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 21세기 위대한 투자신화의 탄생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김기준 외 옮김, 최준철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제가 올해 읽은 경제경영 서적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첫 손에 꼽는 책은 [ 스노볼 ]입니다. 

오직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자리에 올라 선 20세기 자본주의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스스로 책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에 대한 어떠한 전기나 평전도 일절 허락하지 않았던 워런 버핏이 처음으로 직접 엘리스 쉬뢰더에게 저술을 의뢰하고 무제한의 인터뷰와 취재 및 자료 지원을 해줌으로써 2008년에 완성된 버핏의 첫 공식 전기라는 사실에 걸맞게, 이 책에는 그동안 숨겨져 왔거나 억측과 오해로 점철되었던 버핏의 생애와 투자 이력, 월스트리트와 미국 경제계를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들의 상세한 내막이 1차 자료들을 토대로 진솔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 스노볼 ]이 국내에 출간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한 권의 워런 버핏에 관한 전기가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 버핏 - 21세기 위대한 투자 신화의 탄생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760쪽에 달하는 두꺼운 하드커버 책으로, 무려 1024쪽이나 되었던 [ 스노볼 ] 1권과 외관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두께를 지니고 있습니다. 3만원으로 책정된 가격이 두께에 비해서는 오히려 저렴해 여겨질 정도로 외관도 고급스럽고요. 


그런데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의아했던 점은 이 책의 첫 출판년도가 무려 13년 전인 1996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은퇴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의 전기에 13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은 치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핏 [ 스노볼 ]의 성공에 자극받아 급하게 기획, 출간된 것인가 하는 의심도 해봤지만, 책의 부피나 만듦새, 꼼꼼한 감수자의 각주 등을 볼 때는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미국 Amazon에서 원서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원제인 [ Buffett - The Making of an American Capitalist ]를 찾아보니 아마존 독자 평점이 만점이 가까운 5점으로 4.5점인 [ 스노볼 ]보다 오히려 더 높았으며, 1990년대에 출간된 버핏에 관한 책들 중에서 현재까지도 높은 판매 랭킹을 유지하며 판매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워런 버핏에 관하여 가장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읽어 온 스테디셀러 평전이라는 이야기지요. 


 

국내판은 1996년 8월에 하드커버로 출간된 초판이 아닌 2008년 8월에 출간된 페이퍼백 판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말미에 < 이 책을 펴낸 후 2008 Edition >이라는 저자의 짧은 후기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판에서는 감수자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점이 주목되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최준철씨가 감수를 맡아 책 전체에 걸쳐 꼼꼼하게 전문적인 감수자 각주를 달아놓았고, 후반의 4개 장에서는 별도의 감수자 칼럼을 통해 이 책이 출간된 1996년 이후에 이루어진 워런 버핏의 활동들을 보충하여 설명함으로써 본 책이 지닌 13년의 시간적 핸디캡을 적절하게 보충해 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저 로웬스타인은 [ 월스트리트 ]지 기자 출신의 경제 칼럼니스트인 만큼 책은 버핏의 생애와 주요 활동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서술해 갑니다. 이 점이 주관적인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 스노볼 ]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핏이 본격적인 투자자로 나서기 이전인 개인적인 가족사와 생장력, 그리고 버핏 투자조합을 설립한 초창기까지의 내용들은 아무래도 버핏이 직접 밝히거나 자신이 정리해 놓은 과거 자료들을 아낌없이 제공한 [ 스노볼 ]만큼 상세하지는 못하고 내용적으로도 정확하지 못한 부분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은 버핏이 워싱턴포스트와 살로먼브러더스, 디즈니,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초대형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사들을 압도하는 존재로 부각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의 급격한 성장세를 서술한 후반부입니다. [ 스노볼 ]은 상권 전체를 버핏의 초반 이력에 할애하느라 이 시기를 담은 하권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고 내용적으로도 큰 사건 위주로만 정리되어 전체적인 흐름 설명이 미흡하게 느껴지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버크셔의 보험 사업에서 축적된 미지불 잉여 자금으로 어떻게 초대형 회사들의 주식을 매입하고 그것들이 급격하게 불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정리해 줌으로써 90년대에 접어들어 버핏이 갑작스럽게 세계 최고의 부호 반열에 오르게 된 과정을 명확하게 납득시켜 줍니다.

[ 스노볼 ]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분이자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도 현대 금융계를 지배하고 있는 ‘효율적 시장이론주의자’들과 그레이엄-버핏을 중심으로 한 가치중심주의자들 사이의 대립과 논쟁을 설명해 놓은 17장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과 원칙들을 존중하고 충실하게 따른다는 버핏의 원칙론적인 사고가 월스트리트와 세계 경제를 주기적으로 뒤흔들었던 자본주의의 과도한 탐욕에서 비롯된 시장 왜곡 속에서도 그가 절대로 손해를 보지않고 오히려 큰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던 비결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경제적 사고의 바탕이 된 숫자에 대한 탁월한 암기력 등 버핏 개인에 대한 분석도 이 책 쪽이 좀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지고요.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공식 전기인 [ 스노볼 ]에 비해 부정확한 부분들도 간혹 보이지만, 후반부의 버핏과 버크셔가 세계 최고의 부자와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과정을 명료하게 잘 정리해놓았다는 점에서 [ 스노볼 ]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므로, 워런 버핏이나 주식 시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 스노볼 ]과 함께 나란히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종이를 써서 두께에 비해서는 의외로 무겁지 않고 편집도 눈에 잘 들어오지만, 버핏의 협조를 전혀 얻지 못했기 때문인지 단 한 장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지 않은 점과 고유 명사들의 오역(유명한 영화 [ 제3의 사나이 ]를 [ 세번째 남자 ]로 쓰는 등)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이 작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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