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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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친절한 이웃, 숲속의 은둔자

 

 

 

 

혼자 있는 게 좋은, 완벽하게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크리스토퍼 나이트, 1986년 홀연히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세상과 '그저 단절'되었다, 아니 세상을 자신의 삶으로부터 '단절하였다'.

 

 

 

 

 

 

 

 

나이트는 역사상 거의 모든 은둔자가 발견한 진리를 깨달았다.
실제로는 늘 혼자 힘으로만 살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 살더라도 목구멍은 포도청.
그는 생존을 위해 한 해에 약 40여 차례에 걸쳐 야영장에서 식료품을 훔쳤고
사람들의 오두막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1080건의 절도행각을 벌였다.
그는 절도행각을 위해 길을 나설 때면
단 한 번의 실수로라도 자신의 은신처가 탄로나지 않도록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숲속을 누볐지만
결국 세상의 기술에 무릎꿇고 만다.
작은 캠핑장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그를 포착했고
'노스 폰드'의 은둔자 나이트는 세상에 발각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다.

 

 

 

숲에서 몇 년, 몇십 년 있을 때보다
감옥에서 몇 달을 지내는 동안
온전한 정신이 더 많이 손상된 것 같습니다.

 

 

 

감옥에서도 나이트는 혼자이고 싶어 했다.
'혼자 독차지하는 지옥'이라는 독방에 감금된 이들이
'산 채로  묻힌' 기분이 들어 꺼려하는 그곳을 그는 진심으로 원했다.
"말동무가 아예 없는 것보다 차라리 최악의 말동무라도 있는 게 낫다"라고 말한
테리 앤더슨을 비롯해 독방에 갇힌 경험을 한 수많은 이가 거부한 독방에
나이트는 "나만의 감방에 대한 희망, 소망, 환상이 있다"며 독방 감금을 간절히 바랐다.
실제로 그는 독방으로 옮겨갔을 때 무척 안도했다.

 

 

 

 

 

 

 

 

 

 

사람은 생후 10개월 정도면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을 공고히 한다.
그런데 나이트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많은 이가 그의 어린 시절,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라 추측하였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딱히 문제가 없었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은 슬럼프에 빠져 휴직하던 중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27년간 은둔생활 충격'이라는 기사를 접한다.
핀클은 기사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나이트에게 묘한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고
일종의 동경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핀클은 나이트를 직접 인터뷰하고 싶어 편지를 한 통 보냈는데
정말 기대치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나이트에게서 답신이 온 것이다.

 

이후 핀클은 나이트를 감옥에서 아홉 차례 면회했고, 그의 재판마다 참관했다.
그가 은둔했던 장소 주변을 일곱 차례 답사하고
나이트의 가족, 노스 포스 주변의 별장 소유주, 캠핑장 직원, 그를 체포했던 경찰까지
총 140명 이상을 인터뷰했고
그 많은 자료가 모여 《숲속의 은둔자The Stranger in the Woods》라는 책이 탄생했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소설이 따로 없다고 할까!

 

 

 

'은둔자'라는 꼬리표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이상한 행동을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사회에 복귀하라는 판견을 받은 후에도
다른 누군가가 만든 정체성이 생긴다는 게 싫었던 나이트.
그가 세상 밖에서 돌아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다가
끝내 세상 속에서 녹아없어져버리기로 결심하고 행동하기까지.
그의 삶이 그려온 궤적을 충실히 좇은 마이클 핀클의 은둔자 탐구 에세이,
《숲속의 은둔자: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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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 하버드 법대, 젊은 법조인이 그린 법정 실화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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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 책세상

 

 

 

 

 

리키는 이웃에 사는 여섯 살짜리 사내아이 제러미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
담요에 말아 옷장에 넣어놓은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생활한다.
아이 실종 후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을 펼치지만 종적을 찾지 못한다.
그 와중에 보호관찰담당자가 리키의 아동추행죄 전과를 기억해내
리키가 체포되고 시신이 발견되는데...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하버드대에서 법학, 에머슨대에서 미술,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The Fact of a Body: A Murder and a Memoir》는
하버드 법대 재학 당시 여름방학 동안 한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접한
아동 살해범 이야기와 자신의 고통스런 성장담을 써 내려간 실화에세이.
이 작품으로 2018 람바다 문학상, 셔토쿽 문학상, 로나제프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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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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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의미한 살인,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 수상작

 

 

 

 

 



신의 이름을 빌린 남자, 사랑과 살인을 동시에 고백하다!

 

 

 

 


매일 세 시간이 걸리는 출퇴근길을 고집하는 잔느.
마르세유 경찰서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 신발이며 옷이며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것은 다 싫어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과 어림짐작, 근사치도 견디지 못하는 그녀는
출퇴근길 자신의 몸을 감싸주는 기차의 규칙적인 움직에만 편안함을 느낀다.
모든 서랍은 열쇠로 잠가둔 채 열었다 잠갔다 하는 수고마저 감내하는 그녀.
늘 들고 다니는 핸드백도 수시로 들여다보며 닫혀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오늘, 매일 같은 시각 타던 그 기차, 매일 지정석처럼 앉던 그 자리에
잔느의 삶을 뒤흔들 편지가 놓여 있다.

 

당신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잔느.

 

 

 

 

 



편지 속 문장에 잔느의 마음은 요동치고 만다.
편지를 남긴 엘리키우스, 즉 천둥 신의 이름이 그녀의 마음에 천둥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달콤함은 첫 번째 편지에서 끝나고 만다.
두 번째 편지에서 엘리키우스는 자신이 어젯밤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음을 말하며
'그녀를 죽이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이라고 살인을 고백한 것이다.

엘리키우스가 '그녀를 죽인' 것은 며칠 사이에 벌어진 연쇄살인으로 판명되고 
난생처음 들었던 사랑 고백에 설렜던 잔느의 마음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편지 속 엘리키우스의 절절한 사연에 점점 동화되는 그녀,
현실 속에서 마음을 끄는 에스포지토 반장에게 살인범을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그녀의 마음속에도 괴물 같은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와 동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랑받는 느낌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빛이자 유일한 지표가 돼주고 있었다.
순진하고 다정하면서 몽상가인 꼬마에게





 



 

 

잔느의 트라우마가 베일에 쌓인 채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써

독자에게 첫 번째 덫을 놓은 작가 카린 지에벨.
엘리키우스가 잔느에게 남기는 편지에서는
그녀가 겪었던 일에 대한 복수를 해준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믿으면 안 된다(이건 스포, 물론 뒤에도 덫이 몇 개 있지만)!

인격이 분열된 듯 또 다른 자신과 끊임없이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잔느는
볼품없다고 생각한 자신에게 아름답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한 연쇄살인범 엘리키우스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그를 향해 막연한 연심을 품는다.
하지만 잔느는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고
엘리키우스는 그녀가 현실 속에서 호감을 느끼는 반장과는 절대적 적이다.
잔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가 정해지는 판국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선과 악, 정의와 증오, 설렘과 공포 등
절대 섞일 수 없는 것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시에 포용하려고 드는 심리가 잘 드러난, 유의미한 살인.
읽는 내내 잔느의 시선이 되어버려 손을 꼭 쥐게 만드는 심리스릴러다.



와우, 이게 작가의 데뷔작이라지.
그 뒤로 발표한 소설이 몇 편 있는데 그중 어떤 소설을 다음에 읽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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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왜곡과 날조로 뒤엉킨 사이비역사학의 욕망을 파헤치다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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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사이비역사학
역사학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흉내를 내지만 학문의 본령에서는 벗어난 가짜 학문.
유사역사학, 의사擬似역사학, 영어권에서는 슈도히스토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이비역사학은 쇼비니즘chauvinism과 밀접히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위험성이 있다.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문자화된 기록이 극히 적고 그나마 드러난 고고학 자료도 극히 적어
역사적으로 입증이 어려운 수수께끼의 나라 고조선.
기원전 108년 고조선이 한 무제에게 패망하고 난 후 설치된 낙랑군 등 주요 정치체의 위치에 대해
젊은역사학자모임은 사이비역사학자들의 주장을 그 근거,
즉 《삼국지》와 《후한서》의 기록을 토대로 삼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덕일(!)을 비롯한 사이비역사학자들은 낙랑군의 위치를
한반도의 평양이 아닌 중국 허베이성 일대로 규정함으로써
평양에 있었다는 인식에 식민사학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이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선동이었음이다.
이들이 낙랑군을 한반도 밖에 있었던 것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고대 한반도 내부에 외부 세력이 설치한 식민지가 존재했다는 것이 싫다는 식민지 콤플렉스와
고조선이 대륙의 일부를 차지했던 아주 큰 나라였다는 영토적 허영심 충족에 있다.

 

 

 

 

 

 

고조선을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에 이르기까지
주요 논쟁거리를 다양한 사료와 유물 해석, 연구의 역사를 통해 비교 분석해놓았다.
대학원 과정에 있거나 이제 막 박사학위를 취득한 젊은 연구자들이
사이비역사학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폐해가 크다는 판단하에 나선 것이다.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젊은역사학자모임이
<한겨레21>에 7회에 걸쳐 연재한 글들을 뼈대로 만든 책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일단 역사학자들끼리의 논쟁이 이루어진다 싶어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작한 것과 달리
아주 술술 읽힌다는 게 장점.

특히 이성호 연구원의 '생존을 위한 전쟁, 신라의 삼국통일' 편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쨌든 신라는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당시의 생존 전략이었을 외세를 끌어들인 데 대해
신채호 선생의 의도와 관계없이 나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백제가 혹은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고등학생 때부터 해봤기 때문일까.
어머, 너무 멀리 가는 것 같군.
여튼 이 책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국민이 읽으면 참 좋겠다 싶다.

 

 

 

 


쇼비니즘: 사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광신적인 애국주의나 국수적인 이기주의.
프랑스의 연출가 코냐르(Cognard)가 지은 속요 <삼색 모표>에 나오는,
나폴레옹을 신처럼 숭배한 프랑스 병사의 이름 니콜라 쇼뱅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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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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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 김경서 / 창비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미술 교과서만으로는 미술을 제대로 알 수 없음을 깨달은 베테랑 미술교사,
수업 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 아름다움을 생각하다'의 3부로 구성,
체험, 표현, 감상이라는 미술 교과서의 기본을 따르면서
미술의 기초 개념, 다양한 재료의 활용과 표현, 여러 가지 비평의 관점을 알려주고 있다.
 

 

 

 

 

 

 

 


김경서
서울 불광중학교 미술 교사.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동국대학교 동양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술평론가로 여러 전시를 기획하고 비평 활동을 펼쳐왔다.
《감추기, 드러내기, 있게 하기》 등 미술 비평서와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를 집필했다.
《고전은 나의 힘: 예술 읽기》의 편자로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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