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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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부제 그리고 책의 표지까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떠올랐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월든>이 떠올랐다. 월든은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이며 무려 필사까지 했던 책이다. 물론 빼먹은 목차도 많지만 언제든지 다시 필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책이다. 게다가 출판사별로 다 사모은 거 같다. 여기저기 책꽂이에 가장 많이 꽂혀 눈에 띄는 책이 2권 있는데 그중 한 권이다. 무엇 때문인지 계속 이 책은 의식적으로 회피해왔다. 일부러 읽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러나 주위의 많은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고 읽으면서도 내내 나의 그런 심리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 같았다.

작가는 기자로 일하면서 심리학 박사학위까지 끝낸 엘리트 계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든과 자본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점차 월든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했었다면 모르지만 도시에서 스타벅스와 더불어 아파트 대출을 갚으며 자본주의에 젖어 살다가 자연 주의로 전향해 7년째라니 오히려 그래서 더 대단한 거다. 나만의 심리상태를 안고 읽어서인지 작가의 물질적 '월든 주의'보다는 정신적 '월든 주의'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방금 생각해 낸 '월든 주의'라는 단어가 무지 마음에 든다. 이런 용어가 혹시 있는가? 모르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야생에서 제철 블랙베리를 따 먹고 통밀을 갈아서 발효 빵을 만들어 먹으면 최소한의 노동만을 하면서 자연에서 살아가는 월든 실천자보다도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어린 자아를 해방시키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더 이상 남편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생각을 전환시켜서 자신의 마음을 '월든 주의'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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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로 내가 남편을 바꾸고 싶어 했다. 어림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혼을 생각했다. 두려움과 절망을 느끼며 이혼할 생각으로 나의 결혼 생활을 다시 봤다. 그랬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혼을 할 수 있는 것도 결혼을 했기 때문인데,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아이들이 둘이나 생긴 것이 제일 컸다. 내 아이들을 보니, 딱 이 애들이어야 한다.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았어도 똑같이 사랑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생기는 돈을 다 써버렸을 텐데, 분할할 재산이라도 생긴 건 결혼해 돈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언제 이혼해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꽤 괜찮은 결정을 한 거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까, 더 이상 결혼이나 남편을 바꾸는 데 관심이 없어졌다.

'포기나 이해와는 달랐다'라는 작가의 마음이 무엇인지 내가 깨달을 때쯤 나도 정신적 월든 주의자로 한 발 뗄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는 약간의 가속도도 붙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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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23-01-0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든을 출판사별로 사모으셨다면, 혹시 가장 번역이 마음에 들었던 책은 어느 출판사 책이었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