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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자동차 여행
강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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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해안선을 따라 자동차 일주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한국은 내륙 어디에서 출발하든지 1시간 남짓이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바다와 가깝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풍부한 셈이다. 강화도 앞바다의 창후리 선착장을 거쳐 외포항을 갈수도 있고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연안부두를 만날 수도 있다. 해안선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저를 반기는 이들에 풍족한 마음과 너른 여유를 선물해준다. 붉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을 추억하는 것도 해안선을 만나는 행복이다.
해안선 자동차 여행은 45년지기 친구들이 서해, 남해, 동해를 거치면서 지역의 멋과 맛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은퇴 후 해안선 일주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173개의 항구와 포구, 81개의 해변을 방문하며 누구나 찾기 쉽게 여행 경로와 여정을 소개한다. 11박12일 여정과 3,000km의 거리엔 그들만의 추억을 간직한 해안선 여행이 기록되어있다. 요즘 어딜 가든 지역을 소개하는 지도 덕분에 지역 축제나 특산물, 맛집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맛집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해의 붉은 노을이 일품인 변산 해수욕장은 여름에 인파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중 하나로 하얀 모래와 푸른 소나무가 일품이다. 요즘엔 거의 모든 해수욕장에 백사가 깔려져 있는 것 같다. 과거엔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있는 곳이 제법 많았는데 유치지원전략 일환으로 고운 모래알갱이들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인근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거친 파도에 깎인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져있다. 퇴적층위를 가로지르는 파도는 보면 볼수록 그 위엄을 느끼게 된다. 곰소항의 젓갈단지는 어머니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명소다. 젓갈이 나오는 10월엔 전국축제가 열린다.
본 책을 읽다보면 10박11일은 아닐지라도 주말에 갈만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을 풀고 몸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도보여행도 가능하고 쉬고 싶은 곳에서 야영을 하거나 민박을 선택할 수 도 있다. 여름 바다도 좋지만 겨울바다의 파도에 몸과 마음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서해안은 천해갯벌이 펼쳐져있다. 가는 곳마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각 고장이 자랑하는 고유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남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근사한 대교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에는 배를 타야만 건널 수 있었던 섬들을 이젠 자동차로 만날 수 있다. 완도, 진도, 여수, 거제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이 필 무렵 신안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진다. 오래전 지인과 강진 마량항에서 굴 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개발되어 사라져버렸지만 마량항에 정착한 배들은 여전히 고기잡이가 한창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잊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도 있다.
강화평화전망대로부터 고성통일전망대까지 3,000km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마음을 뒤흔드는 곳도 있을 것이고 쉽게 잊히지 않는 풍경도 있을 것이다. 떠나고 싶지만 시간과 용기가 나지 않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리움은 현실이 된다. 이 책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 해안선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주말여행 실용서로도 손색이 없으며 각 일차마다 서로 다른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햇빛 가득한 바닷가를 거닐며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과 마음을 싣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삶의 여정이 펼쳐질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