 비롯한 인질들과 대량의 폭발물로 인한 진입 작전 불가라는 전대미문의 스케일과 난이도로 긴장감을 한껏 높이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톰 클랜시나 프레데릭 포사이스 같은 작가가 좋아하는 선배 첩보 스릴러 작가들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첨단 장비와 기술들,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들, 권력층 내부의 파워 게임, 미국과 아랍 국가, 이스라엘 사이의 적대감과 긴장감 같은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절묘하게 풀어나감으로써 매 페이지마다 흥미진진하고 긴박감이 가득하여 독자들의 읽는 즐거움을 만끽시켜 줍니다.

 

 

첩보 스릴러로써의 구성 자체만으로도 이미 높은 완성도에 결정적인 재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아이언맨’이라는 암호명을 지닌 주인공 미치 랩의 강렬한 개성입니다. 그리고 백악관에 첫 출근한 신참내기 기자로 출근 첫 날 테러리스트들의 인질로 잡혔다가 미치 랩에 의해 구출된 후 그의 구출 작전에 합류하게 되는 여주인공 격인 애너 릴리를 비롯한 CIA 국장 스탠스필드, CIA 대테러센터 본부장 아이린 케네디, 합참의장 잭 플러드, 해군 실 팀 식스 지휘관 댄 해리스 소령, FBI 국장 브라이언 로치, 대통령 경호 실장 잭 워치 등 미치 랩을 배후에서 돕는 여러 조연들도 한결같이 생생한 개성이 돋보여 이들이 이후의 후속작들에서 미치 랩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까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550쪽이 넘는 두터운 책을 불과 2~3일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이 책의 재미와 집중력은 단연 탁월하여, 이 미치 랩 시리즈 후속편들을 2~3달에 한 권씩 서둘러서 내주기를 출판사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영화 제작자가 탐낼 만한 내용이지만 무대가 백악관인 까닭에 쉽지않았던 영화화도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여 현재 미치 랩 역할의 배우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스크린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미치 랩과 그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hajin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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