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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현훈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이번엔 정말 위기일까?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잠잠했던 위기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위기론은 해마다 거론되는 단골메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았던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투자는 그들과 반대로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릴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론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유튜브와 경제지에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 삼성전자는 오르기도 어렵지만 무너지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위기를 대하는 자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AI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헤게모니가 펼쳐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 2기의 집권과 함께 미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수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또한 철저하게 자국이익을 앞세울 것이기에 과거와 같은 기대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성장을 이룬 국가다. 미국,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둘의 교착상태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정책에 달려있다. 또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상황도 대한민국 미래에 그리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닐 것이다.
1만 년 전의 농업혁명과 200년 전의 산업혁명은 인류사를 뒤바꾼 대혁명이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디지털 혁명이 눈앞에 와있다. 1900년대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과 2000년대 스마트폰에 이어 AI-로봇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는 미래의 먹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정신을 대체하는 실질적인 경제의 주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혁명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단점과 기회창출이라는 장점이 상존한다. 결과가 어떻든 인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 문화, 정치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사회, 노인사회, 양극화사회, 기후위기는 현대사회를 가늠하는 뉴노멀이다. 또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자 위기의 본질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증가율 세계1위라는 불명예기록을 갱신중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를 좌우하는 이들은 노인인구다. 그들은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을 손에 쥐고 막강한 경제권을 행사한다. 또한 절대적 인구 수치 덕분에 정치적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생산적이지만 보건 의료를 비롯한 노인복지와 서비스에 엄청난 자금이 투여된다. 이는 국가성장을 저해하고 세대 간의 격차, 소득 격차를 늘리며 양극화의 원인들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양극화사회는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다. 많은 난제들이 쌓여있지만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법은 대한민국의 존망과도 연관되어 있다.
‘세계경제는 1920년대의 대공황과 유사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2024년 9월20일 ECB총재 리가르드는 IMF연차총회에서 1920년대 대공황을 꺼내들었다. 리가르드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큰 위협을 느꼈던 것일까? 저자는 2부‘세계 대공황이라는 유령의 귀환’을 통해 미국 패권주의의 진실과 중국경제의 몰락, 트럼프의 미국발 세계 대공황 시나리오를 꺼내든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가상화폐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국을 가상화폐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호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비트코인류는 트럼프 집권과 더불어 엄청난 시세를 분출했다. 그런데 그 이면엔 달러패권이란 장막이 감추어져 있다고 한다. 달러에 길들여진 미국경제는 달러가 무너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인과 미국에게 달러는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적이고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고관세 정책은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관세전쟁을 넘어 무역전쟁으로 번질 것이다. 리가르드는 트럼프 집권 전 과잉생산과 소비둔화, 주식시장의 붕괴, 통화량의 축소, 재정혼란등을 이유로 대공황의 데쟈뷰를 느꼈다. 트럼프의 출현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본 책은 1부 뉴노멀의 진단과 2부 대공황의 귀환, 3부와 4부에서 대한민국의 현 주소와 문제해결방안을 다룬다. 대한민국 소멸은 급진적인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으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의 중심엔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부동산헤게모니가 존재한다. 빚으로 만든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그야말로 유별나다. 앞으로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부동산문제는 재정위기는 물론 사회시스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해관계와 욕망, 정치권의 탐욕, 부동산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위기 속을 헤치며 살아온 민족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엔 끈끈한 힘이 있다고 자부한다. 출산, 교육, 부동산, 모두 사회시스템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다. 공존하기 위해선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와 생존의 갈림길에서 우리의 선택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토록 소중한 자녀의 미래도 포함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