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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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에 조금은 당황했었다.

언제부턴가 보수와 진보 대신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오가면서

괜스레 ' 좌파'란 말이 뭔가 더 폭력적이고 삐딱하게 여겨져 피로도도 있었던 참이라.

다른 책들에 매몰해 있다가 한 번씩 쳐다보면서

어느 서정의 끝자리에서 이 책을 만나야 하는가를 고민했었다.

이웃 블로거의 리뷰를 보고 제목만큼 심각한 책이 아니란 걸 알았다.

쥐를 혐오해서, 쥐의 공격을 받아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작가 '김봄'은

사십대의 미혼 작가이다. 그녀의 이름 봄은, 계절이 아니라, 바라봄의 봄이다.

다섯 자녀 중 셋째로, 혼자만 미혼이라 부모의 손과 관심이 더 가는 아픈 손가락이자

만만한 자녀인 셈인데

그런 그녀가 경상도 출신의 보수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야기이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그녀와, 보수 성향의 엄마 '손 여사'가

아이를 한 번도 낳아보지 못한 그녀와 다섯이나 쑥쑥 낳은 엄마가

미혼인 그녀와 기혼인 엄마가

젊은 그녀와 노년의 엄마가

전혀 다른 속도로 하루를 사는 그녀들이..

다르지만, 결국엔 하나로 연결된 모녀의 충돌들이 너무 귀엽고 발랄하다.

아주 짧지만 강렬해서 경쾌하다.

뒤끝 없는? 책이랄까?

소소하고 맛깔나다.

(중간 생략)

 

그나저나 민감하다면 엄청 민감할수있고.치열하다면 무지 치열할수 있는 소재로 이렇게 경쾌하게 쓰기 있기? 없기?

그녀가 작가의 말에서, 그녀의 솔직함이 '손 여사'와 가족들에게 혹여 폐가 될까 걱정하면서 전하고자 했던 말은,

누군가의 딸로 충만했던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좌파와 우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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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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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은 이 소설을 1796년부터 1797년에 집필했다고 한다.

진부한 결혼 스토리 일 수도 있지만, 제목 그대로 '오만과 편견'이라는 감정을 대립 시키면서 두 남녀 주인공이 심리의 변주곡을 거쳐 결혼에 이르는 스토리를 전개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시대적 감각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겨진다.

사실 나의 사춘기 시절(여성 여성하고 뭔가 소녀소녀함을 거부했던)에 픽업할 내용과 작가는 결코 아니었기에 등한시하다가 최근 이웃님들 소개를 통해 그녀의 작품을 읽어가다가 찾게 된 책인데, 이 책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로 먼저 만났었다.

그 배우와 근대 복식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봤었기에 매우 만족했었는데, 책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일이었다.

'다아시'는 가문의 장남으로 막대한 재산과 높은 지위, 광범위한 성직 임명권 등의 특권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진중하고 내성적이고 고집이 세고 말이 없다.

영국의 시대적인 배경과 문화적인 배경에 따른 결혼 풍습이 낯설수도 있었겠으나, 영국소설을 이미 몇권 접해서일수도 있겠지만, 번역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장남이 아닌 아들은 원하는 여자와의 결혼이 불가능했다.

양가의 재산 규모에 따른 지참금 등의 조율이 결혼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결혼은 참 많은 스토리와 배경에 쌓여서 어렵게 어렵게 이루어진다.

'베넷'씨는 다섯 딸을 두었다. 이십 대 초반의 아름다운 미모와 부드러운 품성의 큰딸 '제인'과 발랄하고 현명한 둘째 '리지', 언니들이나 동생들에 비해 미모가 평범 이하인 셋째 '메리', 그리고 17세의 '캐서린'과 15세의 막내 '리디아'가 있다.

'베넷'의 부인은 정신세계가 단순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미로 일생의 과업이 딸들을 출가시키는 일이다. 자기 딸들의 정점을 이웃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들의 마을에 부유한 청년 '빙리'가 이사오고, 일행들은 그의 누이들과 매형, 그리고 친구 '다아시'도 끼어있었다.

잘생기고 부유한 청년들의 등장과

또 민병대의 군인들이 임시적으로 마을에 머물게 되자

'베넷'부인은 극도로 흥분하고 자신의 딸들을 사교계에 내보내고자 안달이 난다

(중간생략)

 

남자 독자들은 절대 공감 못할 책일 수도,

여자 독자들은 숨겨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여

나처럼 눈물 흘리다 탄성을 지르다 행복한 결말에 '리지'의 행복함이 전도 되어질 일..

그리하여 이들의 결혼은 가장 행복하고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말로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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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법칙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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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미국 문단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러셀 뱅크스'는 미국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성장했고 집안을 통틀어 대학을 들어간 최초 인물이었다고 한다. 작가로 인정받기 까지 다양한 임시 노동직을 전전했다는 그의 경험들이 작품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허클베리핀]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잇는 성장소설이라고도 한다.

네 살의 '채피'는 다섯 살 무렵 부모가 이혼하고, 2년 후 엄마가 데려온 '켄'이라는 양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가정에 속하여 성장하지만,

모호크 헤어스타일에 코에는 피어싱을 하고 마리화나에 중독되어 가는 십대였다. 그리고 주변엔 이상한 친구들만 있다.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춘기가 되자,

양 아버지는 그를 노골적으로 미워하고 그로 인해 부부는 자주 싸우고 엄마는 그저 울기만 한다. 이들 부부는 알콜릭이다.

'채피'의 친구 '러스'는 그보다 두세 살 연상으로 그의 자취방에는 도둑질을 일삼는 이삼십 대 폭주족들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하지만 '채피'는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

정말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선의로 시작한 일도 결국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리화나를 피우기 위해 동전통에 손을 대던 일이 발각되자, 집에서 쫓겨나와 '러스'의 방에 머물면서

마리화나 공급도 하고 쇼핑몰을 어슬렁거리다가 좀도둑질도 하게 되는데

'러스'와 함께 폭주족들의 장물들을 도둑질하다가 발각 위기가 닥치면서 뜻하지 않은 화재사고를 겪는다.

폭주족 무리 중에 삼십 가량의 '브루스'는 위협적인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채피'에게 친절했다. 그는 끝내, 화재현장에서 자신이 감금시켰던 '채피'를 구하고자 하다 죽는다.

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러스'와 '채피'는 실종된 것으로, 죽은 것으로 여겨진다.

'러스'의 엄마는 공군기지 근처 술집에 나가는 매춘부였다. 집으로 데려오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조카라고 소개한다. '러스'는 이미 열다섯의 나이에 가출 했던 것이다.

은 트럭을 훔쳐, 도주해서 부랑 청소년들이 지내고 있는 방치된 스쿨버스에서 함께 지낸다.

'러스'를 따라가서 문신을 하게 되는 '채피'는

해골과 뼈가 그려진 후크 선장의 깃발에서 해골을 뺀 뼈만 선택해 왼쪽 팔뚝 안쪽에 X자 모양을 새겨 넣는다.

그리고 이름을 '본(bone, 뼈)'으로 바꾼다. '본', '채피'는 그 이름이 강하고 냉혹하고 뭔가 세계적인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다. 문신과 개명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느낌마저 든다.

'러스'는 엄마 대신 자신을 돌봐주었던 이모네 부부가 관리하는 여름 별장으로 가자 한다. 그리고 '러스'는 이모집으로 가고, 별장에 혼자남은 '채피'는

'러스'에게도,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도 몹시 화가 나서 모호크 머리를 자르고 코에 피어싱을 빼버리고 물건들을 훔치고 총까지 훔쳐서 집안을 난장으로 만들어놓고 나와버린다.

로를 헤매다가 교회 버스를 얻어타게 되는데 그 차를 운전하고 있던 사람은 '버스터 브라운'으로 전에 쇼핑몰 근처에서 그의 꾐에 빠져 돈을 받고 따라가다가 도망쳐 나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채피'가 이제껏 만나왔고 또 만날 다양한 사람들 중 그는 가장 불가사의한 인물이었다. 랩 그룹의 매니저이자 종교조직 운영자이자 사이코 포르노 왕인데 그에게는 예닐곱 살의 '프로기'라는 어린아이가 동행하고 있었다.

'채피'는 '프로기'를 그 악당의 손에서 구해내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싶어 한다.

(중간 생략)

 

 

아직 열다섯이지만, 더 단단하게 성장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콜필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결말이 바로 성장소설류의 바람직한 맺음이지ᆢ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 대책 없지만 사랑스러운 [호밀밭의 파수꾼], '콜필드'의 이유 없는 듯 이유 있는 반항 보다, '채피'의 반항은 더 개념 없지만, 더 스펙터클 하다. 그리고 결손의 가정과 결손의 사회라는 커다란 환경이 있다. 그에 비하면 좀더 파란만장한 모험 성장소설쯤되는듯..

하지만 이 여리고, 어리고, 순수한 캐릭터 또한 정감이 가는데,,

성장소설이라고 청소년에게 읽히기엔 위에서 밝힌 대로 불편한 부분들이 소재인지라, 어떨런지는~~

이야기의 서술은 지루하지 않고 가독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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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여인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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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와 아들이라는 존재의 비밀 속으로 이끌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대로, 태생적으로,, 결코 아버지도 아들도 될 수 없는 나는, 관찰자의 관점으로밖에는 그 존재들을 바라볼 수 없었지만, 또 그 당사자가 아니어서 다른 이해도로 접근하며 때로는 즐기면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파헤치게? 되었다.

남자 작가라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야기해보고 싶은 로망들이 있는지, 그 낯섦을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경험해본 탓에 자연스럽게 어느 꼭지에서는 웃음과 분노의 감정도 이입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들이란 존재의 발칙한 반란과, 아버지란 존재의 아시아적인 고리타분한 권위..

이제는, '아들은 아버지를 깨부수고 나와야 비로소 남자가 된다'는 명제도,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를 파괴하고 성장한다'는 구절도 좀 시시해질정도인데, 또 누군가는 그런 말도 했었다.

남자는 아들을 낳아 키워봐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다~~나, 딸만 키워서는 절대 모를 그런 게 있다면서, 암튼 그렇다고 했는데 다른 종인 나도,, 살면서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소설 속 모녀의 관계에서는, 딸이 '엄마처럼은 살기 싫어' 정도의 수동적인 모티브가 고작이라면

아들들은 아버지를 파괴해야, 깨부숴야 한단다...

다시 한번 아버지도 아들도 되어 불 수 없음이,, 다행인 건가 하면서 ㅎㅎ

가가 되고 싶었지만 지질학 엔지니어 겸 건축업자가 된 '나', '젬'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약국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정치적인 동지들과 어울리면서 한때 정치 관련 부서로 연행되어 전기고문도 받았던 역사가 있는데 이번 가출은 그때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잘생기고 멋쟁이고, 몸매도 좋은 아버지는 좌익 주의자로 바람둥이였다. '젬'은 그런 아버지의 외모를 쏙 빼닮았다.

이스탄불에 살고 있던 '젬'은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이 끊기자 대학 입학 학원비를 모으려고 서점에서 일하며 책을 읽고, 작가가 되리라 했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 어머니와는 좋은 친구로 지낼수 있었다.

이모부 집에 세 들어 살면서 밭을 지키는 일로 용돈을 받던 '젬'이, 유명한 장인 '마흐무트 우스타'의 우물파기 작업을 구경한다. '젬'에게 깊은 우물은 파내려 갈수록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별들의 곁으로 신과 천사들의 나라로 올라가는 듯한 신비한 체험이었다.

물 파는 일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제의에 어머니 반대를 무릅쓰고 장인의 조수 일로 따라나섰고, 그들은 이스탄불의 옆 동네 왼괴렌의 천막에서 기거하며 새로운 우물파기 작업에 착수한다.

그땐 천공기가 없던 시절이라, 몇천 년 동안 이어진 대로 직감에 의해 수맥을 찾아 우물을 파는데, '젬'은 '마흐무트 우스타'를 보면서 막연하게 아버지를 느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흐무트 우스타'는 '젬'과 함께 아침부터 우물을 파고, 저녁이면 함께 담배를 사고 철물점, 목공소에 들르러 마을로 내려간다. 그는 코란에서 인용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젬'을 훈육하였다. 그는 '젬'의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우물파기의 장인과 조수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되어야 하고, 자신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우물파기의 기술을 배웠고 '젬'또한 그의 훌륭한 조수가 되려면, 자신의 아들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젬'은 '마흐무트 우스타'를 자신의 아버지와 비교하고 그를 통해 그리워하면서 지낸다. '젬'에게 '마흐무트 우스타'는 자신의 아버지를 대체할 새로운 아버지였다.

늘 이야기를 들어오던 '젬'에게 너도 이야기해달라고 했을 때, 왠지 '젬'은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느 날 마을의 기차역 광장에서 일행들과 함께 있는 '빨강 머리 여인'을 처음 본 '젬'은 그녀의 큰 키와 특이하고 매력적인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그녀 역시 그를 계속 주시했다.

매일 밤, 그녀를 또 보고 싶어서 그녀의 방인듯한 창문을 바라보다가 천막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중, 그녀 일행을 발견했다. 그들은 유랑극단의 단원들이었다.

우물파기는 이십여 일이 지나도록, 물의 행방을 예측할 수 없었다. 큰 바위가 연이어 나타나고 흙의 상태는 수맥을 예상할 수 있는 빛깔도 습도도 아니었다.

그들은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희망 없음에 지치고, 사업시행자의 아들이자 또다른 조수였던 '알리'도 떠나지만, '마흐무스 우스타'는 그래도 확신한다며 계속 진행한다.

마을에 내려가 극장을 찾은 '젬'은 '빨강 머리 여인'의 연기를 본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나이는 더 들어 보이고, 자기의 생각보다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장난기 가득하고 달콤한 표정이 삼주 넘게 계속되는 우물 파는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그녀가 속한 유랑 극단은 허름한 정치 성향의 민간 극단이었다. 그들은 혁명적인 민중 연극을 공연하며 명맥을 유지했는데 정치적인 탄압을 피해 아주 오래된 사랑 이야기나 전설, 이슬람과 신비주의에서 유래하는 이야기들을 촌극으로 다루었다.

 

(중간 생략)

 

2006년 노벨 문학 수상자 '오르한 파묵'은,

우리나라에서 제법 많은 팬들을 독자로 갖고 있는 작가이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 이 책은 그의 최신작인데,, 아직도 작가로서 앞날이 창창하고, 그의 서술의 힘과 독창성,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빼어난 스킬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터키라는 나라의 존재감과 함께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을 우물 같은 이야기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고 여겨져 고무적이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은 추리적인 요소도 가미되고 씨실과 날실을 넘나드는 숙련된 언어의 직공같단 생각도 든다. 현대남자 작가의 플롯에 대한 기교면에선 단연으뜸이라고도ᆢ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지 또 기대하며, 그가 세운 '순수 박물관'은 언제나 보러 갈 수 있을까 헤아려본다.

'젬'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장면의 묘사가 종종 나오는데, 군청색 밤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아직도 이스탄불에서는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이미지에 사로잡혔다. 내게 있어 이 책의 컬러감은 '궐지한'의 '빨강 머리'가 아니라 별이 빛나는 '군청색의 밤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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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 대산세계문학총서 65
모옌 지음, 심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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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은,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그의 필명이란다.

그는 소학교를 중퇴하고 농사, 면화 가공 공장에서 일하다가 20세부터 인민 해방군에 입대하여 문학 공부를 하였다.

책의 원제목은 [홍까오량(홍고량) 가족]이다.

'장예모' 감독이 이 원작으로 영화화한 제목이 [붉은 수수밭]이라, 우리에게 더 친숙한 이름이고, '문학과 지성사'에서 이 작가와 합의하여 [붉은 수수밭]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소문을 듣고 이왕이면 이 제목 판본으로 읽으려고 구입했던 것.

[붉은 수수밭]은, 1986년 중편 소설 [붉은 수수]를 발표하고, 네 편의 연작([ 고량주], [개의 길], [수수 장례], [기이한 죽음])을 묶어서 1987년에 출판한 것이다.

영화는 [붉은 수수]와 [고량주] 편을 엮어서 만들었다 한다.

자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과거와 더 과거, 소문과 풍문,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 속 중국의 시대적인 고통을, 중일전쟁의 무자비했던 일본군과 괴뢰군,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을 한 축으로, 자신의 집안을 위해 비를 세우고 난리의 시대를 살다간, 그의 가족사를 이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이야기로 엮었다고..

[개구리]를 통해 처음 접한 이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개구리]도, [붉은 수수밭]도 말도 안 되는 중국만의 배경 속에서 탄생한, 블랙코미디이다. 지금의 중국도 사실 그렇게 여겨진다.

1938년 8월. '위 잔아오' 사령관의 일본 전차부대 매복 공격 작전 대열을 따라나선 14세의, '나'의 아버지 '더우관',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더우관'의 양아버지라는 '위 잔아오'는 사실 그의 친부였고,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이다.

화자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로 표현하지만, 그가 회상하는 조부모의 나이 고작해야 삼십 대 초반이고, 아버지의 나이, 십 대 중반인고로 읽다가 자꾸만 꼬이게 되어 그냥 '더우관'과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시점으로 리뷰를 전개한다.

둥성 가오미 현, 모수이 강가에 자리 잡은 둥베이 지방은 수수로 덮인 저지대이다. 이곳은 흙이 유난히 기름져서 산물이 풍부하고 사람들의 기상이 넘치고 씩씩했다는데, 이 지방의 붉은 수수는 향이 진하고 뒷맛이 꿀처럼 단것이, 취해도 뇌세포에 전혀 지장이 없는 고량주를 만들 수 있.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더우관'의 집은 고량주를 달이는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술도가의 일을 도맡아 하는 '뤄한' 큰아버지는 어머니, '추얼'의 신임으로 집안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추얼'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고왔고,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무엇보다도 발이 작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마디로 예쁜 연꽃 같은 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전족을 한 예쁜 발과 얼굴은, 이야기가 펼쳐질 연애의 희비극을 연출할 운명이었다.

'위 사령관'의 항일 부대는 새총, 구식 총, 농기구 등으로 무장하였고, 모수이 강가에 매복했다가 왜놈 소장을 포함한 일본군과 괴뢰군을 때려죽였다.

머니의 연인이자, '더우관'의 아버지인, '위 잔아오' 사령관은 사내 중의 사내로 이 항일전에서 영웅이 된다.

하지만, 항일운동의 선봉장이자, 민족의 영웅이며, 여성 해방의 모범으로 추대 받는 아내 '추얼'을 또한 이 전쟁에서 잃는다.

품행이 바르고 '추얼'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했던 '뤄한' 큰아버지는 '더우관'과 혈연관계가 아니다.

'추얼'의 전 시아버지 밑에서 그들의 술도가를 총괄하던 사람으로 그들 부자가 모두 살해당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새 신부 '추얼'이 의지하며 집안의 일과 재산을 관리해 주던 사람이며 '추얼'의 수많은 연애 사건 중 하나였다고 화자가 언급하기도 한다.

마을에 길 닦는 공사를 하려고 무자비하게 공격해 사람들을 잡아가던 일본 놈들에 붙잡혀, 잡혀간 마을 노새들의 다리를 분질러 놓다가 일본군에 잡혀 말뚝에 매달려 사람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져 죽게 된 '뤄한'의 모습은, '추얼'과 '위잔아오'의 다짐을 굳혔다. '뤄한'은 끝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군에 욕설을 퍼부으며 죽어갔다.

15년전 '추얼'은 열여섯의 나이에 '산탕슈'의 외아들 '산벤랑'과 혼인하였다. 신랑감이 문둥 병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부잣집에 시집보내는 대가로 노새를 받는다는 흥정 끝에 혼인을 성사 시켰다.

부모를 원망하며 온갖 불안한 마음으로 가마에 오른 '추얼'은 가마꾼들 중, 하나였던 '위 잔아오'의 야성적인 모습을 훔쳐보고 호감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장난과 멀미를 참다가 도적때(토비꾼)를 만나게 되어 봉변의 위기에서 '위 잔아오'의 활약으로 무사히 시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첫날밤, '추얼'은 흉한 모습의 신랑이 자신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도사리고는 관례대로 아버지와 함께 노새를 타고 친정을 다니러 가던 길에

수수밭에서 복면을 쓰고 나타난 '위 잔아오'와 맞닥뜨렸다.

그들의 사랑 역사가 시작되는데,

그녀가 친정에 머문 사이, '위 잔아오'는 산씨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들 부자를 모두 살해한다.

친정에서 돌아온, '추얼'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꿍꿍이속이 보통이 아닌, 여인 중의 호걸인지라, 비범하고, 대범하게 뒤처리를 하여, 술도가의 일이 다시 활기를 되 찾는다.

며칠 만에 이 집에 나타난 '위 잔아오'는

호락호락하게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추얼'에게 심술을 부리며 술을 퍼마시고 그녀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떠들어대다 그들이 빚어놓은 술통에 오줌을 갈겨버리고 결국엔 그 집에 들어앉는다.

오줌이 담겼던 술은 발효되면서 환상적인 맛이 된다.

'위 잔아오'의 오줌을 통한 기술 혁신은 이 술도가에 비밀로 계속 이어져, 더 큰 호황을 누리게된다.

 (중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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