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의 황보름 작가. 전형적인 책의 목차와는 다른 53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1번부터 53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물론 전부다 책이나 독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가독성이 좋아 읽어 내려가기 편하고 책덕후라면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 하트를 뿅뿅 눌러주고 싶지만 나는 철저히 종이책만 선호한다. 줄도 그어야 하고 여백에 메모도 해야 하고 색칠도 해야 하고 심지어 책 귀퉁이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맞다, 맞아. 내다, 내' 하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그리고 작가와 나의 인생 책이 겹치게 되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책을 읽으면서도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작가가 인용하고 추천하는 책들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가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책덕후답게 많은 책들이 인용되어 있고 멋진 글들이 발췌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좋고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좀체 진도를 못 나간다.p.89'너는 책에 무얼 바라니'라는 작가의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과 나의 답이 어쩜 이리 통하는지..책을 읽으며 단단해질 바란다.지혜를 얻길 바란다.현명해지길 바란다.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을 알게 되길 바란다.대답하기가 참으로 민망하지만 나 역시 이런 거창한 의도(?)를 고이 가슴에 품고 읽고 또 읽어본다.언젠가는 '통찰력' 이란 높은 분께서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주시지 않을까^^그 능력을 감히 욕심 내본다.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글이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매번 자신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쓰고 싶어서 쓰긴 쓴다. 이런 나에게 위로라도 전하듯 황보름 작가는 이권우 평론가의 말을 대신 전해 준다."책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비평가들의 몫이니 우리는 책을 충실히 읽고 그 감상을 진솔하게 쓰면 그걸로 됐다."p.196우리는 그가 건물 다락방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결론짓고 그를 '부 래들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이 말에 공감이 된다면 책을 사보면 좋겠다.나도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작가처럼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