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2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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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인과 예의 나라다. 인은 하늘의 마음이고 예는 땅으로부터 솟아나는 충성스러운 마음이다.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나라와 백성 역시 인과 예가 중심이다. 백성을 사랑하고 정조에 충성을 다한 다산의 풍모는 인과 예를 닮았다. 문체반정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 다산은 끊임없는 중상모략의 소용돌이 빠지게 된다. 처조카 황사영은 정약전의 죽음을 통해 천주학의 새로운 주도자로 모습을 드러낸다. 황사영의 백서 사건은 귀양처에 있는 정약용 형제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을 안겨준다. 사면을 기대하며 둘째형과의 만남을 고대했던 정약용은 서영보의 농간에 휩싸이며 강진으로 정약전은 소흑산도로 다시 귀양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낸 형제의 헤어짐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통을 마주해야만 했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무엇이 그를 그토록 모진 고문과 고통의 삶으로 몰아넣었던 것일까? 권력의 눈앞에서 벗어나면 생의 모든 것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조선의 현실에 다산은 자신에 주어진 운명의 무기력과 공허함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 울분을 토로한다. 강진에서의 귀양살이는 서럽기 그지없다.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고 동부승지라는 관직은 노론의 농간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다산을 거부하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다산 앞에 뜻밖의 귀인이 등장한다.

 

강진으로의 귀양은 다산의 제2막을 알리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허름한 주막에서의 귀양살이, 그들은 가난하지만 따뜻했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이들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의심하고 두려워하지만 한사람이라도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다산의 주막 생활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관청의 감시가 계속되었고 음모가 그를 괴롭혔다.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우이봉에 오른 다산은 멀리 보이는 우이도의 형님과의 약속을 생각하며 모진 삶을 견뎌낼 용기를 얻어내곤 했다.

 

시대가 어지러우면 모든 이들이 제갈 길을 찾지 못하고 주변에 귀를 기울인다. 다산엔 주역이 자주 등장한다. 석가모니를 공부해야할 스님이 주역을 통해 유학에 접근한다는 것은 단지 학문에 대한 호기심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혜장과의 만남은 다산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준다. 혜장은 운명이란 하늘이 주어진 것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주역의 사상을 중심으로 주역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혜장의 주역해법에 설득당하며 주역을 길흉을 점치는 학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주역 본래 취지를 벗어나 잘못된 사상을 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학문의 접근은 오만과 질시를 낳게 된다. 다산은 혜장의 서투름과 지식의 얕음을 한탄하지만 듣고 보면 혜장의 논리 역시 결코 틀리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혼란한 세상은 단단히 박힌 벽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기개와 놀라운 의지가 출현하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산은 한승원님의 개정판이다. 그는 왜 다산을 다시 고쳐 쓰려 했을까? 본 책은 방대한 다산의 학문적 어록이나 시대적 상황을 의미하는 문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다산과의 몰아를 시도하려한다. 무겁고 어두운 시대, 다산의 행적을 통해 조선이 추구해야할 사명을 암시하고자 한다. 간결하고 함축된 문장은 축적된 다산의 마음을 더욱 애틋하고 간절하게 표현한다. 형제간의 우애, 아비로서의 품격, 친우들과의 우정은 다산의 모든 것이었고 정조는 다산이 따라야할 유일한 하늘이었다. 천문은 중용의 첫 문장이다.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산은 그 중심을 뚫고자 노력했지만 두꺼운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는 백성을 사랑한 선비로 많은 이들에 회자되고 있다. 맑은 거울 같은 삶을 살다간 다산은 찬란한 빛이었고 하늘로 날아가는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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