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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중국을 다녀온 친구의 짝퉁 자랑은 가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유명브랜드를 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대중으로 가격을 흥정하는 중국 상인들의 상술에 자신이 이겼노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볼 때 도대체 가격이란 무엇 이길래 짝퉁마저 신비롭게 하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는 필요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짝퉁을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가격에 대한 모순, 어떤 효용성이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거리게 하는 것일까?

외국여행을 나가면 여행객들은 가격에 둔감해진다. 가격보다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인간의 심리적 상황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도 느끼는 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고 값싼 물건이라도 필요이상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기준이 되는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가격의 가치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분명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우린 일상적인 가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만약 정부에서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던 모습을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물건이 물건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트는 물건을 사는 곳으로만 이해된다. 가격을 흥정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다면 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트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소비자 가격이 모호한 제품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원래부터 얼마라는 가격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미 적당 수준을 넘어선 마진과 불필요한 수당 등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할인상품은 제품의 량이나 질의 저하뿐만이 아니라 가격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저항선을 쉽게 무너뜨린다. 봉지는 줄었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 일까? 2+1은 왜 하는 걸까? 마트는 자선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과도한 할인율과 덤 상품에 얽힌 가격의 진실은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우리들을 혼란케 한다.

가격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들에게 가격의 만족감을 주는 것일까? 사상초유의 배심원 판결을 받은 맥도날드의 290만 달러짜리 커피 가격은 가격이 대중에게 주는 의미를 쉽게 전달해준다. 즉 어느 것도 정해진 가격은 없다는 것이다. 가격은 마치 물이 흐르듯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여 적절한 가치를 행사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가격심리학의 가치란 손에 잡히지도 않고, 조건적으로 변하며, 흐느적거리는 유령의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우린 객관적이라 불리는 가격에 의해 감정의 이입을 경험한다. 비싼 상품을 구입했을 때의 만족감이나 선물을 받았을 때 가격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우리의 일상이 가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은 없다’는 가격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하는 책이다. 왜 어떤 것은 무료인데 추가는 비용이 드는 것일까? 가격은 마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기업들은 가격을 속이기 위해 다양한 속임수를 사용하는데 화장지 규격을 1센티미터 줄여 막대한 이익을 낸다던지, 포장지는 그대로지만 내용물을 줄여 가격을 맞춘다던지, 박스크기를 크게 하여 부피를 늘린다는 것들은 이미 고전적인 방법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속임수가 지속성을 가질리 없다. 이미 소비자들은 SNS를 통하여 가격을 교류하고 심한경우에는 제품의 불매운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비자들의 선택은 과거로 돌아간다.

급격하게 변동하는 물가를 바라볼 때 서민들의 마음이 편치마는 않다. 하지만 이익의 대부분이 생산자에게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은 가격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대의 변수다. 최근 기업들의 가격에 대한 심리학적 욕구는 놀랄 만큼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감시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의 심리 전략도 치밀해지고 대범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에 속지 않기 위한 방법은 상품의 가격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극히 주관적이지만 우리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건 대부분 객관적이다. 물건을 구입하기에 앞서 돈과 가격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에 숨긴 비밀과 인간의 심리학적 고찰이 뛰어난 가격은 없다, 가격에 관한 진실을 고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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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7
스테파노 추피 지음, 하지은.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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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았던 군주제가 막바지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 무렵 역사상 최고의 문화부흥이 일어났다. 천년을 이어온 정치, 종교에 의문을 제기하고 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그 시발점이었다. 어둠의 장막은 오래토록 태양을 가리고 있었지만 틈사이로 비추어지는 빛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흔히 르네상스를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전, 신세계의 발견, 예술과 문화가 찬란히 빛나던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르네상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그리스-로마로의 부활이었다. 고전문학의 부활은 갇혀있던 예술가들의 혼을 불러 일으켰다.

르네상스를 구분 짓는 최초의 사건은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예술분야에선 독특한 사상과 개념이 돌출된다. 고전으로의 회귀와 인문주의의 태동이다. 초창기 르네상스시대를 빛낸 미술가들은 국제고딕양식이 주를 이룬 찬란한 궁정문화에 힘을 보탠다. 15세기 궁정문화는 무척 매혹적이다. 다양한 음악가과 미술가들이 탄생했으며 역사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던 시기다. 궁정의 초상화, 프레스코 연작, 성당과 같은 조형물들은 유럽의 복잡한 정치덕분에 각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궁정문화의 화려함 뒤엔 인문주의가 숨겨있었다. 인문주의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변혁을 이루었는데 지리학, 원근법, 균형, 비례와 같은 형식들은 미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다. 궁정문학이 대범하고 화려하다면 인문주의의 발달로 보다 디테일한 예술이 선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16세기,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가 탄생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의 극치를 선보인다. 미켈란젤로 역시 그에 못지않은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는데 레오나르도가 천재적이고 열정적이었다면 미켈란젤로는 웅장함과 조용함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정치는 극도로 불안했다. 수많은 미술가들은 끼니를 걱정해야했고 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야했다. 후일 그들이 자유분방한 문화적 기행이 근대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당시엔 누구도 예측할 순 없었지만 시대를 관통했던 그들의 열정은 영원한 진리로 계승되고 있다.

본 책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은 르네상스에 대한 역사서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다. 15세기 문화부흥의 시발점이 된 궁정문화로부터 17세기 매너리즘과 반종교개혁까지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미술가들의 열정을 보여준다.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적 작품을 중심으로 표현형식을 나타내고 당시의 사조를 재해석해보며 작품에 얽힌 미술사적 이해를 역사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여느 미술책과 다름없이 작품들의 해석이 주를 이루나 유명미술가들이나 작품에 가려있던 미술가들의 발견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스토리가 무척 인상적이다.

언어적 표현이 부자연스러웠던 시절, 예술가들의 작품은 서민들에게 가장 큰 위안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비록 다가가기는 어려웠을지라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고스란히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르네상스는 예술가들의 의한 문예부흥의 역사적 산물이다. 무려 300년을 이끌어온 이러한 시기가 어떻게 출발되었으며 왜 아직까지 제2의 르네상스시대가 출현되지 않는지 무척 안타깝기만 하다. 우린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듣고 당시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 열광한다. 외형은 모방은 할 수 있지만 작품에 여린 내면은 결코 모방할 수 없다. 과거의 흔적과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르네상스 미술, 그 빛나는 순간을 기억해 본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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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읽는 기술, HIT - 역사, 이슈, 트렌드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3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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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금번의 유럽위기는 국가 간의 위기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세기동안 국가파산이라는 단어는 유럽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데 그리스를 중심으로 국가파산이라는 단어가 정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쟁도 아니고 기아도 아닌데 국가가 파산한다. 개별국가로 볼 때 그리스만큼 찬란한 문화유적을 갖춘 국가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잘못은 그리스에 있지만 그들은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덕분(?)에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 그동안 금융혼란은 서구에 의해, 서구를 위한 동아시아와 남미국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제 그들이 뿌린 씨앗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다시금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의 씨앗이 이미 수년전부터 예견되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는 지구촌에 극도의 피곤함과 공포 심리를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경제학은 소수의 학문이 아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을 알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기사나 포털사이트의 정보들이 우리들의 재산을 지켜줄만큼 효용성이 있을까? 이는 최근에 밝혀진 애널리스트들과 기업투자가들의 끈끈한 정(?)을 보면 얼마나 그들의 정보가 간교한 상술인지를 알 수 있다. 대중은 그들의 먹이에 불과하다. 마치 거대한 세계경제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기관투자가들이 밑바닥을 싹쓸이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결국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투기꾼을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린 경제에 더욱 눈을 크게 떠야한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위기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두드러진 관심을 받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불안에 싸인 인간의 심리적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학문이 예측학이다. 사회과학의 일부로 시작한 경제학은 예측에 눈을 뜨면서 대중을 사로잡았고 정치적 이념이 자본주의로 넘어가면서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학의 예측이 거의 맞은 경우가 없는데도 여전히 경제학자들의 주문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학은 그 예측 숫자만큼이나 실패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원숭이가 던진 다트가 훨씬 나은 성장률이나 수익률을 예측한다고 했을까? 여기에는 투자분석가들이나 경제학자들의 예측능력에 대한 진실이 숨겨있다. 경제학이건 정치학이건 모든 것을 움직이는 건 극히 상식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적 지식이나 수학적통계도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LTMC의 파산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경제학은 모든 것이 숫자로 판단되지만 숫자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심리적 감정이다. 최근의 위기 역시 수학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심리상태다.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장인이나 원자재의 희소성은 아닐 것이다. 이를 사용하고자하는 수요자들의 가치가 결국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경제를 읽는 기술 HIT'는 무척 특이한 책이다. 그동안 출판된 경제서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경제학의 이면을 비판한다. 경제학자가 아닌 저자의 이력도 놀랍지만 세상을 관통하는 그의 통찰력은 왜 경제학이 우리를 괴롭히면서 효용성을 잃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Hacking(분석), Intelligence(정보), Theory(이론)과정을 통해 어떻게 경제학을 받아들여하는지 충고한다.

놀라운 진실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깊게 경제학이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 취하는 규모의 경제를 비판할 틈도 없이 기억에 스치는 기업들이 쓰러져간다. 골드만삭스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인적 커넥션은 경제의 정치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대중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개미라 불리는 일반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대라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하라는 것일까? 근대사 100년은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이미 수차례의 경제위기가 거대기업과 국가를 파산시켰고 이제 그 범위를 전 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위기의 해법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이 간과하는 건 위기의 재발에 대한 의지보단 정체된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경제성장을 꿈꾸는 모든 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말에 '있을 때 잘하라'는 속담이 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분석과 역사적 고찰을 통해 해박한 경제학을 읽은 기술을 선보인 ‘HIT'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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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박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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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조건이 존재할까? 간혹 맨발로 트랙을 달려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애초부터 평등한 조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린 평등이란 말을 그렇게 쉽게 사용하는 것일까? 평등은 무엇을 위한 평등일까? 법은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법을 좌우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사실상 그 사회는 독점적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다. 21세기 세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소수의 강자들에 대한 절대빈곤자들의 ‘분노’다. 분노는 빠르게 번져가며 새로운 불꽃을 형성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다름없는 독식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1968년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중요한 사회적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특정한 사회체제하에서 우위는 더 나은 우위를 가져오며 열위는 더 못한 열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머튼의 발견은 선취한 우위가 취하는 자가 증식이다. 눈 한 뭉치가 아래로 굴러 내려가면서 엄청난 눈덩이가 되듯이 권력이든, 자산이든, 모든 사회적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 우위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경제적 ‘빈익빈 부익부’를 의미한다. 그런데 마테효과가 부정적인 면만 갖추고 있는 것일까? 혹자는 마테효과를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열성적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우성간의 결합을 허용했듯이 가진 자의 자가 증식은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강자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자가 증식의 끝은 모든 것의 파멸이기 때문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테복음 13장 12절을 응용한 마테효과는 지금 지구촌에 때 아닌 분노 열풍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소수의 기득권들에 의해 분리된 지 오래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한 대중이 소수의 기득권들에 반항하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소수에게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테효과가 처음 부각되기 시작한 곳은 과학 분야다. 유명대학의 교수들은 일반대학의 교수들보다 훨씬 큰 명성을 부여받는다. 이는 논문의 질이나 수준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가장 유명한 사람이 명성을 독식한다.’는 논리는 지금도 유수의 대학들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 인기 있는 교수들을 초빙하려는 목적과 동일하다.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마테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이다. 워드는 이미 전 세계 기업과 개인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학자들은 MS의 ‘ 많이 팔면 팔수록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긍정적 피드백의 고리로 연결되며 그룹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말한다.

아마도 힘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하게 작용하는 곳이 경제 분야 일 것이다. 경제학에서 마테효과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못했다. 부자들이 언제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가난한 이들이 항상 가난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동시에 상황이 반전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마테효과가 새롭게 부상된 이유는 일련의 정치적 작용들 때문에 부의 쏠림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면서부터다. 1000만 달러와 만 달러는 같은 수익률이라 할지라도 최종적인 부는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부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더욱 좋은 조건으로 부의 불균형을 즐길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은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승진과 보상, 규모의 경제, 독과점 시장, 비례세와 역진세, 부자감세등은 경제적 마테효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다.

‘나쁜 사회’는 세상이 어떻게 평등이라는 거짓말로 대중을 속이고 있는지를 마테효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테효과는 이미 사회적 작용의 하나로 기득권층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세습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들이 실무진으로 있으면서 차후를 대비해 마테효과를 이용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마테효과는 자본주의 전략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분노의 열풍에 쌓여있다면 그의 근간인 마테효과 역시 재고를 해봐야 할 것이다. 하나를 손에 쥐고 있어도 다른 하나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수확체증의 법칙과 무척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마테효과가 자연법칙이든 사회적구조이든 간에 모든 사회는 편익에 따른 비용을 부과한다. 즉 소수의 행복 뒤엔 다수의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황금알은 낳는 거위로 비교한다.

지금 전 세계는 부채의 덫에 걸려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 않은 까닭은 그들이 지금껏 누려왔을 우위의 법칙 때문일 것이다. 균형과 비균형은 힘의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균형점을 찾아내려는 의지로 판단해야 한다. 균형을 부르짖는 사람치고 가난한 이는 없다. 오히려 세상은 가난한자들에 해야 할 말을 부자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눈을 가리고 세상을 통괄하려는 자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과연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평등은 무엇일까? 평등이라는 거짓말로 가려진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나쁜 사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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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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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 남과 다른 나를 찾는 자기 발견의 기술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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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별할 것 같았던 ‘판박이’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책, 연필, 책받침까지 판박이는 자신을 알리는 독특한 상품이었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만큼 특징이 없었던 시대가 있었을까? 같은 머리, 같은 교복, 같은 책가방, 누구나 할 것 없이 같은 검정신발을 신었던 당시, 보잘것없었던 판박이가 그토록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나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싶었던 조그만 욕망이었다. 그런데 판박이는 말 그대로 똑같은 모양과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독창적이고 싶다는 이유로 판박이를 붙이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어색한 웃음이 지어진다.

현대사회에서 특별한 외모는 성공을 부여잡은 확실한 선택이다. 얼마나 외모에 서러움이 많았으면 그토록 많은 이들이 성형수술에 목을 매는 것일까? 그런데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일까? 특별한 외모를 기대하는 것은 대중이다. 대중의 눈과 귀에 민감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외모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외모가 바뀐다고 성격까지 바뀔까? 혹자는 성격도 바꿀 수가 있다고 하지만 성격은 개인의 타고난 성품이다. 외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개인의 내면까지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인생은 자신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흔히 말하는 성격대로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행복의 기준을 자신의 성격에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 즉 대중의 성격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이 아무리 경제적 풍요를 보장해준다고 해도 타고난 성격과 반대되는 일이라면 그는 평생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다른데 왜 사회는 행복은 같은 것이라 구속하는 것일까?

한국정치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가장 큰 모순점은 자신만 옳다는 것이다. 최근의 선거분위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는데 소위 배웠다는 지식인들의 자만심은 청소년들에게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친다. ‘틀리다’는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틀림이 곧 성공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틀리다는 많은 이들에게 허탈함과 비관적인 사회분위기를 전달한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힘든 이유도, 누군가 진실을 말 하려해도 거짓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유도, 이미 상대는 틀렸다는 고정관념이 자신의 내면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틀리다는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 자신도 누군가에겐 틀린 존재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다양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 남과 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다.

‘나답게’는 자신의 성격을 찾아가는 자기발견의 기술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본 모습은 특정한 성격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만큼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도 없지만 자신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저자는 9가지의 키워드로 인간의 성격을 구분 짓는다. 개개의 형마다 무척 다른 특징들이 있다. 이렇게 다른 점이 많은데도 같은 조건을 부여한다면 필히 좋지않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형을 알고 자신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소비한다. 소비는 재생산되고 가치는 업그레이드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추종하는데 열심이다. 맹목적인 인생은 과거 우리들이 입었던 검정교복과 다를 리 없다. 마치 교복위에 판박이를 한다고 새로운 교복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자신을 알아가는 진정한 모습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가벼운 여행길에 한발자우 들여놓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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