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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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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후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흐르는 구름, 변화무쌍한 바람, 뜨거운 태양,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지한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생각을 포용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다. 기후에 대한 인간의 감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린 기후에 대해 이럴것이다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사계절이 존재하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눈이 오고, 하지만 일상의 기억이 무너진다면 뇌는 새로운 생존방식을 고려할 것이다. 기후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최근 기후위기의 원인을 외부변수에서 찾았다면 기후가 인간의 신체, 특히 뇌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가설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뇌신경과학의 발전은 기후위기, 특히 온난화에 대한 뇌의 기능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뇌는 세계를 하나의 모델로 해석한다. 뇌의 인지는 스스로 생성된 것도 저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뇌의 구성은 정보전달을 통한 기억이다. 시각, 청각, 후각등의 감각기관과 운동감각은 실시간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를 통해 해석한다.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축적하며 행동에 반영한다. 뇌는 구축모델과 새로운 모델과의 오류를 예측하고 수정을 가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한다. 뇌의 후천적 가소성이 모델을 변경하는 것이다. 뇌의 모델링은 현존하는 인지를 확신시키며 생존을 이어나간다. 문제는 좋지 않은 모델링으로의 변환이다. 기후는 서서히 그리고 알지 못하는 순간에 뇌를 변화시킨다. 특히 인지능력과 기억의 저하는 모델 오류를 일으키며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정신적, 심리적 변화를 발생시킨다.
무더위는 인간의 인지감각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폭등하는 기온 앞에서 객관적인 판단은 허상일 뿐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뇌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섭씨39도부터는 뇌 조직에 변형이 일어난다. 세포는 일그러지고 영구적으로 기능을 상실한다.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며 결국 생존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가 영구적일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뇌 역시 유기체의 일부분이며 환경적 조건에 따라 쉽게 변형된다. 결국 자연과 인간의 유기체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 조건이다.
‘내 안에 기후괴물이 산다’ 기후위기의 대상과 해법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뇌과학자인 저자의 환경과의 인터페이스가 독특하다. 기존의 입장에 대한 철저한 논증과 과학적 증명이 설득력을 더한다. 특히 폭염과 뇌와의 관계를 통해 기억, 인지, 행동의 변화를 예측한다. 신경세포의 전기 화학작용은 뇌와 기후와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특별한 메커니즘이다. 전기는 열에 무척 취약하고 뇌의 역할은 감각정보를 취합하고 해석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1부는 온난화에 따른 뇌의 기능저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무의식적인 행동변화가 혹 기후와 연관된 것은 아닌지. 만약 기후변화로 인한 뇌의 기능저하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법률화된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결방법들이 제시되진 않을까?
트라우마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절망적인 시간을 지속해야한다는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폭염으로 인한 기후이상, 화재, 재난, 재해는 PTSD를 발생시킨다. 트라우마는 상대적으로 무관한 자극이 기억의 뿌리에 닿는 순간 플레시백이 얼어남으로써 기억을 왜곡시킨다. 트라우마는 행동의 주체성을 빼앗아가 선택과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평생 불안과 우울, 고립이라는 심리적 두려움에 갇혀 살아가야한다. PTSD는 트라우마의 증상이다. 이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해마의 기억회로를 무너뜨린다. 그리도 전두엽의 기능을 방해한다. 환경변화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력은 기대 이상으로 확장중이다.
나만 무사하면 세상이 무엇을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언제든 나에게 다가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모두 자신은 예외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생존이 불가능하듯이 지구의 위기는 인류의 위기다. 저자는 현 위기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인간의 변화로 방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변화에 대한 저자의 해법은 이야기다. 인간에 주어진 놀라운 공감능력의 확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기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후 역시 유기체의 한 부분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가? 내안의 기후 괴물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가? 특별하고 독특한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