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읽는 기술, HIT - 역사, 이슈, 트렌드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3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금번의 유럽위기는 국가 간의 위기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세기동안 국가파산이라는 단어는 유럽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데 그리스를 중심으로 국가파산이라는 단어가 정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쟁도 아니고 기아도 아닌데 국가가 파산한다. 개별국가로 볼 때 그리스만큼 찬란한 문화유적을 갖춘 국가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잘못은 그리스에 있지만 그들은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덕분(?)에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 그동안 금융혼란은 서구에 의해, 서구를 위한 동아시아와 남미국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제 그들이 뿌린 씨앗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다시금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의 씨앗이 이미 수년전부터 예견되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는 지구촌에 극도의 피곤함과 공포 심리를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경제학은 소수의 학문이 아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을 알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기사나 포털사이트의 정보들이 우리들의 재산을 지켜줄만큼 효용성이 있을까? 이는 최근에 밝혀진 애널리스트들과 기업투자가들의 끈끈한 정(?)을 보면 얼마나 그들의 정보가 간교한 상술인지를 알 수 있다. 대중은 그들의 먹이에 불과하다. 마치 거대한 세계경제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기관투자가들이 밑바닥을 싹쓸이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결국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투기꾼을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린 경제에 더욱 눈을 크게 떠야한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위기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두드러진 관심을 받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불안에 싸인 인간의 심리적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학문이 예측학이다. 사회과학의 일부로 시작한 경제학은 예측에 눈을 뜨면서 대중을 사로잡았고 정치적 이념이 자본주의로 넘어가면서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학의 예측이 거의 맞은 경우가 없는데도 여전히 경제학자들의 주문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학은 그 예측 숫자만큼이나 실패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원숭이가 던진 다트가 훨씬 나은 성장률이나 수익률을 예측한다고 했을까? 여기에는 투자분석가들이나 경제학자들의 예측능력에 대한 진실이 숨겨있다. 경제학이건 정치학이건 모든 것을 움직이는 건 극히 상식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적 지식이나 수학적통계도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LTMC의 파산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경제학은 모든 것이 숫자로 판단되지만 숫자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심리적 감정이다. 최근의 위기 역시 수학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심리상태다.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장인이나 원자재의 희소성은 아닐 것이다. 이를 사용하고자하는 수요자들의 가치가 결국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경제를 읽는 기술 HIT'는 무척 특이한 책이다. 그동안 출판된 경제서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경제학의 이면을 비판한다. 경제학자가 아닌 저자의 이력도 놀랍지만 세상을 관통하는 그의 통찰력은 왜 경제학이 우리를 괴롭히면서 효용성을 잃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Hacking(분석), Intelligence(정보), Theory(이론)과정을 통해 어떻게 경제학을 받아들여하는지 충고한다.

놀라운 진실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깊게 경제학이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 취하는 규모의 경제를 비판할 틈도 없이 기억에 스치는 기업들이 쓰러져간다. 골드만삭스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인적 커넥션은 경제의 정치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대중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개미라 불리는 일반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대라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하라는 것일까? 근대사 100년은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이미 수차례의 경제위기가 거대기업과 국가를 파산시켰고 이제 그 범위를 전 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위기의 해법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이 간과하는 건 위기의 재발에 대한 의지보단 정체된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경제성장을 꿈꾸는 모든 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말에 '있을 때 잘하라'는 속담이 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분석과 역사적 고찰을 통해 해박한 경제학을 읽은 기술을 선보인 ‘HIT'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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