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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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인 무경이는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여학생이다.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코치가 무경이를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무경이는 친구인 지선이와 함께 끝까지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지선이는 축구에 재능은 없었지만 키가 또래들보다 훨씬 커서 무경이가 공을 패스해 주면 골로 연결시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샤워를 하던 중에 지선이는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다치게 된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코치가 지선이의 고함 소리를 듣고 업고 병원으로 간다. 2주 동안 치료를 받으면 나을 거라고 했다. 합숙 훈련을 하던 날, 건너편에는 남학교 축구팀도 왔다. 지선이는 남학교 축구부의 안창현에게 전화번호를 건넸고 둘은 그날 밤 만났다.

기분에 취해서 술을 마셨고 둘은 취했다. 안창현이 다가오던 그때 마침 축구 코치 전근세가 둘을 발견했고 우려했던 큰일을 막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선은 전근세를 믿었고 따랐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화살이 되어 날아올 줄 어떻게 알았을까. 쌤이랑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말에 지선이는 전근세를 따라갔고 그날 전근세는 지선을 추행했다.
지선은 며칠이 지나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코치인 전근세를 믿었던 것이다. 지선은 풀썩, 무너지고 말았다. 전근세는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학교는 서둘러서 받아들였다. 지선이와 안창현의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자 지선이는 축구를 그만두고 만다.

​피해자가 사라지자 안창현은 설레는 마음으로 고등학교 합숙소에 가져갈 짐을 꾸리고 전근세는 선배에게서 권유받은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 자리 두 개를 놓고 고민한다. 무경이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하루빨리 체육 선생님이 되어 무너져가는 지선이를 구하려고 발버둥 친다.

체육관에 등록해서 매일 같이 연습을 하고 태권도를 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예찬이를 만나게 된다. 아니, 예찬이가 무경 누나를 좋아하게 된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폭력에 시달리는 예찬이는 부모의 권유로 태권도에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달을 채우면 언젠가는 검은띠를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태권도를 다니고 있다.

예찬이 반에 전학을 온 종률이는 단 번에 힘없고 조용한 예찬이를 알아본다. 조만간 다시 전학을 가겠지만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예찬이와 친해져보기로 한다. 둘은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의지하지만 계획보다 더 일찍 종률이는 전학을 가 버린다. 종률이 남겨놓은 쪽지에는.....

[짧아서 영원해지는 마음. 그것을 잊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p.97

태권도장에는 황동수가 있다. 아이들을 괴롭히고 검은 띠들 사이에서 무서운 인물이다. 예찬이도 동수형을 무서워한다. 그런 동수를 무경이가 축구 시합으로 가볍게 이기고 만다. 7월 무더위에 체육관은 지리산 종주를 갔다. 체력 훈련과 정신 무장을 목적으로 하계 훈련을 간 것이다.

​비가 내리고 급격히 불어난 계곡에 빠진 무경이를 구해준 것은 황동수. 동수는 이때 무경에게서 찰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예찬이는 조마조마하다. 혹여나 무경 누나가 동수형을 좋아하게 될까 봐. 황동수는 사귀고 있던 여학생 서연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쯤 그렇잖아도 그냥 만나오던 서연이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서연이는 불안했다. 황동수의 마음이 자꾸 떠나는 것 같아서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동수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무경의 집 앞에서 무경이를 기다리는 동수를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황동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서연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몸만 원했던 황동수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다 빼앗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경이가 갑자기 학교를 나오지 않자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무경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던 무경이다. 예찬이도 무경 누나를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무경이의 옆방에 살고 있던 현정이는 예찬이에게 빵과 우유를 건네주면서 무경이는 지금 없다고 얘기해 준다.

무경이는 지선을 만나러 갔던 거였다. 몇 번이나 죽으려고 시도했던 지선이가 걱정되어서 찾아갔다. 지선이는 많이 무너져있었다.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무경이는 지선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선이는 다른 친구와 함께 한참 담배를 피우고 지하방에서 무경 혼자 잠이 들었다. 무경이는 서운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무경은 옆방에 사는 현정이와 친해진다. 빵을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게 된 현정이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물리 선생 심기태가 자신의 친구 미란이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미란이는 죽고 싶어 했고 현정이는 친구를 돕고 싶었다. 대자보를 붙이고 심기태의 만행을 학교에 알렸다. 그런데 돌아온 건 흉흉한 말들뿐이었다.

최아라 선생님은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교육청에 탄원서를 냈지만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학교에서는 사건을 덮고 싶어 했다. 그즈음 심기태는 6개월간 휴직을 했으나 아이들에게는 직무 정지로 소문이 났다. 미란이의 결석이 길어지자 여론은 미란이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서연이는 황동수와의 관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학교에서 심기태와 미란의 사건이 있었을 때, 민찬우 선생님은 심기태를 옹호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 교사였다. 그래서 서연이는 그 희망을 잡아보기로 했다. 열두 번째 상담이 있던 날, 민찬우는 서연이를 저수지로 데리고 간다. "선생님이 아니라, 애인으로 어떨 것 같아?"​

무경이와 예찬과 현정과 서연이는 리본을 만들었다. 네 사람은 그 리본들을 '꼬리'라고 불렀다. 이들은 매년 열리는 지역 유등 축제를 이용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마침내 공동체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K 여고의 한지 등 아래에 달린 파란색 리본들은 바람에 나부끼며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었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린 사람들이 리본을 자세히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거기에 적힌 글들도 읽게 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충격과 경악으로 굳었다.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이. 어째서 아직도 이런 일이. 아이들의 작은 용기에 이들은 내적으로 한 뼘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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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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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을 보면 미국에 대한 100개의 사실들로 이루어졌다. 노동자가 설 곳이 없다, 기대 수명이 늘어났다, 고학력자만이 취업할 수 있다,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부는 청년에게서 노인으로 흐른다. 목차만 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미국 상황에만 적합한 것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해당하고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인구 증가율 둔화가 대공황 수준이라는 것이 비단 미국에만 해당하는 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노령층이 늘어나면서 미국도 우리나라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청년층이 부모 세대의 '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표와 그래프를 통한 시각자료가 내용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왼쪽에는 팩트를 기술하고 오른쪽에는 표와 그래프로 그 사실을 증명해 보여준다. 사실도 정말 간단 명료하게 표현을 했고 그래프도 정말 필요한 정보만으로 되어 있어서 글을 읽지 않고 표만 확인해도 될 정도다.
100개의 팩트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서 읽어도 되고 전체를 다 읽어도 좋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응 방식이 굉장히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의 대응 방식도 제시해 준다.

​이민자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은 우리나라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인구 감소가 급격해지고 청년층이 부족하고 초고령화에 들어섰다. 노동층이 없고 신문에서는 연일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이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창업 또는 공동 창업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미국의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가 붕괴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로터리 클럽과 스카우트 회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나 모임이 많았다. 다 같이 어울려서 같이 밥도 먹고 놀기도 하면서 화목을 다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문화가 형성되기 힘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 현상은 더 심해졌고 빅 테크 시대도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앞당기게 되었다. 너무 빠른 변화에 하루하루 쫓아가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챗 GPT를 모르면 마치 나만 뒤처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혼 풍습도 비슷하게 변화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만남'은 없다. 온라인에서의 의도적인 만남이나 알고리즘이 연결해 주는 만남이 두드러진다. 우리 아이만 봐도 친구가 동네 친구가 아니다. 지역이 다르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친구라는데 서로 연락도 하고 지낸다. 직접적인 만남은 절대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아둔 터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시대와는 달리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더 익숙한 MZ 세대와 알파 세대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더 낯설어질 수가 있다. 직접 통화를 하는 것보다는 SNS를 통해 연락하기를 원하는 세 대니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미국에 살면서도 객관적인 입장이다. "최대 교역국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다." 한때 미국은 대다수 국가의 최대 교역국이었지만 2000년 이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보다 3배나 많은 국가가 미국이 아닌 중국을 최대 교역국이라 부른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압박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당신의 직감을 믿어라.

[위기가 성장을 촉발한다]

훨씬 암울한 시절도 있었지만 좋은 날은 항상 다시 오기 마련이다. 14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흑사병은 4년 만에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2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 흑사병조차도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도시 규모가 커졌고, 오랜 기간 성장하지 못했던 유럽 경제의 엔진을 정비했다.

전염병, 전쟁, 도시화를 '부를 이끄는 세 기수'라고 불렀다. 이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도시 성장과 경제 활동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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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학개론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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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연 매출 1조 원의 스노우폭스 그룹의 회장이다. 사장들을 모아서 <KCA 한국사장학교>를 통해 '사장학 개론'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연간 등록자가 한정돼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영업 비율이 25%가 넘는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실제 <한국사장학교>에서 사용했던 수업 자료를 책으로 엮어 수업에 오지 못한 모든 분들에게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돈의 속성>도 계속 반성하면서 깨달으면서 읽었었다. 이 책은 <돈의 속성>보다 더 구체적이고 많은 예시로 쉽게 이해가 되고 이제는 나도 사장에서 사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도 5년 전에 이 책을 읽고 실천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40대는 사업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니,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댄다.

[나는 장사를 하는가? 사업을 하는가?]
001

장사와 사업을 나누는 주요한 특징 세 가지

첫째, 일에 대한 능력이다. 사장의 업무 능력이 직원들보다 뛰어나면 장사고, 직원들이 사장보다 뛰어나면 사업이다. 사장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장사에서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시장의 규모다. 사업체의 가장 큰 경쟁자가 나와 가깝게 있다면 장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입시 학원도 프로그램을 갖추고 체계화시키면 전국에 같은 학원을 오픈할 수 있으니 경쟁자는 전국에 있다.

셋째, 수입을 만드는 방식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수입을 자신의 노동력에서 만들어 낸다. 성실해서 부자가 되는 크기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작은 부자는 몸에서 나오고 큰 부자는 생각에서 나온다.

장사는 한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이다. 사업은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나를 세상에 나타내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에서 생겨난다.
p.26

[내 경쟁자 100% 이기는 법]
007

끝까지 하는 것이다. 경쟁자 중에서 90% 이상은 포기한다. 그러니 끝까지 버티면 상위 10% 안에는 들어갈 수 있다. 운이 좋다면 1%도 가능하다. 책을 하나 쓰고 싶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면 된다. 신인 작가로 데뷔하려는 사람들은 글이 나빠서 출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원고 쓰기를 포기해서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인간에게 계획을 하게 해라. 정말 좋은 계획을 하게 도와줘라. 그리고 내일부터 하라고 해라. 인간에게 내일은 없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오늘 시작을 해서 끝까지 하는 것이 일등이 되는 방법이다. 내일이 되면 내일은 이미 또 다른 오늘이 되어 있다. 그 시간에 상위 10% 안에 드는 경쟁자는 계속 일을 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상상안의 것을 현실로 만드는 두 가지 힘은 끈기와 기개뿐이라고 한다.

현재 성공한 사업가들도 남들이 힘들어서 포기할 때 끝까지 견디고 버텨내온 사람들이다. 나도 끈기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는다. 끝까지 버텨서 5년 후에는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시작하고 중간에 포기 없이 끝까지 한 번 해볼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드러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 [돈이 없어 사업을 못 한다는 사람에게]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돈이 있어도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려는 사업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다. 사업을 하려면 그 사업에 관한 집요한 공부와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열정을 퍼부으면 된다. 열정은 몸의 열정뿐만 아니라 지적인 현명함이 동반된 열정이다.


창업을 원하면 해당 사업 영역을 주제로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되, 그 공부를 멈추지 말라. 그래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돼라. 그렇게 그 사업의 영역에서 대가가 되면 당신이 이미 사업을 하고 있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돈이 왜 필요 없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 말이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게 될 때는 아마 장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단계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서 사업을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여줄 만한 합리적인 핑계처럼 보인다. 충분한 공부를 해서 어제의 나를 이겨낸 하루하루가 쌓여있다면, 어떻게든 시작하는 용기와 시작 후에는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끈기가 있다면 사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왜 사장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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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라는 직업은 내 인생을 나에게 통째로 선물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경영자가 되는 순간 자신이 자신을 고용하는 사람이 되어 그 모든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급여라는 안전망을 얻자고 평생 남의 사업체 안에 살다가 집 한 채 겨우 얻고 육십 넘어 약수터나 다니는 삶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서워할 것 없다.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주일에 140시간씩, 일 년에 365일 일해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 사장의 일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 삶에 주인이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가 연예인, 스포츠인, 혹은 예술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사장은 누구나 될 수 있으니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장이 되는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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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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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고 작가의 이름을 보고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맞나 싶었다. 거대한 문학작품만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런 해학적인 제목의 책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나서 부채는 더 쌓여만 가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고전 문학인만큼 우리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참신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다 보면 몇 번이나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되는지 모른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라는 부재에 딱 맞는 내용들인데 심지어 읽는 동안 설득 당한다는 게 더 신기하다.

역자 후기를 보면 발자크는 그의 문학적 명성에 못지않게 평생 빚더미에 앉아 있던 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20대 후반부터 벌써 대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왜 평생을 빚지고 살았을까? 보들레르의 짧은 글에서 조금 짐작이 된다고 한다.

(기후도 안 맞는 파리에서) 파인애플이 주렁주렁 달린 정원, (철에 안 맞는) 장식의 별장 등 발자크는 취향도 독창적이라 괴이한 발상으로 일상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모든 걸 갖고 갖추어 살다 보니 채권자들로부터 많은 빚을 지게 된 모양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 하루에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키면서 잠을 쫓아 글을 써야 할 정도로 말이다. ​

이 책은 인간이 갈망하고 누릴 수 있는 모든 쾌락을 60년 평생 향유하고 나서, 평소 자신의 남다른 재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해 주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면서 멋들어지게 삶을 마감한 지은이의 삼촌에 대한 글이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으면 생산자가 망하게 되듯이 채무자가 빚을 지지 않으면 채권자가 살아갈 수 없다는 논리이다. 삼촌의 명언을 몇 가지 읽어보면 채무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

[삼촌의 명언]

- 갚을 빚이 많아질수록 신용은 늘어난다. 감당해야 할 채권자들이 적어질수록 돈 생길 곳은 줄어든다.

- 어떤 왕국이나 제국도 두 개의 계층으로 이루어진다. 생산자와 소비자. 생산자는 곧 채권자이고, 소비자는 채무자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없다면 생산자들이 무용해진다. 따라서 생산자들을 생존하게 만드는 이들이 곧 소비자들이다. 결국 생산자(채권자)는 소비자(채무자)가 그들에게 갚아야 할 것을 못 갚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일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에게 갚을게 하나도 없게 되면 생산자들은 굶어죽을 테니 말이다.

-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빚을 갚고 싶지만 갚을 도리가 없어서 자살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게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그래서도 살아야지 죽으면 안 된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았을 경우에 나라마다 다양한 처벌들이 나오는데 끔찍한 방법들이다. 유태인들은 해당 채무자나 그의 아내, 자식들을 가두거나 팔아넘겼다. 튀르키에서는 뾰족한 창으로 몸을 관통시킬 권한이 있었다. 로마에서는 채무자의 신체를 갈가리 찢어서 채권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처벌 방법도 나와서 신기했다.

조선에서는 정해진 기한에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게 채권자가 매일 15회씩 종아리에 세찬 매질(곤장)을 할 수 있었고, 자식이 진 빚을 부모가 갚아야 했다.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부모들은 아무리 아끼는 자식이 진 빚이라도 부인하며 안 갚으려 했다.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나오는데 정말 유머러스하다. 건강해서 만일 70이나 80세 아니 더 나아가 90세까지 살아남는다고 치자. 이 경우 평균 나이는 45세가 되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1년에 하나로 정산해서, 여러분의 44번째 혹은 45번째 채권자를 땅에 묻는 셈이 되는 것이다. 채권자의 사망은 부채를 자연스럽게 상각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채권자가 어떤 집을 얻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채권자를 지치게 만드는 거리는 정확히 6킬로미터에다가 보태지는 걸음으로 138보. 아파트에 오르다고 138보를 걷다 보면 지쳐서 기진맥진해질 뿐 아니라 화를 낼 기운도 없어진다고 했다. 그런 상태로 여러분의 집에 도착하면 잔뜩 지쳐버려 돈이고 뭐고 일단 어디 앉아서 물 한 잔 들이켜는 게 급선무가 된다.


아시다시피 돈을 갚는 것보다 의자와 물을 대령하기는 쉬운 법이다. 삼촌이 딱 한 번 감옥에 갈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사는 곳 때문이었다. 방심한 채, 앞길이 보이지 않는, 뒤편에 있는 건물의 1층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지은이가 결론을 내리면서 한 마디 한다.

[삼촌에게는 죄송하지만....]

그의 글을 편집하는 동안 나는 삼촌의 비도덕성에 불만했고, 빚을 내지 않을 수 없을 때뿐 아니라 돈을 갚아서 더 이상 빚을 내지 않아도 되는 때에도 빚을 갚지 않도록 조언하면서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한 농담들이 다소 씁쓸했다.

어떻게 빚을 졌든 간에 일단 빚들은 타인과 연관된 진지한 약속인지라, 거기에 존중이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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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생긴 일 그림책 도서관
구리디 지음, 김정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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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된다.

'옛날 옛날에' 씨가 태어났을 때, 단어들이 미소를 지었어요.

​'옛날 옛날에' 씨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고 문장은 이야기가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단어를 전해주기도 하고 형용사들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옛날 옛날에' 씨가 이야기를 하면 마을 사람들은 선으로 연결이 되어서 모두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게 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옛날 옛날에' 씨가 말하기를 멈추게 됩니다. ​

​온 마을이 혼란에 빠지게 돼요. 사람들은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마을은 며칠이나 계속 침묵만을 지키게 됩니다. 사람들을 이어주던 선도 사라지고 말아요.

왜 '옛날 옛날에' 씨가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들어 한숨을 내쉬지요.

"어디 아픈가 봐요."

"속상한 일이 있는 걸까요?"

"아니, 화가 난 것 같아요."

"신의 목소리를 들은 거예요."

"사랑에 빠진 거라니까."​

​마을에는 긴장감이 돌았어요. 사람들이 인형탈을 써보기도 하고 '옛날 옛날에' 씨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예전처럼 단어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떠오르는 단어라고는 '잿빛', '따분함', '슬픔' 같은 단어뿐이었답니다.

음악가 아가피토만이 조용히 먼 곳을 응시할 뿐이었지요. 그때, 아가피토가 첼로를 켜기 시작했어요. 아주 부드럽고 나지막하게.​

​'옛날 옛날에'씨의 귀에도 첼로 선율이 들어가면서 드디어 그림책에서 다시 사람들을 이어주는 선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거든요.

"끝"​

'끝'에서부터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곧 단어들이 쏟아지면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구전으로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로 우리 인류가 서로 선으로 연결이 되어 끊임없이 이어져내려 왔나 봅니다.


이제는 단지 하나의 '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많은 '선'으로 서로 뒤엉켜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어요.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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