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2008년에 읽었던 경제경영 분야의 책들 중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책이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쓴 [ 마이크로트렌드 ] 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기 전에 먼저 보아야 할 책이 한 권 있는데, 그 책은 바로 [ 롱테일 경제학 ] 입니다. [ 마이크로 경제학 ] 은 [ 롱테일 경제학 ] 에서 도출된 개념을 보다 세부적으로 정리해서 체계화시켜 놓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IT 전문 잡지인 < 와이어드 > 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2006년에 자신의 첫 저술로 발표한 [ 롱테일 경제학 ] 은 생산되는 상품의 전체 종류 수보다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협소하고 한정되어 있음에 따라 히트 상품 중심으로 판매 구조가 형성되는 80/20 법칙이 대세이던 이전의 오프라인 중심 시장과는 달리, 진열 공간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고 진열에 따른 비용도 오프라인과 비교하면 거의 공짜에 가깝게 저렴한 인터넷의 세상에서는 수요 곡선의 꼬리 부분에서 매우 길고 다양한 소수-소량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습니다.
앤더슨이 [ 롱테일 경제학 ]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발표한 그의 두 번째 책 [ 프리 ; Free ] 는 그가 [ 롱테일 경제학 ] 에서 발견해 낸 온라인 공간의 시장 경제 이론을 보다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제목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공짜’에 관한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 주변에서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바로 ‘공짜’라는 현상입니다. 100년에 가까운 나이를 자랑하고 역대 어떤 정권도 문을 닫지 못했던 거대 신문사들을 현재 휘청거리도록 되흔들고 있는 것은 바로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는 무료 신문(무가지)들이고, 유료로 판매되는 음악 잡지들이 거의 대부분 폐간된 공간을 대신 메우고 있는 것도 음반점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무가 잡지들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 공간에서 무료로 뿌려지고 있는 각종 상품 쿠폰들도 바로 이 공짜 상품의 전형적인 예이죠.

그런데 모든 것이 돈과 관계되고 자본과 경제 논리로만 움직이는 첨단 산업 사회에서 어떻게해서 이런 무료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상반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그 범위가 점차 더 넓어져 갈까요?
앤더슨은 이러한 현상을 바로 롱테일 경제학에서 이야기했던 진열 공간과 저장 공간이 거의 무한정이고 그에 따른 소요 비용도 0에 가까운 온라인 경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기존의 물질 세계의 경제를 ‘원자 경제’라고 하고 디지틀 시대의 경제를 ‘비트 경제’라고 구분한 후, 제품이 처음 발표된 후 가격이 상당히 천천히 낮아지거나 혹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원자 경제와는 달리, 비트 경제에서는 일단 소프트웨어화가 되고 나면 그 상품의 원가와 가격은 거의 0에 가까와지는 특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 까닭은 비트 세계에서는 프로세서와 대역폭, 그리고 저장 장치가 기술적 발달에 힘입어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하며, 무어의 법칙에 따른다면 인터넷 세상의 순물가하락률은 매년 50% 이상이 된다고 말합니다.
앤더슨은 이러한 공짜 경제가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초창기부터 있어왔다며, 공짜 경제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더불어 공짜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심리학적인 고찰도 덧붙이며, 과거에 이러한 공짜 전략이 어떠한 경제적 성공들을 거두어 왔는지의 실제 예를 다양하게 들어 보여줍니다.
그리고 비트 경제에서 공짜는 과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보편화, 일상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짜 상품과 가격이 경쟁자로 등장할 상황에 대비하거나 자신의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여러가지 공짜 경제의 유형과 전략들, 그리고 수익 구조들을 제시하고 하나씩 검토해 나갑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짜 전략을 내세운 리눅스와 힘겨운 싸움을 하다가 결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준 예와 공짜라는 전략만으로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가 되었으며 현재도 꾸준히 공짜 아이템들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구글을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앤더슨은 디지틀 세상에서 공짜라는 전략 하나만으로는 주목은 받을 수 있겠지만, 사업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내거나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공짜를 단순한 공짜 소모품으로 낭비하지 않고 공짜의 댓가로 얻어낼 수 있는 디지틀 세계의 중요한 자본으로 ‘관심’과 ‘명성’을 들며, 바로 이 ‘관심’과 ‘명성’을 토대로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리적, 공간적 한계가 명확하고 그 한계 비용이 갈수록 높아져 가는 ‘빈곤’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 원자 경제의 세계와는 달리, 거의 무한대의 공간이 펼쳐져 있는 ‘풍요’라는 전혀 다른 토대 위에서 시작된 비트 경제의 디지틀 세계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경제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재화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관심과 명성이라는 자본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가 앞으로 디지틀 세계에서 사업을 하거나 디지틀 세계와 경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커다란 화두라는 사실을 공짜 경제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측면들과 현실의 성공과 실패 예들, 그리고 공짜 현상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저자의 반론 등으로 다채롭게 채워진 이 책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공짜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갈 중요한 열쇠를 제공해 줍니다.
hajin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