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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박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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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조건이 존재할까? 간혹 맨발로 트랙을 달려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애초부터 평등한 조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린 평등이란 말을 그렇게 쉽게 사용하는 것일까? 평등은 무엇을 위한 평등일까? 법은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법을 좌우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사실상 그 사회는 독점적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다. 21세기 세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소수의 강자들에 대한 절대빈곤자들의 ‘분노’다. 분노는 빠르게 번져가며 새로운 불꽃을 형성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다름없는 독식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1968년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중요한 사회적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특정한 사회체제하에서 우위는 더 나은 우위를 가져오며 열위는 더 못한 열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머튼의 발견은 선취한 우위가 취하는 자가 증식이다. 눈 한 뭉치가 아래로 굴러 내려가면서 엄청난 눈덩이가 되듯이 권력이든, 자산이든, 모든 사회적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 우위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경제적 ‘빈익빈 부익부’를 의미한다. 그런데 마테효과가 부정적인 면만 갖추고 있는 것일까? 혹자는 마테효과를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열성적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우성간의 결합을 허용했듯이 가진 자의 자가 증식은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강자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자가 증식의 끝은 모든 것의 파멸이기 때문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테복음 13장 12절을 응용한 마테효과는 지금 지구촌에 때 아닌 분노 열풍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소수의 기득권들에 의해 분리된 지 오래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한 대중이 소수의 기득권들에 반항하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소수에게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테효과가 처음 부각되기 시작한 곳은 과학 분야다. 유명대학의 교수들은 일반대학의 교수들보다 훨씬 큰 명성을 부여받는다. 이는 논문의 질이나 수준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가장 유명한 사람이 명성을 독식한다.’는 논리는 지금도 유수의 대학들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 인기 있는 교수들을 초빙하려는 목적과 동일하다.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마테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이다. 워드는 이미 전 세계 기업과 개인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학자들은 MS의 ‘ 많이 팔면 팔수록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긍정적 피드백의 고리로 연결되며 그룹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말한다.
아마도 힘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하게 작용하는 곳이 경제 분야 일 것이다. 경제학에서 마테효과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못했다. 부자들이 언제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가난한 이들이 항상 가난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동시에 상황이 반전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마테효과가 새롭게 부상된 이유는 일련의 정치적 작용들 때문에 부의 쏠림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면서부터다. 1000만 달러와 만 달러는 같은 수익률이라 할지라도 최종적인 부는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부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더욱 좋은 조건으로 부의 불균형을 즐길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은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승진과 보상, 규모의 경제, 독과점 시장, 비례세와 역진세, 부자감세등은 경제적 마테효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다.
‘나쁜 사회’는 세상이 어떻게 평등이라는 거짓말로 대중을 속이고 있는지를 마테효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테효과는 이미 사회적 작용의 하나로 기득권층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세습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들이 실무진으로 있으면서 차후를 대비해 마테효과를 이용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마테효과는 자본주의 전략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분노의 열풍에 쌓여있다면 그의 근간인 마테효과 역시 재고를 해봐야 할 것이다. 하나를 손에 쥐고 있어도 다른 하나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수확체증의 법칙과 무척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마테효과가 자연법칙이든 사회적구조이든 간에 모든 사회는 편익에 따른 비용을 부과한다. 즉 소수의 행복 뒤엔 다수의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황금알은 낳는 거위로 비교한다.
지금 전 세계는 부채의 덫에 걸려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 않은 까닭은 그들이 지금껏 누려왔을 우위의 법칙 때문일 것이다. 균형과 비균형은 힘의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균형점을 찾아내려는 의지로 판단해야 한다. 균형을 부르짖는 사람치고 가난한 이는 없다. 오히려 세상은 가난한자들에 해야 할 말을 부자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눈을 가리고 세상을 통괄하려는 자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과연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평등은 무엇일까? 평등이라는 거짓말로 가려진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나쁜 사회’ 추천하는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